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 구보타 가요 씨는 올해 50세다. 어느 분야에서든 베테랑으로 불리기 어색하지 않은 나이다. 그런데도 초등학교 개학일인 지난 4월 지바현 요코도초등학교 교단에 선 그의 얼굴은 긴장으로 상기돼 있었다. 교사로서 출근한 첫날이었기 때문이다. 지바현은 2018년부터 교원 임용시험 연령 제한을 없앴다. 50세 새내기 교사가 탄생한 배경이다.

구보타 씨에게 올해는 가슴 벅찬 한 해지만 사이타마현의 교장과 교감들은 악몽의 한 해로 기억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교사의 정년퇴직과 육아휴직으로 올해 사이타마현에서만 초·중학교 교사 99명이 부족해서다. 개학 때까지 빈자리를 채우지 못해 교장과 교감이 담임교사를 겸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통신문 직접 고치는 교장

젊은 교사들이 작성한 가정통신문을 첨삭하는 일도 교장과 교감의 가욋일이 됐다. 일부 지방 사립대 출신 교사는 가정통신문을 제대로 못 쓸 정도로 수준 이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과 과정이 어려운 고학년은 젊은 교사에게 맡길 엄두도 못 낸다고 일선 교장들은 하소연한다.

이들은 교사 부족 해소를 이유로 일본 정부가 전국 사립대 190곳에 무분별하게 교원양성과정 개설을 허용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정원 채우기도 버거운 일부 사립대가 학력을 불문하고 학생을 뽑다 보니 수준 미달 교사가 쏟아진다는 것이다.

교사의 인기가 높은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교사가 기피 직업이 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가 심각하다. 지난해 교원 채용시험에서 공립 초등학교의 전국 평균 경쟁률은 2.7 대 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국 61개 교육위원회 가운데 13개 지역에서 경쟁률이 2 대 1을 밑돌았다.

한때 일본에서도 교사는 인기 직업이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교사 채용 경쟁률은 12.5 대 1이었다. 올해 교사 채용 인원이 1만6693명으로 2000년보다 5배 늘었는데 오히려 지원자는 4만4700명으로 1500명 줄었다.

교직 희망자가 급감한 것은 최악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때문이다. 살인적인 업무량에 비해 낮은 급여 수준, 극성스러운 학부모 등도 교사직 기피 요인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저출산 영향으로 초등학생 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1980년대 후반부터 국립대 교원양성과정 입학정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당시만 해도 합리적인 정책으로 보였다. 하지만 일본의 2차 베이비붐(1971~1974년생) 세대를 가르치기 위해 대량 채용한 교사들이 최근 수년 새 한꺼번에 정년을 맞으면서 일시적으로 교사 부족 현상이 일어났다.

교육환경 변화도 예상하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50명 안팎인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를 앞으로 5년간 35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가 1만3500명 이상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학습지도 요강을 적용하는 올해부터 교사 수준을 높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고학년부터 영어가 의무교육이 됐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나 정보통신기술(ICT) 교육 등이 추가됐다.

뒤늦게 문제를 인식한 일본 정부는 2000년대 들어 교사를 늘리는 쪽으로 정책을 180도 바꿨다. 사립대학도 초등학교 교원양성 과정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해 지난해까지 190개 사립대가 관련 과정을 열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교사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정부 의도와 달리 교사의 양과 질이 모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야근은 과로사, 수당은 모기 눈물”

교사들의 사기도 떨어졌다. 일은 많고 처우는 열악해서다. 일본 초·중학교 교사의 근무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길다. 담임교사가 대부분의 수업을 담당하는 초등학교는 수업 준비에 주당 8.6시간을 쓴다. 중·고교 교사는 서클활동을 지도하느라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불만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과로사 수준의 야근에 시달리는데 야근수당은 모기 눈물만큼”이라고 토로했다. 20대 교사가 한 달에 80시간 야근해도 손에 쥐는 수당은 1만엔(약 10만1228원)에 불과하다. 같은 조건이라면 30대 교사는 1만5000엔을 받는다. 민간기업 취업이 쉬워진 것도 교직의 인기를 떨어뜨린 요인이 됐다.

지난 3월 문부과학성이 학생들에게 교직의 매력을 홍보할 목적으로 개설한 트위터는 원래 취지와 달리 현직 교사들의 성토장이 됐다. ‘몬스터 페어런츠’라고 불리는 극성 부모의 민원 때문에 밤 11시까지 귀가하지 못한 사례나 선생님 사이에서 이지메(따돌림)와 성희롱 등이 빈번하다는 고발이 이어졌다.

올해 국립대학 교원양성학부를 졸업하고도 일반 기업에 취직한 한 청년은 요미우리신문에 “휴가를 제대로 쓸 수 없고 열심히 가르쳐도 학부모에게 욕을 먹는 등 근무 환경이 좋지 않아 보여 진로를 바꿨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교사를 확보하려는 일본 교육당국이 내놓은 고육책이 연령 제한 철폐다. 교원양성학과를 졸업했지만 결혼 등을 이유로 교사의 길을 택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것이다. 2018년 연령 제한을 49세로 완화한 사가현은 올해 경쟁률이 전국 꼴찌를 기록하자 연령 제한을 아예 없애기로 했다.

연령 제한을 폐지한 지역은 2011년 15곳에서 지난해 41곳으로 늘었다. 한 명이라도 더 지망생을 확보하기 위해 시험 일정을 조정한 지역도 있다. 간토 지역은 도쿄도와 수도권 6개 현이 매년 7월 두 번째 일요일에 1차 시험을 치른다. 하지만 간토 지역 경쟁률 꼴찌인 이바라키현은 1차 시험 일정을 다른 지역의 1차 시험 결과 발표일 이후로 조정했다.

2016년 경쟁률 꼴찌였던 고치현은 입도선매 전략을 택했다. 2018년부터 전국에서 가장 이른 6월 하순에 1차 시험을 치른다. 오사카에도 시험장을 설치해 대도시 지역의 교사 지망생들이 편리하게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지난해 경쟁률이 전국 1위로 뛰어올랐다.

문부과학성은 사회인의 교원 면허 취득과 유치원 교사의 초등학교 교사 전환을 지원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가 당장 인기를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아마가사 시게루 지바대 특임교수는 “급여와 휴가제도 등 교사의 근본적인 근무 환경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일시적인 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