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대로 가도 후보등록·컷오프 일정 일주일 순연 가능성
與 경선연기론, '이준석 돌풍'에 불씨 살아나나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중순 대선기획단을 발족하고 경선 일정과 룰을 확정한다.

최대 관심사는 '대선 180일 전 당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당헌에 맞춰 경선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느냐다.

당내 상당한 공감대 없이는 경선 연기가 어렵다는 것이 지도부 입장이지만,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준석 돌풍'이 돌발 변수로 등장하면서 경선연기론의 불씨가 살아날지 주목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대선기획단이 이달 중순 발족하는 것은 국민의힘 전대 결과를 보고 나서 여러 판단을 거쳐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30대 원외인사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당 대표로 선출된다면 전례 없는 상황인 만큼 세대교체나 정치권 변화에 대한 민심의 요구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와 맞물려 일부 의원들은 전략적으로 대응할 시간을 벌기 위해 경선을 늦춰야 한다며 공개 요구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의 재선 의원은 "대선기획단을 이달 중순에 만들면 언제 기획해서 경선 흥행을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철저한 계획 없이는 하나 마나 한 예비경선, 본경선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3선 의원은 "중진이나 소장파 사이에서 경선연기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며 "대선기획단 구성을 전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與 경선연기론, '이준석 돌풍'에 불씨 살아나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탄력을 받는 것과 맞물려 대면 집회가 가능해지는 시점으로 경선을 늦춰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른 재선 의원은 "7∼8월에 경선을 진행하면 무조건 '마스크 경선'으로 진행된다"며 "9∼10월에 마스크 없는 오프라인 집회 가능성이 있다면 경선을 늦춰서 당원과 국민들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하고 역동적 경선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대권주자 중에서는 이광재 김두관 박용진 의원, 최문순 강원지사가 경선 연기에 찬성하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인영 통일장관 등 86 그룹 주자들도 경선이 연기된다면 출마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내년초 대선후보 등록 직전까지 단일화 경쟁을 펼칠 야당의 역동적 모습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아찔하다"며 "우리 후보는 그때까지 넉달간 마스크 쓰고 온라인에서 뭘 어찌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나 정세균 전 총리는 '원칙'을 강조하는 원론적 입장만 밝힌 상태다.

그러나 현재 지지율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선 연기에 부정적이다.

당 관계자는 "폭넓은 합의가 없으면 일정을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준석 돌풍도 비대면 상황에서 발생했고, 코로나19는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경선연기론이 공감을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선기획단이 경선 일정을 현행 당헌대로 확정하더라도 후보 등록이나 예비경선(컷오프) 일정은 미세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대선 6개월 전 후보 선출' 일정을 역산해 이달 21일께 후보 등록, 23일께 컷오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여기에서 일주일 안팎 순연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지도부에서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