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팬데믹' 사태에도…미국은 오히려 웃었다 [김재후의 실리콘밸리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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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에 드러난 미국의 힘 (1)
안녕하세요.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입니다. 지난 3월 처음으로 이메일로 인사드린 이후 실리콘밸리의 개요와 정의, 위치, 인구 구성 등에 이어 이곳의 빅테크 기업들과 벤처캐피털에 취직했을 경우 받게 되는 연봉 등에 대해 차례차례 전해드렸습니다. 연봉 얘기에 박탈감을 느낀 분들도 있었을 겁니다. 연봉 얘기는 재밌지만, 민감한 이슈라는 걸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됐습니다.
오늘 뉴스레터에선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합니다. 최근 미국에선 코로나백신 접종율이 절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백신 접종자의 경우 이제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 뉴스레터를 쓰고 있는 1일(현지시간)은 토-일-월이 이어지는 연휴입니다. 일요일인 5월31일이 미국의 현충일격인 전몰장병추모일이어서 월요일이 대체 휴일로 적용됐습니다. 연휴기간 미국인들이 쓴 기름값만 5조원 가량에 달할 것이란 소식이 있을 정도로 공항과 고속도로가 붐비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의 미국으로 돌아갔다고 느낄 정도예요.
그래서 오늘 뉴스레터부터 총 3회에 걸쳐 코로나 시국의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의 움직임은 어땠는지, 그리고 이들은 다음으로 무엇을 준비하는지를 짚어보려 합니다. 코로나19가 처음 글로벌 문제로 여겨졌을 때로 돌아가 보면, 주가는 급락하고 경기는 얼어붙었습니다. 패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역설적이게도 주가는 더 올랐고, 패러다임이 바뀔 조짐을 보이면서 테크기업들에 대한 투자나 테크기업들의 투자가 모두 급격히 늘었습니다. 지나간 상황을 숫자로 차근차근 되짚어보는 것도 우리가 모르는 미래에 대한 준비라고 생각돼서 준비해봤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혹시라도 언급되는 실리콘밸리의 관계자들은 모두 익명임을 다시 알려드립니다. 여기선 개별 인터뷰가 금지돼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는 471개였고, 이중 103개가 VC들이 초기 단계에 투자한 회사들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에어비앤비(엑시트 규모 372억2650만달러)를 비롯해 스노우플레이크(298억4340만달러) 도어대시(290억350만달러) 팔란티어(210억달러) 위시(129억8360만달러) 유니티(123억9510만달러) 루트인슈어런스(60억7770만달러) 등 대어급 실리콘밸리 테크기업들이었습니다.
미국 VC들의 움직임은 다시금 다른 나라의 VC들과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VC들의 딜 규모는 세계 전체(3213억달러)의 절반을 넘고(51.1%), 펀드레이징 규모도 전 세계의 66.6%에 달했습니다. 엑시트 규모 역시 미국은 전 세계 전체(4647억달러)의 63.8%를 차지했습니다. 이와 관련,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VC는 "팬데믹 기간 앱을 활용한 소매업종 스타트업이라든 가 AI와 관련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실리콘밸레에서 많았다"면서 "관련 회사들이 이곳에 많으니 그만큼 투자하기 쉬운 데다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질서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는 증거"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선 두 가지 사실을 유추해볼 수 있다고 VC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첫째는 당연히 건당 투자 규모가 늘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시드(SEED) 단계나 시리즈A 등 초기 투자보다 시리즈B 등 차후 투자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자율주행 등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본 VC들이 이미 중간 단계 이후에 들어간 투자가 꽤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보통 초기 투자보다 이후의 투자가 금액이 더 많습니다. 실제로 미국 VC들의 지난해 투자 형태를 보면, 레이트(Late) 단계 투자가 1103억달러로 가장 많았네요.
메일 독자님들, 오늘 하루의 시작도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주 수요일엔 더 알찬 내용으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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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김재후 특파원
오늘 뉴스레터에선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합니다. 최근 미국에선 코로나백신 접종율이 절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백신 접종자의 경우 이제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 뉴스레터를 쓰고 있는 1일(현지시간)은 토-일-월이 이어지는 연휴입니다. 일요일인 5월31일이 미국의 현충일격인 전몰장병추모일이어서 월요일이 대체 휴일로 적용됐습니다. 연휴기간 미국인들이 쓴 기름값만 5조원 가량에 달할 것이란 소식이 있을 정도로 공항과 고속도로가 붐비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의 미국으로 돌아갔다고 느낄 정도예요.
그래서 오늘 뉴스레터부터 총 3회에 걸쳐 코로나 시국의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의 움직임은 어땠는지, 그리고 이들은 다음으로 무엇을 준비하는지를 짚어보려 합니다. 코로나19가 처음 글로벌 문제로 여겨졌을 때로 돌아가 보면, 주가는 급락하고 경기는 얼어붙었습니다. 패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역설적이게도 주가는 더 올랐고, 패러다임이 바뀔 조짐을 보이면서 테크기업들에 대한 투자나 테크기업들의 투자가 모두 급격히 늘었습니다. 지나간 상황을 숫자로 차근차근 되짚어보는 것도 우리가 모르는 미래에 대한 준비라고 생각돼서 준비해봤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혹시라도 언급되는 실리콘밸리의 관계자들은 모두 익명임을 다시 알려드립니다. 여기선 개별 인터뷰가 금지돼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 전 세계 벤처 투자는 급증했다
모두가 '사상 초유의 팬데믹'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는 기업과 시장은 움추렸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한 1년 반 전 얘깁니다. 하지만 미래 기술을 움직이는 '돈'은 달랐습니다. 글로벌 팬데믹에서 기회를 찾아 리스크를 감 수한 겁니다. 실제로 미국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의 딜 규모는 3213억달러(약 356조원)에 달합니다. 2019년(2825억달러)과 비교 하면 약 14%가 많아진 금액입니다. 3년 전인 2017년 글로벌 VC 딜 규모는 1987억달러로, 2000억달러에도 못 미쳤는데 이 기간 앞자리를 두 단계나 바꾼 것입니다. 투자와 함께 '엑시트(주식상장이나 M&A)'도 활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VC들이 투자에 성공했다는 의미인데요. 지난해 글로벌 VC들의 엑시트 규모는 4647억달러로 1년 전인 2019년(3636억달러)보다 크게 많아졌습니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VC들의 엑시트 규모는 사상 최대 규모에 달 합니다. 투자수익이 가장 크고 확실하게 나는 주식상장(IPO)이 많았기 때문입니다.실제로 지난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는 471개였고, 이중 103개가 VC들이 초기 단계에 투자한 회사들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에어비앤비(엑시트 규모 372억2650만달러)를 비롯해 스노우플레이크(298억4340만달러) 도어대시(290억350만달러) 팔란티어(210억달러) 위시(129억8360만달러) 유니티(123억9510만달러) 루트인슈어런스(60억7770만달러) 등 대어급 실리콘밸리 테크기업들이었습니다.
VC 투자, 미국이 전 세계의 절반 이상
글로벌 VC들 중에선 미국의 움직임이 두드러졌습니다. 빅테크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몰려 있어 '세계 기술 수도'라고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에서 코로나19 기간 팬데믹 이후를 선 도할 신기술에 집중투자가 이뤄졌단 얘기입니다. 실제로 미국 VC들의 지난해 딜 규모는 1640억달러로 2019년(1395억달러)보다 약 18% 늘었고, 미국벤처캐피털협회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 미국 VC들이 활발히 움직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미국 VC들은 팬데믹 기간 투자도 활발하게 했지만, 투자성과도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미국 VC들의 엑시트 규모는 2966억달러에 달했습니다. 이 역시 2008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지난해 대어급 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과도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투자가 활발하다는 얘기는 당연히 VC들이 자금도 많이 모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미국 VC들이 투자금으로 모은 규모는 745억달러였고, 글로벌은 1118억달러로 모두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1년 전인 2019년 글로벌 VC들이 모은 펀드 투자금은 928억달러였고, 미국은 572억달러였습니다.미국 VC들의 움직임은 다시금 다른 나라의 VC들과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VC들의 딜 규모는 세계 전체(3213억달러)의 절반을 넘고(51.1%), 펀드레이징 규모도 전 세계의 66.6%에 달했습니다. 엑시트 규모 역시 미국은 전 세계 전체(4647억달러)의 63.8%를 차지했습니다. 이와 관련,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VC는 "팬데믹 기간 앱을 활용한 소매업종 스타트업이라든 가 AI와 관련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실리콘밸레에서 많았다"면서 "관련 회사들이 이곳에 많으니 그만큼 투자하기 쉬운 데다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질서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는 증거"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투자건수가 줄었다는 의미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VC들의 투자건수는 오히 려 줄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VC들의 딜 건수는 미국과 전 세계 모두 줄었습니다. 미국에선 1만2307건(2019년)에서 1만1651건(2020년)으로, 글로벌에선 같은 기간 2만8982건에서 2만6575건으로 각각 감소한 것입니다. 지난해 자금을 끌어들인 VC들의 펀드 수(글로벌 825개→604개, 미국 527개→339개)도 감소했습니다. 투자 규모(딜 규모)나 펀드 규모가 증가한 것과 대조됩니다.이와 관련해선 두 가지 사실을 유추해볼 수 있다고 VC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첫째는 당연히 건당 투자 규모가 늘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시드(SEED) 단계나 시리즈A 등 초기 투자보다 시리즈B 등 차후 투자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자율주행 등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본 VC들이 이미 중간 단계 이후에 들어간 투자가 꽤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보통 초기 투자보다 이후의 투자가 금액이 더 많습니다. 실제로 미국 VC들의 지난해 투자 형태를 보면, 레이트(Late) 단계 투자가 1103억달러로 가장 많았네요.
메일 독자님들, 오늘 하루의 시작도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주 수요일엔 더 알찬 내용으로 뵙겠습니다.
※이 기사는 한경 뉴스레터 서비스로 가입한 이메일로 오늘 출근 전에 제공됐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면 한경 뉴스레터(https://plus.hankyung.com/apps/newsletter.list)에서 이메일 주소만 넣어주시면 됩니다.
실리콘밸리=김재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