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진화하는 불고기…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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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한국 고기구이의 문화사
이규진·조미숙 지음
따비 / 352쪽 | 1만8000원
이규진·조미숙 지음
따비 / 352쪽 | 1만8000원

생고기를 불에 구워 먹는 것, 양념한 소고기를 석쇠 위에다 바싹하게 구운 것, 양파나 버섯 같은 채소를 곁들여 자작한 육수와 함께 끓여 먹는 것 중 당신의 불고기는 어떤 모양인가. 《불고기-한국 고기구이의 문화사》는 이처럼 미묘하게 다른 음식이 불고기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까닭과 그럼에도 같은 음식이라고 인식되는 이유, 그리고 이런 변천의 배경이 되는 한국사회와 입맛의 변화를 추적한 책이다.
![[책마을] 진화하는 불고기…진짜 모습은 무엇일까](https://img.hankyung.com/photo/202106/AA.26530918.1.jpg)
불고기라는 음식이 처음 등장하는 문헌은 1922년 4월 《개벽》에 실린 현진건의 소설 ‘타락자’다. 1910년에서 1945년까지 대도시에서 육류 소비가 급증했다. 고기 굽는 연기 때문에 모란대의 소나무가 고사할 정도였다고 한 것을 보니 평양의 불고기가 깨나 유명했던 모양이다.
![[책마을] 진화하는 불고기…진짜 모습은 무엇일까](https://img.hankyung.com/photo/202106/AA.26532112.1.jpg)
현재 불고기는 소고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기 두께도 덩이부터 얇게 썬 것까지, 양념 또한 생고기에서 너비아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불고기라는 단어는 블랙홀처럼 너비아니의 의미도 흡수해버렸다. 1970~1980년대에 육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불고기는 더욱 진화한다.
레시피의 범위도 확장됐고, 그 의미도 불에 익힌 모든 종류로 확대됐다. 느슨하게 연결된 불과 고기의 두 단어 사이에는 시대별로 굽고, 끓이고, 볶는 다양한 조리법이 넘나들었다. 모호한 이름 덕분에 역설적이게도 불고기는 구속받지 않고 창의성을 발휘해 자유롭게 변신을 거듭할 수 있었다. ‘불+고기’라는 느슨한 조건만 충족하면 재료가 무엇이든 불고기로 만드는 유연성이 한국인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잡게 된 배경이다.
외국인들은 불고기와 갈비 등 양념육 직화구이를 더 선호한다고 한다. 테이블 위에서 직접 지글지글 구워 먹는 시즐감(Sizzle感)이 매력적인 모양이다. 불고기는 세계 어느 나라의 육류 요리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식 세계화 가능성의 중심축인 양념육 직화 불고기가 멍들고 있다. 왜일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불고기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만약 오바마가 한국에 온다면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는 불고기 음식점이 몇 곳이나 될까. 불고기의 공식 영어 표기는 ‘Bulgoge’다. 그런데 해외에 나가 메뉴판을 보면 표기가 제각각이다. 국내의 수많은 음식점 간판에 불고기를 전면에 내세운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불고기가 K푸드의 첨병이 되려면 정체성 확립이 우선이다. 우리의 문화이고 역사인 불고기를 정작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대접하고 있을까. 이젠 불고기의 미래를 얘기할 차례다. 불고기는 또다시 진화할 것이므로.
전장석 기자 sak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