증권거래세 2조 더 걷어가더니…동학개미 돈으로 재난지원금?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정부의 올 1분기 증권거래세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학개미들의 활발한 주식 거래로 인해 세수가 작년보다 50%가량 증가했다. 정치권에선 증권거래세 등 초과세수를 활용해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증권거래세 2조원, 양도세 3조원 폭증

2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추계&세제이슈 15호'에 따르면 1분기 증권거래세 세수는 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 1조3000억원에 비해 143.5%(1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정부의 올해 세수 전망을 크게 빗나가는 수치다. 정부는 올해 1년간 증권거래세로 5조1000억원을 징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석달만에 연간 예상 세수의 61.9%에 해당하는 금액이 걷힌 것이다.

이는 동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주식투자자들의 활발한 거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거래세는 보통 거래 다음달에 징수된다. 1분기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증권거래대금이 2131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202.5% 증가한 영향이다.

세수가 급증한 다른 세목들도 주로 자산 관련 세금이었다. 양도소득세가 급증한 게 대표적이다. 예정처에 따르면 1분기 양도소득세 세수는 8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5조5000억원에 비해 55.8%(3조1000억원) 증가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양도소득이 과다하게 발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주택매매거래량이 43만3000호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도 세수가 폭증해서다.

변수는 이달부터 적용되는 양도세 강화다. 세율 등이 올라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과도한 세금으로 매물이 잠겨 하반기에는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자산 관련 세금인 상속증여세는 3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7.3%(1조원) 증가했다. 법인세 세수는 4조8000억원 증가한 20조2000억원이었다. 부가가치세는 2조7000억원 더 걷혀 1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초과 세수로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

정부가 당초 예상한 올해 연간 세금 수입은 282조원이었다. 1분기에 88조원이 걷히면서 약 19조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한 상황이다. 하반기 세수 향방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최소 15조원의 초과 세수가 나올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4%까지 높아지면서 초과 세수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같은 초과 세수를 활용해 5차 재난지원금을 추진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안의 편성과 처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작년 전국민에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에 투입된 재원은 14조3000억원이었다. 예상되는 연간 초과 세수보다 작은 금액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정 여력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만큼 재정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초과 세수는 내년 국가채무 비율과 적자 비율 증가폭을 낮추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건전성 확보를 위해 마련한 재정준칙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오는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GDP의 60% 이내로,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의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 내용을 담아 그해 12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지만 ‘확장적 재정’을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의 반발에 부딪쳐 약 5개월간 표류 중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10월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재정준칙 도입을 언급했다”며 “준칙 도입이 계속 지연된다면 피치가 한국을 신용할 수 없는 국가로 여겨 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