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한 여행주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보고서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적정 가치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여행 시장이 커지는 건 맞지만 ‘여행 시장 회복=여행주 급등’은 틀린 공식이라는 설명이다.

급등한 여행株, 지금 사도 될까?
3일 하나투어는 0.86% 하락한 9만1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올 들어 59.6% 올랐다. 모두투어는 0.16% 상승한 3만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초 대비 49.5% 급등했다. 세계 여행사 중 코로나19 전 주가를 회복한 기업은 한국의 하나·모두투어와 중국의 트립닷컴뿐이다. 국내 백신 접종률이 12%를 넘어서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게 반영됐다.

여행주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여행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까지 여행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왔지만 여행사의 주 수익원인 패키지 여행 비중은 계속 줄었다. 전체 출국자 중 패키지 여행객 비중은 2017년 43.9%에서 2019년 1분기 29.5%로 14.4%포인트 하락했다.

여행업 위기는 업계 1위 하나투어 재무제표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전체 출국자 중 하나투어 패키지 여행객 비중은 2014년 19.3%에서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10.8%로 내려왔다. 2022년은 8.3%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패키지 여행객이 줄어들면서 하나투어의 영업이익은 2017년 411억4843만원에서 2019년 59억3634만원으로 3년 만에 10분의 1 토막이 났다. 2018년 초 12만8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2019년 말 5만1100원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와 관계없이 여행업이 고사 위기를 맞은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하나투어 목표주가를 7만원으로 내렸다. 현재 주가보다 23.8%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하면서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낸 것이다. 모두투어 목표주가는 3만원으로 현재 주가보다 3% 낮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실적이 크게 좋아지지 않는다면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레저산업에 투자하고 싶다면 여행업보다 카지노업이나 항공업이 낫다는 주장이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파라다이스는 코로나19에도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A) 기준으로 1분기 흑자를 기록했다”며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 본격적으로 외국인이 유입되면 코로나19 확산 전 수준의 성장세를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