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직업' 만들어 달라는 택배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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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 도입하고 월수입 700만원 보장하라"
중노위 판정에 택배현장 혼란 가중
업계 "노조가 사회적 합의 어겨
쿠팡처럼 직고용이 나을 수도"
기사들도 "일한 만큼 벌고 싶은데
일감 줄어들까 벌써부터 걱정"
친노동정책이 현장 갈등 부추겨
민주노총 勢확장 전략도 한몫
중노위 판정에 택배현장 혼란 가중
업계 "노조가 사회적 합의 어겨
쿠팡처럼 직고용이 나을 수도"
기사들도 "일한 만큼 벌고 싶은데
일감 줄어들까 벌써부터 걱정"
친노동정책이 현장 갈등 부추겨
민주노총 勢확장 전략도 한몫
택배기사 근로 기준을 둘러싼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CJ대한통운의 단체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 지난 2일 판정과 관련, 일선 택배기사들 사이에서는 “일감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걱정부터 앞섰다. 택배회사와 노조가 단체교섭을 통해 근로시간을 제한할 것에 대한 우려다.
택배회사들은 노조가 사회적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별도 근로자 고용을 위한 택배비 인상분을 기사가 가져가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어기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수입 보전’ 주장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개인사업자나 다름없는 택배기사들의 연 수입은 지역별, 개인별로 천차만별이다.
택배업계 일각에선 CJ대한통운 기사를 ‘사회적 약자’로 보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비판도 나온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자사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의 월평균 수입은 700만원가량이다. 연 수입이 1억원을 넘는 기사들도 20%를 웃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주 5일 근무 등을 철저히 지키는 쿠팡 배송 직원들은 물론이고, CJ대한통운 임원들도 퇴직 후 택배기사를 하고 싶어 할 정도”라며 “권리금이 오갈 만큼 빈 자리가 없어 못 들어가는 직업이 CJ대한통운 택배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과로사 이슈가 제기됐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CJ대한통운을 네 차례 언급하며 원청 기업을 문제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선 원청-대리점-택배기사라는 특수 고용 관계를 도외시한 인식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노위가 기존 결정(2018년 7월 택배노조의 교섭 요구 기각)을 뒤집으면서까지 이번에 CJ대한통운에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내린 데엔 이 같은 분위기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택배업체 관계자는 “노조 주장대로 해야 한다면 차라리 직고용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일선 택배기사들조차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고용부가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대책을 내놓았을 때도 16년 경력이라는 경주의 한 택배기사는 “택배하고 싶다는 젊은이들이 많은 건 일한 만큼은 벌어간다는 단순한 믿음 덕분”이라며 “택배연대노조가 대표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현장에 있는 기사들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올 3월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택배노조의 갑질’이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작년 11월 설립된 김천 지역 택배연대 노조원들이 비노조 기사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청원인은 “노조활동을 이유로 자신의 택배 물량을 비노조원에게 일방적으로 위임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정보기술(IT), 택배업 등 신규 노동시장에서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 중이다. 현재 택배노조 조합원은 약 4000명 수준이다. 전체 택배기사 규모가 약 5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노총으로선 세 확장을 위해서도 택배노조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박동휘/백승현 기자 donghuip@hankyung.com
중앙노동위원회가 CJ대한통운의 단체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 지난 2일 판정과 관련, 일선 택배기사들 사이에서는 “일감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걱정부터 앞섰다. 택배회사와 노조가 단체교섭을 통해 근로시간을 제한할 것에 대한 우려다.
○택배 현장에선 ‘노노 갈등’ 심화
중노위의 결정에 대해 3일 택배 현장에선 “현실성이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CJ대한통운 대리점 소속 한 택배기사는 “지금 버는 수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 5일 근무에 휴가권도 보장받고, 심야 배송도 기사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노조가 얘기하고 다닌다”며 “정말 그렇게 된다면야 좋은 일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걸 택배기사라면 누구나 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노조는 최근 택배회사의 택배비 인상분을 모두 기사들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새로운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지난해 택배기사 과로사 논란이 불거진 뒤 노사 양측이 맺은 사회적 합의를 근거로 대고 있다. 합의는 ‘과로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분류 작업을 별도 근로자가 맡도록 하되, 이로 인한 비용 상승은 택배비 현실화로 충당한다’가 주요 내용이다.택배회사들은 노조가 사회적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별도 근로자 고용을 위한 택배비 인상분을 기사가 가져가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어기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수입 보전’ 주장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개인사업자나 다름없는 택배기사들의 연 수입은 지역별, 개인별로 천차만별이다.
택배업계 일각에선 CJ대한통운 기사를 ‘사회적 약자’로 보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비판도 나온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자사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의 월평균 수입은 700만원가량이다. 연 수입이 1억원을 넘는 기사들도 20%를 웃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주 5일 근무 등을 철저히 지키는 쿠팡 배송 직원들은 물론이고, CJ대한통운 임원들도 퇴직 후 택배기사를 하고 싶어 할 정도”라며 “권리금이 오갈 만큼 빈 자리가 없어 못 들어가는 직업이 CJ대한통운 택배직”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번복이 화근
택배노조가 현실성 없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강변하는 데는 정부의 친노동 일변도 정책이 자극한 측면이 있다. 개인사업자 성격이 강한 특수고용직에 고용노동부가 2017년 12월 노조필증을 내 준 것이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지난해 과로사 이슈가 제기됐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CJ대한통운을 네 차례 언급하며 원청 기업을 문제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선 원청-대리점-택배기사라는 특수 고용 관계를 도외시한 인식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노위가 기존 결정(2018년 7월 택배노조의 교섭 요구 기각)을 뒤집으면서까지 이번에 CJ대한통운에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내린 데엔 이 같은 분위기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택배업체 관계자는 “노조 주장대로 해야 한다면 차라리 직고용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일선 택배기사들조차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고용부가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대책을 내놓았을 때도 16년 경력이라는 경주의 한 택배기사는 “택배하고 싶다는 젊은이들이 많은 건 일한 만큼은 벌어간다는 단순한 믿음 덕분”이라며 “택배연대노조가 대표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현장에 있는 기사들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올 3월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택배노조의 갑질’이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작년 11월 설립된 김천 지역 택배연대 노조원들이 비노조 기사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청원인은 “노조활동을 이유로 자신의 택배 물량을 비노조원에게 일방적으로 위임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조합원 확장에 골몰하는 민주노총
민주노총이 택배노조를 강화하려는 것에 대해 현 정부 들어 격화하고 있는 양대 노총 간 조직확대 경쟁의 단면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노총은 2017년까지 제1노총 지위를 유지했지만 2018년 말 기준으로 정부 공식 집계에서 민주노총에 제1노총 자리를 내줬다.민주노총은 정보기술(IT), 택배업 등 신규 노동시장에서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 중이다. 현재 택배노조 조합원은 약 4000명 수준이다. 전체 택배기사 규모가 약 5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노총으로선 세 확장을 위해서도 택배노조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박동휘/백승현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