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곳 돌아 겨우 샀다"…2주 만에 300만개 팔린 맥주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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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수제맥주 곰표 밀맥주 6월 재판매 시작 [이슈+]
# 직장인 최은희씨(39)는 편의점 CU 점포 세 곳에 연락을 한 끝에야 '곰표 밀맥주'를 구입할 수 있었다. 최 씨는 "그동안 인기가 많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한번도 실물을 편의점 점포에서 보지 못했다. 재입고 소식을 듣고 연락을 돌린 끝에 맛보게 됐다"며 혀를 내둘렀다.편의점 CU가 대한제분의 곰표, 맥주제조사 세븐브로이와 협업해 만든 수제맥주 '곰표 밀맥주'가 점포에 다시 돌아왔다. 롯데칠성음료가 대량생산을 맡아 투입한 300만개가 2주 만에 동난 후 부랴부랴 만든 물량이 6월 들어 다시 풀린 것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에게 복고를 새롭게 해석하는 ‘뉴트로’와 이색 협업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재미를 주는 '펀슈머(fun+consumer)’를 더한 흥행 공식이 곰표 밀맥주에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곰표 밀맥주의 귀환…시장 1위 신기록 인기 이어져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U는 지난 1일 추가 생산한 곰표 밀맥주 물량을 각 점포에 공급했다.곰표 밀맥주는 그동안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해 점포에서 만나기 쉽지 않았다. 월평균 20만개 판매에 그치던 판매량은 지난 4월 롯데칠성음료가 위탁생산한 물량을 300만개 투입하며 대량공급을 시작, 수직상승했다.
당시 300만개가 2주 만에 품절됐고, 물량을 투입한 직후 편의점 캔맥주 시장 1위로 직행하는 기염을 토했다. CU가 지난 4월 29일 물량을 증량해 공급한 후 불과 이틀 만에 곰표 밀맥주는 해당 편의점에서 국산과 수입 맥주를 통틀어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편의점 맥주 시장에서 기존 강자를 밀어내고 단독 판매하는 협업 제품이 1위에 오르는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CU는 곰표 밀맥주의 하루 평균 판매량은 17만개, 최고 판매량은 26만개에 육박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CU는 전했다. 지난 4월 300만개가 풀린 당시 2주간 판매량은 지난해 월 평균 판매량(20만개)으로 환산하면 무려 30배나 높은 수치다.
5월 중순부터 품절로 점포에서 자취를 감췄던 곰표 밀맥주는 생산기간인 약 2주 만에 점포에 나왔다. 6월에도 이같은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CU 공식 계정에는 점포 관계자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이 "입고를 많이 해달라"며 "일하면서 '곰표 맥주 있나요'를 하루에 10번 넘게 듣는다"는 덧글을 달았다.
이승택 BGF리테일 음용식품팀 상품기획자(MD)는 “팝콘으로 시작된 곰표와의 협업을 맥주에 적용한 결과가 빛을 발했다"며 “(곰표 밀맥주가) 엄청나게 팔리는 (속도가) 무섭다"고 말했다.
곰표만 있나 말표·유동골뱅이도 있다…뉴트로가 '대세'
히트를 친 이색 협업 맥주의 선두주자에는 곰표뿐만 아니라 말표도 있다. 곰표의 성공을 톡톡히 누린 CU는 지난해 10월 '말표 흑맥주'를 내놔 누적 약 300만개(5월 말 기준)를 팔았다.이는 복고를 새롭게 해석하는 ‘뉴트로’와 이색 협업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재미를 주는 '펀슈머’의 결합이 유통가 흥행 공식으로 자리잡은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주요 편의점에서 선보인 협업 맥주는 레트로뿐 아니라 '탈개연성'이 특징이다. 과거 복고풍 브랜드의 소환에 더해 관계 없는 브랜드와 손잡아 이색적인 재미를 꾀한 점이 돋보인다.
편의점 GS2가 선보인 수제맥주 중에서는 '금성맥주'가 이같은 공식의 대표주자다. 해당 편의점이 자사 수제맥주 랜드마크 시리즈 1탄으로 선보인 이 제품은 금성사(현재 LG전자)의 옛 상표(골드스타)를 달고 있다. 캔 디자인에 ‘기술의 상징 골드스타(Goldstar):순간의 선택이 오늘을 좌우합니다’란 문구를 담아 재미를 더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1월 유동골뱅이와 협업해 골뱅이맥주를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당시 수제맥주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끌었다. 올해 3월에는 롯데제과의 스테디셀러 껌 ‘쥬시후레쉬’와 협업한 ‘쥬시후레쉬맥주’를 내놨다.
이같은 전략은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 활동에 적극적인 MZ세대 소비자를 잡기 위해서다. SNS에 올릴 만한 재미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보유한 다방면의 기업들과 손을 잡게 된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SNS에 올려 타인에게 자랑하거나 재미를 나눌 수 있는 요인이 있어야 MZ세대에게 인기를 끌 수 있다. 이에 관련성이 높지 않은 상품 간 엉뚱한 협업이 더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기업들이 주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조한상 제일기획 베타 인스티튜트 팀장은 "제품 포화 시장에서 새롭고 신선한 재미를 향한 소비자 욕구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 간 협업 마케팅은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 오랫동안 비접점 소비자로 남아있던 고객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등의 장점들을 고려하면 협업 마케팅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