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화학 연구소, 저널 '셀 리포트'에 논문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새끼를 보호하는 어미(인간이든 동물이든)의 행동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어미가 이런 행동을 할 때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일본 이화학 연구소(RIKEN) 과학자들이 동물 실험에서 밝혀냈다.
칼시토닌 수용체(calcitonin receptor)를 가진 전뇌(forebrain)의 작은 뉴런(신경세포) 무리가 어미의 새끼 돌보기 행동을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RIKEN 뇌과학 센터(CBS)의 '사회적 친밀 행동' 연구 그룹 리더인 구로다 구미 박사 연구팀이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1일(현지 시각) 저널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실렸다.
먹고 마시는 것과 같은 단순 행동은 대부분 뇌 시상하부의 제어를 받는다.
하지만 행동 유형에 따라 시상하부의 관여하는 부위는 다르다.
구로다 박사팀은 새끼 돌보기 행동이 어느 부위에서 촉발되는지 시험했다.
테스트를 거듭한 끝에 생쥐의 시상하부 앞쪽인 '내측 시삭 전야 중심'(cMPOA)에서 칼시토닌 수용체가 발현하는 뉴런 무리를 찾아냈다.
시상하부의 cMPOA 영역이 '새끼 돌보기 행동'의 허브(hub)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종류가 다른 7개 이상의 뉴런 무리가 이 영역에 존재한다는 것도 확인한 상태였다.
이번 연구는, 양육 행동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뉴런 무리의 유전자 표지(marker)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새끼를 기르는 어미 생쥐의 cMPOA에 발현하는 후보 유전자 표지 20개를 골라 '활성 뉴런'(active neurons)과 비교 분석했다.
여기에서 가장 많이 중복된 게 칼시토닌 수용체 유전자였다.
양육에 관여하는 뉴런의 표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연구팀은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더 발견했다.
새끼를 낳은 암컷이, 새끼를 밴 적이 없는 암컷이나 수컷보다 cMPOA 뉴런의 칼시토닌 수용체 발현도가 높았다.
암컷이 새끼를 낳고 나면 뇌의 다른 부위와 cMPOA 뉴런 사이의 접속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도 확인됐다.
이들 뉴런을 완전한 '침묵' 상태로 조작하면 어미 생쥐의 양육 행동에 혼란이 생겼다.
이런 암컷은 새끼 회수(pup-retrieval)를 비롯해 새끼를 돌보려는 행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짝짓기하고 새끼를 낳은 후에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새끼들을 그대로 방치했고, '젖 먹이기'나 '보금자리 가꾸기'에도 무관심했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칼시토닌 수용체 자체가 암컷의 양육 행동을 자극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실제로 높은 위치의 미로에 새끼를 두고 반응을 봤더니, 어미 생쥐는 불편함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새끼를 물고 돌아왔다.
하지만 칼시토닌 수용체 수위를 절반가량 낮추면 어미 생쥐도 새끼 회수를 주저하는 행동을 보였다.
구로다 박사는 "인간이든 동물이든 부모가 자녀를 돌보려면 다른 것을 위해 어떤 행동을 희생해야 한다"라면서 "칼시토닌 수용체의 발현을 높이는 건 새끼 돌봄을 유도하는 뇌의 자극과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런 뇌 자극은 생쥐 암컷이 자기 이익과 위험하고 불쾌한 상황을 피하려는 성향까지 억제한다고 그는 부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