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중심 사무직 노조 설립은 사회적 흐름이지만, 교섭 한계 있어" 국내 제조업계 최대 노조를 이끄는 이상수 현대자동차 노조지부장은 정년연장과 국내 일자리 유지, 성과급 배분을 올해 주요 노사 쟁점으로 꼽았다.
그는 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지속과 반도체 부품 부족 상황 속에서 노사가 빠르게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하자고 강조했다.
또,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사무·연구직 노조가 출범한 것을 시대적 흐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노동자 간 분열을 경계했다.
다음은 이 지부장과 일문일답.
-- 코로나 사태 지속과 반도체 부품 부족 위기 속에 올해 임단협 전망은.
▲ 지난해 임금협상 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금동결을 결정했고, 세계 어느 완성차 업체보다도 코로나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 반도체 공급 차질이 발목을 잡고 있지만, 노사가 대립하기보다 회사 발전과 조합원 고용안정을 위해 열린 자세로 임할 각오가 돼 있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양보 교섭은 없다.
조합원 희생만 계속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측은 조합원 협조로 올해 나름 선방한 것을 외면해선 안 된다.
사측이 노측 요구에 부응한다면 이른 시간에 무분규로 교섭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 성과급 분배가 이슈인데, 노조 입장은.
▲ 최근 몇 년간 성과급이 계속 줄어 조합원 실질임금이 낮아졌다.
평균임금이 주말 특근을 해도 8천만원대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일부 대기업이 많은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사내 MZ세대를 비롯한 연구·일반직 조합원 불만이 많이 표출됐다.
그래서 올해는 합당한 성과 보상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또 성과급 지급 분배 방식에 대한 룰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회사 당기 순이익대비 물가인상률과 생산성 등을 반영한 지급률을 통해 해마다 반복되는 성과급 분쟁을 줄이자는 것이다.
노사가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구체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 사무·연구직 노조가 별도로 출범한 것을 어떻게 보는가.
▲ 현대차지부는 울산·전주·아산·남양 등 전국적 조직이고 기술직, 일반직, 영업직, 연구직, 정비 노동자 등 다양한 직군이 속해있다.
노조는 결코 특정 이해관계만 대변할 수 없는 조직이다.
그런데도 MZ세대와 사무연구직 조합원들은 기술직 중심으로 노조를 운영한다고 오해하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달래고, 안고 갈 것인지 고민이 많다.
일단, 당장 납득할만한 성과급이 주어지도록 하겠다.
높은 연구직 이직률은 회사 발전에도 도움 되지 않는다.
특별한 연구 직무에 있는 조합원들에게는 걸맞은 수당이나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해 자부심을 느끼고 일할 수 있도록 사측을 압박하겠다.
노조가 흩어지기를 바라는 쪽은 자본이다.
사무직 노조도 이러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업별 사무직 노조 설립 흐름은 부정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으로 보이지만 현행법상 교섭 한계가 있기에 의미 있는 행보가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현장 인력 감소가 필연적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노조가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이유는.
▲ 정년연장은 시대적 요구이다.
나이 예순이면 한창 활동할 시기인데 은퇴해야 하는 현실이다.
특히 사회복지가 미약한 대한민국에서 노후는 곧 절망이며 빠른 고령화 진입으로 퇴직 이후 경제적 부담이 사회적 문제다.
국민연금과 연계한 정년연장은 노사정이 윈-윈-윈 할 수 있는 장치다.
노동자는 안정적인 노후 보장, 기업은 고급 노동력 제공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정부는 세수 확보로 국가 재정 안정화에 기여를 할 수 있다.
정치권의 잘못된 고용정책으로 파생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핑계 삼아 정년연장 입법화를 외면해서는 결코 안 된다.
인구절벽에 따른 노동 인력 부족 사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미 일본, 독일, 영국, 미국 등 선진국은 65세 이상 법적 정년연장을 도입했거나 정년 제한을 철폐했다.
현대차 내부적으론, 해마다 2천 명이 넘는 조합원이 퇴직하고 있는데, 사측은 단체협약에 명시돼 있는 신규인원을 단 한 명도 충원하지 않았다.
사측은 품질을 강조하면서도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자연 퇴직 감소 인원으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속셈이다.
조합원 대부분 30년 넘은 고숙련 노동자들이다.
볼트 하나를 조이더라도 숙련도는 품질을 유지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 해외투자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국내 공장 투자와 일자리 유지를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는데.
▲ 미국은 통상 압력과 관세 보복 조치 등으로 자국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차를 팔기 위해서 해외공장이 일정부분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반대로, 무분별한 해외투자는 독이 되기도 한다.
수조원을 투자한 중국 베이징 현대차는 철수를 결정했고 코로나로 인한 부품수급 문제를 겪으면서 해외공장이 막연히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확인됐다.
노조가 미국 공장 8조4천억 투자 문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던 것은 회사가 단체협약 43조 3항을 무시하며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체협약을 지키지 않는 것은 노사 간의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로 대단히 문제가 있다.
노조는 올해 별도요구안으로, 국내 투자와 일자리 유지 등을 핵심으로 하는 신사업 미래협약을 요구하고 있다.
전기차, 모빌리티(UAM), 로보틱스로 연결되는 현대차 2025 전략과 4차 산업 시대를 성공적으로 열어나가기 위해 노조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조합원 미래 고용불안과 비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결코 품질력과 생산성을 담보할 수 없다.
-- 현 노조 집행부는 사회적 조합주의를 처음 제시했는데, 실천 방안은.
▲ 사회적 조합주의는 더불어 잘살자는 신개념 노동운동 이론이다.
대립적 노사관계에서 벗어나 노동조합은 품질이나, 생산성 등에서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회사는 조합원의 고용, 임금, 복지 보장과 노사 간 룰(단체협약)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공정한 분배를 통해 조합원 자긍심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중소, 영세, 부품 협력사 노동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경직된 노사관계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열어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사측이 낡은 사고를 버리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현대차지부 조합원은 국민의 안티(반대) 세력이 아니다.
그동안 근속 30년을 넘긴 노동자가 주야 밤샘 맞교대 노동과 휴일도 없는 잔업, 특근 등 살인적인 노동 강도로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고 응원해달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