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휩쓴 한국인…BTS와 함께 이들이 있었다 [김수현의 THE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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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또 빌보드 정상 차지…K클래식 성과도 '주목'
피아니스트 임현정, '한국인 최초'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
선우예권도 1위 자리 올라…이루마 앨범 23주간 '정상'
피아니스트 임현정, '한국인 최초'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
선우예권도 1위 자리 올라…이루마 앨범 23주간 '정상'
방탄소년단(BTS)이 신곡 '버터'(Butter)로 또 한 번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정상에 오르는 새 역사를 썼습니다. BTS의 곡이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해 8월 발매한 '다이너마이트'(Dynamite), 같은 해 11월에 내놓은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BTS가 다른 가수와 협업한 피처링 곡 '새비지 러브'(Savage Love)까지 포함하면, 빌보드 1위에 오른 BTS의 곡은 무려 4곡에 달합니다. 빌보드 역사상 1년 안에 4곡을 핫100 1위에 올린 가수는 BTS를 포함한 7명이 전부죠.
더 놀라운 것은 BTS가 핫 100 차트 1위에 진입하는 속도입니다. 이번 신곡 '버터'는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정상 자리를 차지한 역대 54번째 곡으로 기록됐습니다. 빌보드 차트 데뷔와 동시에 1위 자리에 오른 곡이 3곡 이상인 그룹은 현재까지 BTS가 유일하다고 하죠.
그야말로 K팝이 세계 음악의 중심에 섰다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 그렇다면 빌보드에서 한국인이 석권하는 분야는 K팝이 전부일까요? 오늘은 세계 음악 시장에서 K팝 못지않게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인 음악가들, 이른바 'K클래식'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들을 소개합니다.
먼저 한국인 최초로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 자리에 이름을 올린 인물입니다. 바로 피아니스트 임현정인데요. 심지어 생애 첫 앨범이 1위에 오르면서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첼리스트 요요마 등 유명 음악가를 단숨에 뛰어넘었습니다. 이는 파격적인 시도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낸 결과로 풀이됩니다. 임현정은 신예 피아니스트로서는 처음으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단숨에 음악계 스타로 올라선 겁니다. 이 계기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임현정은 국제 음악 콩쿠르 입상이 아니라 유튜브 채널를 통해 대중에게 인기를 얻었습니다. 당시 임현정은 '왕벌의 비행'을 기존 템포보다도 2배 빠르게 연주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대중의 관심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은 본래 빠른 템포로 악명이 높았는데, 기존보다 더 빨리 연주하는 파격을 선보인 것이죠.
이를 계기로 임현정은 세계적인 클래식 매니지먼트 회사인 '해리슨 패럿', 유명 음반 기획사 'EMI' 등과 계약을 체결하고 음반·공연 활동을 이어가면서 명성을 떨쳤죠. 물론 우수한 실력을 이미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임현정은 16살에 파리 국립음악원에 최연소 입학해 3년 만에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인물입니다. 이후 한국인 최초로 퀸 엘리자베스 국립음악원의 최고 연주자 과정에 합격한 뒤, 벨기에 국가 장학생으로까지 선발되면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게 됩니다.
선우예권은 2017년 우승한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음반으로 미국 빌보드의 클래식 정통(고전)앨범 분야 1위를 차지합니다. 당시 미국에서 선우예권에 대한 환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고 하죠. 세계적 권위의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쥔 건 선우예권이 한국인 최초 사례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음반에는 하이든 소나타 C 장조 호보켄 48번, 슈베르트-리스트 가곡 리타나이,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2번,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의 무장한 남자 주제에 의한 토카타, 라벨의 라 발스 등 선우예권이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실황 녹음이 그대로 실렸죠. 선우예권의 뛰어난 기량이 세계인들의 인정을 받은 것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처음은 아닙니다. 그는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방돔 프라이즈(베르비에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1위를 기록했습니다. 윌리엄 카펠·플로리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 등에서도 석권하면서 한국인 피아니스트 최다 국제 콩쿠르 우승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죠.
이들이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빌보드를 석권했다면, 한국인이 직접 작곡한 K클래식으로 돌풍을 일으킨 인물도 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루마의 10주년 기념 앨범 '더 베스트 레미니선트'(The Best Reminiscent 10th Anniversary)는 지난해 2월 빌보드 클래식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뒤, 무려 23주간 정상 자리를 지키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앨범이 2011년 발표한 지 9년이 지난 앨범이라는 겁니다. 일명 '차트 역주행' 신화를 일으키며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것이죠. 당시 이루마의 앨범은 스타워즈 OST를 작곡한 것으로 유명한 존 윌리엄스의 앨범 순위를 제치면서 다시 한번 그 위상을 증명했습니다.
이루마 데뷔 10주년 기념으로 낸 이 앨범은 그의 대표곡 '리버 플로우스 인 유'(River Flows in You), 키스 더 레인(Kiss The Rain) 등을 새롭게 다듬어 최상의 퀄리티로 재녹음한 음악을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이루마의 감성이 집결된 앨범이라 할 수 있겠죠. 때문에 이루마는 앨범이 역주행한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로를 받길 원하는 이들이 많아진 영향을 꼽기도 했습니다. 앨범 속 음악은 넷플릭스의 '칠링 어드벤처 오브 사브리나'(Chilling Adventures of Sabrina), 미국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 등 다양한 작품에 사용되며 지금까지도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그의 앨범은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과 말레이시아에서도 10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플래티넘 어워드를 달성하기도 했죠.
전 인구가 5000만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에서 태어나 세계의 벽을 허문 한국인 음악가들. 이들의 성과를 보면서 그 안에 담긴 무수한 연습 시간과 테크닉에 대한 고민, 음악적 표현에 대한 진실성을 느낀다면 우리는 그들의 음악을 조금 더 마음 깊이 느끼고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결코 쉽지 않았을 길을 걸어온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앞으로도 당신들의 행보를 묵묵히 응원합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BTS가 다른 가수와 협업한 피처링 곡 '새비지 러브'(Savage Love)까지 포함하면, 빌보드 1위에 오른 BTS의 곡은 무려 4곡에 달합니다. 빌보드 역사상 1년 안에 4곡을 핫100 1위에 올린 가수는 BTS를 포함한 7명이 전부죠.
더 놀라운 것은 BTS가 핫 100 차트 1위에 진입하는 속도입니다. 이번 신곡 '버터'는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정상 자리를 차지한 역대 54번째 곡으로 기록됐습니다. 빌보드 차트 데뷔와 동시에 1위 자리에 오른 곡이 3곡 이상인 그룹은 현재까지 BTS가 유일하다고 하죠.
그야말로 K팝이 세계 음악의 중심에 섰다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 그렇다면 빌보드에서 한국인이 석권하는 분야는 K팝이 전부일까요? 오늘은 세계 음악 시장에서 K팝 못지않게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인 음악가들, 이른바 'K클래식'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들을 소개합니다.
피아니스트 임현정, 빌보드 클래식 1위…'한국인 최초'
클래식의 주 무대이자 원류인 서양에서 한국인 음악가들이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높게 평가될 가치가 있습니다. 이미 퀸 엘리자베스·차이콥스키 등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명성을 떨친 한국인 음악가들도 많습니다. 빌보드 차트에 초점을 두고 K클래식을 밝힌 이들을 주목해보겠습니다.먼저 한국인 최초로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 자리에 이름을 올린 인물입니다. 바로 피아니스트 임현정인데요. 심지어 생애 첫 앨범이 1위에 오르면서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첼리스트 요요마 등 유명 음악가를 단숨에 뛰어넘었습니다. 이는 파격적인 시도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낸 결과로 풀이됩니다. 임현정은 신예 피아니스트로서는 처음으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단숨에 음악계 스타로 올라선 겁니다. 이 계기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임현정은 국제 음악 콩쿠르 입상이 아니라 유튜브 채널를 통해 대중에게 인기를 얻었습니다. 당시 임현정은 '왕벌의 비행'을 기존 템포보다도 2배 빠르게 연주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대중의 관심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은 본래 빠른 템포로 악명이 높았는데, 기존보다 더 빨리 연주하는 파격을 선보인 것이죠.
이를 계기로 임현정은 세계적인 클래식 매니지먼트 회사인 '해리슨 패럿', 유명 음반 기획사 'EMI' 등과 계약을 체결하고 음반·공연 활동을 이어가면서 명성을 떨쳤죠. 물론 우수한 실력을 이미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임현정은 16살에 파리 국립음악원에 최연소 입학해 3년 만에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인물입니다. 이후 한국인 최초로 퀸 엘리자베스 국립음악원의 최고 연주자 과정에 합격한 뒤, 벨기에 국가 장학생으로까지 선발되면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게 됩니다.
선우예권, 국제 콩쿠르 우승 앨범 '석권'…이루마는 23주간 빌보드 1위
미국 클래식 음악계의 센세이션을 일으킨 또다른 한국인은 누구일까요. 클래식 애호가라면 모를 수 없는 최고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입니다.선우예권은 2017년 우승한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음반으로 미국 빌보드의 클래식 정통(고전)앨범 분야 1위를 차지합니다. 당시 미국에서 선우예권에 대한 환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고 하죠. 세계적 권위의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쥔 건 선우예권이 한국인 최초 사례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음반에는 하이든 소나타 C 장조 호보켄 48번, 슈베르트-리스트 가곡 리타나이,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2번,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의 무장한 남자 주제에 의한 토카타, 라벨의 라 발스 등 선우예권이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실황 녹음이 그대로 실렸죠. 선우예권의 뛰어난 기량이 세계인들의 인정을 받은 것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처음은 아닙니다. 그는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방돔 프라이즈(베르비에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1위를 기록했습니다. 윌리엄 카펠·플로리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 등에서도 석권하면서 한국인 피아니스트 최다 국제 콩쿠르 우승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죠.
이들이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빌보드를 석권했다면, 한국인이 직접 작곡한 K클래식으로 돌풍을 일으킨 인물도 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루마의 10주년 기념 앨범 '더 베스트 레미니선트'(The Best Reminiscent 10th Anniversary)는 지난해 2월 빌보드 클래식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뒤, 무려 23주간 정상 자리를 지키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앨범이 2011년 발표한 지 9년이 지난 앨범이라는 겁니다. 일명 '차트 역주행' 신화를 일으키며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것이죠. 당시 이루마의 앨범은 스타워즈 OST를 작곡한 것으로 유명한 존 윌리엄스의 앨범 순위를 제치면서 다시 한번 그 위상을 증명했습니다.
이루마 데뷔 10주년 기념으로 낸 이 앨범은 그의 대표곡 '리버 플로우스 인 유'(River Flows in You), 키스 더 레인(Kiss The Rain) 등을 새롭게 다듬어 최상의 퀄리티로 재녹음한 음악을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이루마의 감성이 집결된 앨범이라 할 수 있겠죠. 때문에 이루마는 앨범이 역주행한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로를 받길 원하는 이들이 많아진 영향을 꼽기도 했습니다. 앨범 속 음악은 넷플릭스의 '칠링 어드벤처 오브 사브리나'(Chilling Adventures of Sabrina), 미국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 등 다양한 작품에 사용되며 지금까지도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그의 앨범은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과 말레이시아에서도 10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플래티넘 어워드를 달성하기도 했죠.
전 인구가 5000만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에서 태어나 세계의 벽을 허문 한국인 음악가들. 이들의 성과를 보면서 그 안에 담긴 무수한 연습 시간과 테크닉에 대한 고민, 음악적 표현에 대한 진실성을 느낀다면 우리는 그들의 음악을 조금 더 마음 깊이 느끼고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결코 쉽지 않았을 길을 걸어온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앞으로도 당신들의 행보를 묵묵히 응원합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