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8~9월 테이퍼링 발표되면 10% 안팎 조정"
메모리얼데이 연휴(5월28~31일)는 미국인들에게 생활이 정상화되고 있음을 확연히 느끼게 해줬습니다.

미국의 코로나 신규감염자는 급감해 30일 7428명, 1일 5602명으로 떨어졌습니다. 상당수 주가 연휴 탓에 신규 환자수를 보고하지 않은 탓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인원이 195만9000여명에 달해 팬데믹 이전인 200만 명 수준에 바짝 다가섰고 나흘 연휴 동안 영화관 박스오피스 매출이 1억 달러에 육박한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데이터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지난달 30일까지 18세 이상 성인 중 62.6%가 최소 1회 백신을 접종했고 51.5%는 2회 접종을 마친 덕분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8~9월 테이퍼링 발표되면 10% 안팎 조정"
멋진 연휴를 끝낸 투자자들은 들떴을 겁니다. 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장 초반 큰 폭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311포인트(0.9%) 상승세를 보였고 S&P 500은 저항선으로 29.36포인트(0.7%) 올라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4200선을 훌쩍 넘어 4233.47로 장을 시작했습니다. 나스닥도 0.54% 오름세로 출발했죠.

하지만 저항선은 저항선이었습니다. 출발 직후 상승폭을 줄이더니 S&P500은 이날 하루 종일 4200선 근처에서 씨름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0.05% 하락한 4202.04로 마감했습니다. 다우만 0.13% 올랐고 나스닥은 0.09% 내렸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8~9월 테이퍼링 발표되면 10% 안팎 조정"
지수가 말해주듯 경기 재개 수혜주인 항공과 유람선 주식이 큰 폭으로 올랐고 전통적인 경기민감주인 에너지, 산업, 금융주 등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덕분에 다우가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간 것입니다.

기술주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고 제약 바이오주가 큰 폭 하락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코로나 특수가 끝나간다. 추가 백신 접종은 예상만큼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며 화이자(-0.59%)와 모더나(-0.19%)에 대해 투자등급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데다, 제약사 애보트(-9.31%)가 코로나 테스트 수요 감소를 이유로 실적 전망치를 낮춘 탓입니다. 또 존슨앤드존슨은 연방대법원에서 베이비파우더 등에 포함된 석면으로 난소암에 걸린 여성들에게 21억2000만 달러를 보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뒤 2.19% 하락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8~9월 테이퍼링 발표되면 10% 안팎 조정"
S&P 500 지수는 4월16일(종가 4185.47)부터 벌써 한 달 보름째 4200을 제대로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S%P 500 지수가 계속해서 하방이 아닌 상방을 테스트하고 있는 점은 향후 상승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시장 펀더멘털도 분명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 500 기업들의 올해 추정 이익은 4월 초 주당 180달러대에서 최근 200달러 근처로 높아졌습니다. 주당 200달러는 대략 지수 4200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이 21배 수준입니다. 23배까지 올라갔던 PER가 꽤 내려온 겁니다. 이익 증가로 인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줄어든 것이지요.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8~9월 테이퍼링 발표되면 10% 안팎 조정"
경기 개선으로 기업 활동이 나아지고 있다는 건 이날 발표된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서도 확인됐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8~9월 테이퍼링 발표되면 10% 안팎 조정"
공급관리협회(ISM)의 5월 미국 제조업 PMI는 61.2로 집계돼 전달 60.7보다 개선됐습니다. 예상치 60.5도 웃돌았습니다. 3월 64.7까지 치솟았다가 전달 4%포인트나 감소해 약간의 걱정을 자아냈으나 다시 반등하고 있는 겁니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이 집계한 5월 제조업 PMI 확정치도 62.1로, 전월 확정치 60.5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의 5월 제조업 PMI 확정치(IHS마킷)가 63.1로 집계되어 앞서 발표된 예비치 62.8을 웃돌았습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업황의 확장과 위축을 가늠합니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확연히 회복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려할 점들이 튀어나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8~9월 테이퍼링 발표되면 10% 안팎 조정"
ISM PMI의 신규수주지수는 전월 64.3에서 67.0으로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생산지수는 62.5에서 58.5로 하락했고 주문잔고지수는 68.2에서 70.6으로 높아졌습니다. 주문잔고는 ISM이 1993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또 고용지수는 전월 55.1에서 50.9로 떨어졌고 가격지수는 전월 89.6에서 88.0으로 소폭 내려갔지만 지수 자체가 워낙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신규 수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부품과 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다 필요한 사람을 구하지 못해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면서 주문 잔고가 쌓이고 있는 겁니다. 성장을 향해 가고 있지만 엄청난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죠.

ISM측은 "제조업 활동은 5월에도 계속 확장됐다. 하지만 기업들과 공급망을 형성하는 업체들은 주요 원자재의 광범위한 부족, 가격 상승 및 운송 어려움, 그리고 노동력 충원 어려움 등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8~9월 테이퍼링 발표되면 10% 안팎 조정"
ISM의 설문조사에서 한 전기전자 부품업체는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력 부족과 물류 지체가 끔찍한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비금속 광물 업체는 "지속적 글로벌 공급망 혼란 등으로 (영업이)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 수요가 강하지만 완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얻을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밝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ISM의 제조업 PMI는 단기간에 높은 수준에서 50 이하로 떨어진 경우가 많다. 제조업체들은 주문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느끼는 순간 주문이 느려지고, 공급-수요의 불균형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유가가 또 다시 급등했습니다.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강력한 수요 증가를 예상하면서도 보수적 감산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겁니다. 이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전장보다 1.40달러(2.1%) 오른 배럴당 67.72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이는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 수준입니다.

이는 기업들이 느끼는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노동력 부족 등이 지속된다면 기업들이 올해 월가가 추정하는 이익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는 겁니다. 월가가 예상하는 수준의 이익이 나오지 않으면 뉴욕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비싼 상황일 수 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은 이런 모든 성장통이 '일시적'이라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는 이날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와 마찬가지로 경제 재개도 전례가 없으며, 일시적인 공급-수요 불일치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단기적 인플레이션 수준은 다소 높아졌지만, 경제 재개 이후 기본 추세로 되돌아갈 것이다. 노동 시장의 공급-수요 불일치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몇 달 동안 고용의 추가 진전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시간이 해결할 것이고 별 문제는 없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8~9월 테이퍼링 발표되면 10% 안팎 조정"
월가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CNBC는 지난 5월17~21일 월가의 주식 전략가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30명 가운데 21명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유가처럼 작년 팬데믹으로 급락했다가 다시 회복된 것이지, 지속적으로 상승할 건 아니란 겁니다. 일부는 또 선진국의 인구 고령화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게 인플레이션을 막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임금을 낮추는 자동화가 확대되고 있는 것, 미국 등 선진국 소비자들의 많은 부채도 인플레이션을 막는 요인입니다.

소비자 물가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상승을 예측한 이는 9명에 그쳤습니다. 어느 정도 Fed의 시각을 수용하고 있는 겁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8~9월 테이퍼링 발표되면 10% 안팎 조정"
이들이 시장에 가장 큰 위험으로 보는 건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테이퍼링입니다.

테이퍼링 발표가 나오면 19명은 S&P 500 지수가 10%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조정을 겪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2013년처럼 '테이퍼 텐트럼'이 생긴다는 것이죠. 당시에는 최대 8% 가량 떨어졌습니다. 또 6명은 10~15% 조정, 2명은 15~20% 조정을 예상했습니다. 27명이 테이퍼 링이 발표되면 시장이 상당 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겁니다.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 사람은 2명에 그쳤습니다. 1명은 떨어졌다가 다시 오른다고 예상했습니다.

Fed의 테이퍼링 발표 시기에 대해선 정확히 절반인 15명이 8월 잭슨홀 회의(8월 26~28일)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Fed의 첫 번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선 10명이 2023년 상반기, 6명이 2023년 하반기라고 답했습니다. 9명은 2022년 하반기, 3명은 2022년 상반기를 골랐습니다. 내년이 12명, 2023년이 16명입니다. Fed가 예고하고 있듯이 2024년 기준금리 인상을 점친 사람은 2명에 그쳤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