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젊은 피' 돌풍, 그들은 준비돼 있지 않은 걸까 [여기는 논설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오는 11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30대 이준석 후보(36)의 '젊은 피 돌풍'이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앞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변주되며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은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 같지만, 사회 전체의 변화에 대한 욕구가 여러 정치적 요소들을 핑계 삼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핑계는 공교롭게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586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이 야당 대표 선거에 영향을 미친 점이다. 다음으로 4·7 재·보궐선거의 여당 참패가 곧, 야당이 잘해서 얻은 승리라는 등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국민의힘 내부적으로도 겸허히 받아들인 결과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상으로 '꼰대 정당' 이미지가 강하고, 과거 '차떼기 정당'의 비리와 부패 이미지를 완전히 벗지 못하고, 계파정치의 갈등이 상존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혁명적 변화 없이는 내년 대선 승리를 장담키 어려운 상황을 당 안팎에선 이미 감지했다.
딱히 쇄신의 기풍을 일으킬 세력도, 계기도 없던 차에 '0선(選)'의 이준석, 초선의 김웅·김은혜 의원이 말 그대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이들 3인방의 도전에 경의와 감사를 표해야 할 정도다. 원조 '개혁 소장파'라 불리는 정병국 전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때는 감히 당대표에 도전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다"며 박수를 보냈다.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 20~30대 젊은 세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덕도 봤다.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에 올라탈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고 주식과 코인으로 몰려든 이들이 재보선에서 전통적 연령대 투표와는 다르게 표를 행사한 게 컸다. 당연히 진보·개혁적 정당에 표를 던질 줄 알았던 그들이 문재인 정부의 가식적인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에 '신물 난다'는 식으로 등을 돌렸으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이미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때부터 조짐은 보였다. 평등(equality)이 아닌 공정(fairness)을 중시하는 세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보다 '역사적 경험치가 낮아서 그렇다'는 평가를 내렸다가 역풍을 맞은 것도 시대의 변화를 실감케 하는 사건이다.
이런 '이준석 신드롬'이 우리 사회의 큰 흐름을 바꿀 저류(低流)가 될 지, '찻잔 속 태풍'에 머무를 지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쉽지 않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기성세대인 40~60대들이 과연 '젊은 피'의 등장을 얼마나 수용하려고 할지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제까지 정치라는 창(窓)을 통해 '이준석 신드롬'을 봤다면, 방향을 돌려 우리 각자의 개인사와 비교해 바라볼 필요도 있다. 과연 이 연령대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목소리를 조율하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기에 그렇게 모자란 나이인지, 준비가 안된 건지 따져보자는 것이다. 그 연령대를 이미 거쳐 온 40~50대라면 더욱 솔직한 심정으로 생각해볼 일이다.
먼저 만 36세를 넘은 나이라면 직장생활 10년차 정도는 된다. 기업의 과장급이라 보면 업무숙련도는 이미 충분하고, 팀웍에서 중추를 담당하며, 새로운 변화를 엄청나게 시도할 연령대다. 어떤 조직이든 이 연령대가 어떻게 일을 벌이느냐에 미래가 달렸다. 언로(言路)를 뚫어줘 하의상달되는 경험을 만들어주고, 변화와 혁신을 '거세'하지 않으며, 장차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을 느끼게 되면 그 조직은 성공의 길을 걷게 된다. 직장생활을 20~30년 했다는 4050의 '경륜'이 과거만큼 대우받을 그런 경쟁환경도 아니고, 시대의 변화 속도는 못따라갈까봐 간담이 서늘해지는 게 요즘이다. 이들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때 4050도 안도할 수 있고, 이들과 호흡을 맞추려 한다.
만약 이들이 창업에 나섰다면 그 경험치 10년은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만큼 소중할 것이다. 첫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해도 장차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새 투자자를 연결하고, 코스닥 같은 증시에 상장하려는 노력을 통해 '죽음의 크레바스'를 건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과거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업체를 운영하며 국가경영의 기본 자질을 많이 배양할 수 있었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월급날 늦지 않게 직원 월급을 지급하고, 재무상태에 이상 없게 회사를 이끌고, 투자를 유치하고, 거래소에 상장하는 이 모든 과정은 회사의 크기와 국가라는 이해관계가 중첩된 공간이 다를 뿐 운영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안 대표의 생각이다. 창업자들의 돈주고도 못살 벤처기업 운영 경험과 노하우는 정치 공간에서도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요즘 만혼(晩婚)이 대세이지만, 예전 같으면 이들은 가정에선 결혼 5년차, 내집을 장만하려고 발버둥 칠 나이다. 아이들을 하나 둘 낳으면서 정(情)을 어떻게 슬기롭게 '배분'하고 가정의 평화를 위해 어떤 관리노력이 필요한 지 경험하게 된다. 내집마련을 포함해 경제적 안정을 위한 왕성한 정보수집과 과단성 있는 투자 결정, 그리고 책임있는 가계 운영을 하게 되는 나이다. 조금 넓혀보면 공교육과 사교육의 문제를 바로 현장에서 겪게 되고, 무주택 서민의 설움을 경험하고, 노후를 준비하면서 각종 사회보험과 공공부조의 문제점도 접할 수 있다.
더 중요하게는 국가와 정부의 역할, 민간과의 관계 설정, 경제정책의 운용 원칙, 국제사회에서 대외관계의 원칙 등에 대한 철학과 가치체계는 이미 30대 중반이면 다 형성됐을 나이다. 20대 때부터 사실상 정치를 해온 586들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 정도 나이면 더이상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을 자신만의 관념 틀과 고집 또한 갖게 된다. 정치권 10년 경험의 이준석 후보만이 아니더라도 그 연령대는 국정 운영과 사회공동체 관리에서 일정한 지향점을 충분히 가질 나이다.
본의 아니게 장황해졌다. 우리 사회는 예전보다 연공서열을 덜 따진다 해도 아직은 '관록이 실력'이란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 제 아무리 인사이트가 뛰어난 사람이라도 큰 조직에서 다양한 이해충돌 상황을 조정하며 공동의 선(善)을 향해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그런 일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해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실력은 될지 몰라도 조직을 한단계 혁신하는 쪽으로 이끌 분출하는 에너지를 과연 얼마나 가졌을 지는 의문이다. '관록'이 있다는 것은 안정적인 관리모드가 더 편하게 느껴질 나이란 얘기와 같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급변하는 요즘 시대에 그 유용성은 예전만 못하다.
이 글은 이준석 후보를 옹호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어쩌다 '꼰대'의 심정이 돼버린 4050이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할 시대적 전환을 맞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기자를 포함해 그 나이엔 세상을 다 아는 듯 거침없고, 일부 시행착오를 겪지만 개인적, 조직적으로 큰 자산으로 남은 경험들이 있다. 그런 점에서 바라봐야 할 정치권의 변화다. 마침 우리의 '젊은 피'들은 586처럼 운동권 출신에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 미안함 같은 감정은 없다. 빚이 없으니 꿀릴 일도 없고, 당당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주장이라면 주저하며 대응 자체를 어려워하고, 한편으론 법제도의 원칙과 절차의 중요성을 훼손하는 지금의 여권과 우리 사회의 타성을 변모시킬 기회이기도 하다.
장규호 논설위원
첫번째 핑계는 공교롭게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586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이 야당 대표 선거에 영향을 미친 점이다. 다음으로 4·7 재·보궐선거의 여당 참패가 곧, 야당이 잘해서 얻은 승리라는 등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국민의힘 내부적으로도 겸허히 받아들인 결과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상으로 '꼰대 정당' 이미지가 강하고, 과거 '차떼기 정당'의 비리와 부패 이미지를 완전히 벗지 못하고, 계파정치의 갈등이 상존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혁명적 변화 없이는 내년 대선 승리를 장담키 어려운 상황을 당 안팎에선 이미 감지했다.
딱히 쇄신의 기풍을 일으킬 세력도, 계기도 없던 차에 '0선(選)'의 이준석, 초선의 김웅·김은혜 의원이 말 그대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이들 3인방의 도전에 경의와 감사를 표해야 할 정도다. 원조 '개혁 소장파'라 불리는 정병국 전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때는 감히 당대표에 도전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다"며 박수를 보냈다.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 20~30대 젊은 세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덕도 봤다.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에 올라탈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고 주식과 코인으로 몰려든 이들이 재보선에서 전통적 연령대 투표와는 다르게 표를 행사한 게 컸다. 당연히 진보·개혁적 정당에 표를 던질 줄 알았던 그들이 문재인 정부의 가식적인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에 '신물 난다'는 식으로 등을 돌렸으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이미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때부터 조짐은 보였다. 평등(equality)이 아닌 공정(fairness)을 중시하는 세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보다 '역사적 경험치가 낮아서 그렇다'는 평가를 내렸다가 역풍을 맞은 것도 시대의 변화를 실감케 하는 사건이다.
이런 '이준석 신드롬'이 우리 사회의 큰 흐름을 바꿀 저류(低流)가 될 지, '찻잔 속 태풍'에 머무를 지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쉽지 않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기성세대인 40~60대들이 과연 '젊은 피'의 등장을 얼마나 수용하려고 할지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제까지 정치라는 창(窓)을 통해 '이준석 신드롬'을 봤다면, 방향을 돌려 우리 각자의 개인사와 비교해 바라볼 필요도 있다. 과연 이 연령대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목소리를 조율하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기에 그렇게 모자란 나이인지, 준비가 안된 건지 따져보자는 것이다. 그 연령대를 이미 거쳐 온 40~50대라면 더욱 솔직한 심정으로 생각해볼 일이다.
먼저 만 36세를 넘은 나이라면 직장생활 10년차 정도는 된다. 기업의 과장급이라 보면 업무숙련도는 이미 충분하고, 팀웍에서 중추를 담당하며, 새로운 변화를 엄청나게 시도할 연령대다. 어떤 조직이든 이 연령대가 어떻게 일을 벌이느냐에 미래가 달렸다. 언로(言路)를 뚫어줘 하의상달되는 경험을 만들어주고, 변화와 혁신을 '거세'하지 않으며, 장차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을 느끼게 되면 그 조직은 성공의 길을 걷게 된다. 직장생활을 20~30년 했다는 4050의 '경륜'이 과거만큼 대우받을 그런 경쟁환경도 아니고, 시대의 변화 속도는 못따라갈까봐 간담이 서늘해지는 게 요즘이다. 이들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때 4050도 안도할 수 있고, 이들과 호흡을 맞추려 한다.
만약 이들이 창업에 나섰다면 그 경험치 10년은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만큼 소중할 것이다. 첫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해도 장차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새 투자자를 연결하고, 코스닥 같은 증시에 상장하려는 노력을 통해 '죽음의 크레바스'를 건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과거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업체를 운영하며 국가경영의 기본 자질을 많이 배양할 수 있었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월급날 늦지 않게 직원 월급을 지급하고, 재무상태에 이상 없게 회사를 이끌고, 투자를 유치하고, 거래소에 상장하는 이 모든 과정은 회사의 크기와 국가라는 이해관계가 중첩된 공간이 다를 뿐 운영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안 대표의 생각이다. 창업자들의 돈주고도 못살 벤처기업 운영 경험과 노하우는 정치 공간에서도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요즘 만혼(晩婚)이 대세이지만, 예전 같으면 이들은 가정에선 결혼 5년차, 내집을 장만하려고 발버둥 칠 나이다. 아이들을 하나 둘 낳으면서 정(情)을 어떻게 슬기롭게 '배분'하고 가정의 평화를 위해 어떤 관리노력이 필요한 지 경험하게 된다. 내집마련을 포함해 경제적 안정을 위한 왕성한 정보수집과 과단성 있는 투자 결정, 그리고 책임있는 가계 운영을 하게 되는 나이다. 조금 넓혀보면 공교육과 사교육의 문제를 바로 현장에서 겪게 되고, 무주택 서민의 설움을 경험하고, 노후를 준비하면서 각종 사회보험과 공공부조의 문제점도 접할 수 있다.
더 중요하게는 국가와 정부의 역할, 민간과의 관계 설정, 경제정책의 운용 원칙, 국제사회에서 대외관계의 원칙 등에 대한 철학과 가치체계는 이미 30대 중반이면 다 형성됐을 나이다. 20대 때부터 사실상 정치를 해온 586들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 정도 나이면 더이상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을 자신만의 관념 틀과 고집 또한 갖게 된다. 정치권 10년 경험의 이준석 후보만이 아니더라도 그 연령대는 국정 운영과 사회공동체 관리에서 일정한 지향점을 충분히 가질 나이다.
본의 아니게 장황해졌다. 우리 사회는 예전보다 연공서열을 덜 따진다 해도 아직은 '관록이 실력'이란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 제 아무리 인사이트가 뛰어난 사람이라도 큰 조직에서 다양한 이해충돌 상황을 조정하며 공동의 선(善)을 향해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그런 일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해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실력은 될지 몰라도 조직을 한단계 혁신하는 쪽으로 이끌 분출하는 에너지를 과연 얼마나 가졌을 지는 의문이다. '관록'이 있다는 것은 안정적인 관리모드가 더 편하게 느껴질 나이란 얘기와 같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급변하는 요즘 시대에 그 유용성은 예전만 못하다.
이 글은 이준석 후보를 옹호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어쩌다 '꼰대'의 심정이 돼버린 4050이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할 시대적 전환을 맞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기자를 포함해 그 나이엔 세상을 다 아는 듯 거침없고, 일부 시행착오를 겪지만 개인적, 조직적으로 큰 자산으로 남은 경험들이 있다. 그런 점에서 바라봐야 할 정치권의 변화다. 마침 우리의 '젊은 피'들은 586처럼 운동권 출신에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 미안함 같은 감정은 없다. 빚이 없으니 꿀릴 일도 없고, 당당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주장이라면 주저하며 대응 자체를 어려워하고, 한편으론 법제도의 원칙과 절차의 중요성을 훼손하는 지금의 여권과 우리 사회의 타성을 변모시킬 기회이기도 하다.
장규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