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지 않지만 어울리는 원베일리와 떡볶이[이송렬의 맛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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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대어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치솟는 집값 속 착한 가격의 떡볶이
치솟는 집값 속 착한 가격의 떡볶이
![어울리지 않지만 어울리는 원베일리와 떡볶이[이송렬의 맛동산]](https://img.hankyung.com/photo/202106/01.26412180.1.jpg)
인류 역사를 통틀어 생존의 기본이 되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본. 맞습니다. 의(衣)·식(食)·주(住)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생 숙원인 '내 집 마련'. 주변에 지하철은 있는지, 학교는 있는지, 백화점은 있는지 찾으면서 맛집은 뒷전이기도 합니다. '맛동산'을 통해 '식'과 '주'를 동시에 해결해보려 합니다.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초구에서도 한강 근처에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촌입니다. 동네에 걸맞은 재건축 대어(大漁)가 들어설 예정인데요. 삼성물산이 신반포3차, 경남아파트 자리(반포동 1-1번지 일대)에 공급하는 래미안 원베일리(원베일리)입니다. 지하 4층~지상 35층 규모로 지어지는 이 단지는 총 2990가구가 들어올 예정입니다.
맛집 기준은 기자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맛집을 찾는 기준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습니다. 맛집으로부터 어떠한 금액도 받지 않은 '내돈내먹'(자신의 돈으로 직접 사 먹는 것)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원베일리가 들어서는 곳까지 직접 걸어봤습니다. 왕복 6차선 도로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높게 서 있는 아파트들을 구경하다 보니 2~3분도 채 되지 않아 원베일리 공사 현장이 나타납니다. '역세권에 사는 게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이 한 번 더 들었습니다.

'학군'도 장점입니다. 계성초와 신반포중이 인근에 있고 반포초와 반포중도 걸어서 통학이 가능합니다. 길을 건너면 래미안 퍼스티지 단지 안에 잠원초가, 옆으로는 세화여중, 세화여고, 세화고가 있습니다. 모두 강남 8학군에 속합니다.
학교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죠? 맞습니다 바로 떡볶이입니다. 강남 8학군에 있는 학생들이라도 방과 후 떡볶이는 못 참습니다. 집값이 상승하면 주변에 있는 인프라도 함께 수준을 높인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소비수준이 올라가서인데요. 하지만 추억의 맛을 지키는 식당이 있습니다.
![어울리지 않지만 어울리는 원베일리와 떡볶이[이송렬의 맛동산]](https://img.hankyung.com/photo/202106/01.26540014.1.jpg)
![어울리지 않지만 어울리는 원베일리와 떡볶이[이송렬의 맛동산]](https://img.hankyung.com/photo/202106/01.26540085.1.jpg)
무침 군만두를 먹다 보니 떡볶이도 알맞게 익었습니다. 일반적인 떡볶이와 달리 국물 색깔이 약간 거무튀튀합니다. 소스에 춘장이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이 가게 소스는 달콤함과 더불어 약간의 매콤함이 있습니다. 쫄면 사리가 더 불기 전에 얼른 건져먹습니다. 즉떡을 즐겨 찾지 않은 이유는 소스가 떡이나 어묵, 사리에 잘 베어들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 집은 다릅니다. 쫄면은 달큰한 소스를 이미 한껏 품었고 냄비에 담겨 있는 다른 재료들도 빠르게 소스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떡볶이 주인공인 떡과 어묵을 건져먹습니다. 쌀떡이 아닌 밀떡을 쓰기 때문에 더 쫄깃합니다. 냄비가 열전도율이 높아 빠르게 온도가 올라가면서 떡이 냄비 바닥에 눌어붙습니다. 살짝 눌은 떡을 떼먹는 것도 하나의 재미입니다. 탄수화물의 민족답게 마무리도 탄수화물로 합니다. 떡볶이를 다 먹은 뒤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았습니다. 배신하지 않는 맛입니다.
![어울리지 않지만 어울리는 원베일리와 떡볶이[이송렬의 맛동산]](https://img.hankyung.com/photo/202106/01.26540017.1.jpg)
'원베일리'에서 베일리(Bailey)는 중세 유럽 시대에 성의 영주와 가족들이 거주한 성의 중심부라는 뜻입니다. 부촌인 반포동에서도 최고(ONE)가 되겠다는 뜻이죠. 부촌인 반포동과 서민을 대변하는 떡볶이. 반포동은 이제 떡볶이와 어울리지 않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이곳 오래된 떡볶이집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앞으로도 동네 주민들을 반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