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무주택·실수요자들을 위한 대책이라고요? 문의는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주택 대출규제 완화안이 발표된 이후 1일 찾은 서울시 서대문구 K중개 관계자는 "집값이 이렇게 치솟았는데 대출 몇천만원 늘어난다고 집을 살 사람이 있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주택 가격 기준이 높아지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늘어났지만 결국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있어 상한이 제한돼서다. '조삼모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서민·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한 주담대 우대 요건·혜택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7월1일부터 무주택자가 집을 사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때 적용받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 폭이 최대 20%포인트로 10%포인트 확대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강서구 H중개 관계자는 "LTV 규제만 놓고 보면 완화된 것 같아 보이지만 4억원이라는 총량 규제가 있기 때문에 크게 완화된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크게 개선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겨우 4000만원 혜택 늘어나는데…

서울보다 가격대가 낮은 경기권도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경기 성남시 S공인 관계자는 "이번 규제안에서 언급된 8억~9억원 이하 매물들에 대해 들어온 문의는 없었다"며 "경기권 대부분이 이런 분위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물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달부터 양도세가 강화되면서 매물이 쏙 들어간데다, 그나마 있는 매물들은 호가가 올랐다. 경기 남양주시 D공인 관계자는 "이달 들어 양도소득세를 비롯해 강화된 부동산 세제가 시행되면서 집주인들이 집을 팔지 않고 가지고 있자는 인식이 강하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LTV 완화완을 내놓으면서 연소득 8100만원인 무주택자가 6억원 주택을 산다고 가정, 투기지역과 조정지역에서의 주담대 한도는 각각 1억2000만원(2억4000만원→3억6000만원), 1억원(3억원→4억원)씩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달부터 무주택자의 담보인정비율(LTV)이 최대 60~70%까지 높아졌다. 사진=한경DB
이달부터 무주택자의 담보인정비율(LTV)이 최대 60~70%까지 높아졌다. 사진=한경DB
가격을 올려 9억원짜리 집을 산다고 했을 때 투기과열지구에서는 현행 LTV 40%를 적용하면 3억6000만원(9억원×0.4)이 나온다. 개선안을 토대로 계산해보면 6억원까지는 60%를 적용해 3억6000만원(6억원×0.6), 6억원을 넘는 3억원에 대해서는 LTV 50%를 적용해 1억5000만원(3억원×0.5)이 나온다. 총 5억1000만원이 나와야하지만 상한 제한에 따라 최대 4억원까지만 나온다. 기존보다 4000만원 더 혜택을 보는 것이다. 조정대상지역에서 8억원짜리 집을 구매한다고 가정하면 현행과 개선안은 각각 4억원으로 같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최대 대출 4억원이 나오는 집값은 6억8000만원, 조정대상지역에서는 5억8300만원이다. 주택 기준이 각각 9억원과 8억원으로 상향된 것이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실수요자, 대출 규제 완화 혜택 수준도 미미

실수요자들이 대출 규제 완화로 혜택을 본 경우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서민·실수요자 LTV·DTI 우대요건 적용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규제지역 내 주담대 서민·실수요자 요건을 충족해 LTV를 10%포인트씩 우대 적용받은 비율은 신규 취급액 기준 7.6%였다.

아무리 LTV를 완화시켜준다고 해도 소득을 기반으로 DSR 규제가 강화되면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젊은 층 등 무주택자들이 실제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나기 힘들다는 뜻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이미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주택담보비율을 풀어준다거나 주택 가격 기준을 올리는 것만으로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