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을 때도 그냥 먹죠"…군 급식 현장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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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급식 르포] 돈·인력·메뉴가 핵심
경기 고양 공군 3여단 방공포대
4명이 190여명 부대원 식사 준비 中
"예산 인력 부족하고 장병 입맛 뚜렷"
軍 7월부터 日식비 1만원, 장병들 '기대감'
경기 고양 공군 3여단 방공포대
4명이 190여명 부대원 식사 준비 中
"예산 인력 부족하고 장병 입맛 뚜렷"
軍 7월부터 日식비 1만원, 장병들 '기대감'
지난 3일 오후 4시 경기 고양의 공군 3여단 모 방공포대 조리실. 4명의 급양병(취사병)이 약 190여명 장병들의 저녁 식사 준비를 시작한 지 30분쯤 지났다. 한쪽으로 차곡차곡 쌓여가는 야채들. 소독과 물청소가 이뤄진 듯 바닥은 축축하다. 실제로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깨끗하다.
휴가 복귀 장병들에 대한 부실 도시락에서 불거진 군내 급식 문제는 국민들의 우려과 비난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국방부는 4월 대책 발표에 이어 지난 3일 '장병 생활여건 개선 전담팀(TF)' 첫 회의를 열고, 다음달부터 장병 1인당 하루 급식단가를 8790원(끼니당 2930원)에서 1만원(약 33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750억원의 추가 예산이 투입된다.
한국경제신문이 한 작은 공군 부대에서 조리-배식 과정을 직접 지켜봤다. 결국 문제는 '돈' '인력' '메뉴'로 요약된다. 더 많은 조리인력이, 더 좋은 식재료를, 더젊은 MZ세대 입맛에 맞게 공급하면 된다는 얘기다. 예산과 인력 자원에 제한이 따르는 군 현실에서 앞으로 어떤 개선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결국 4명이 190여명의 저녁식사를 만든다. 1인당 약 50명분의 끼니를 준비하는 셈. 그래도 70여명을 웃도는 육군보단 상황이 낫다고 했다. 민간 조리원 1명은 양념배합과 맛보기를 돕는다. 이날의 메뉴는 밥과 호박된장찌개, 돼지불고기, 쌈, 김치 그리고 참외(후식).
"근무 강도는 힘든 편인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먹는 양이 달라 양 조절이 가장 어렵습니다. 음식은 만드는 사람의 컨디션(상태)이 좋아야 맛도 좋은데…. 조리인력이 지원되면 좋죠. 그나마 설거지 근무자들이 설거지만 해줘도 도움이 됩니다. (맛을 향상시키려면) 양질의 재료가 필요하고, (장병들 기호에 대한) 설문조사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급양병들은 오전 6~8시(조식), 오전 9시 30분~오후 12시 30분 혹은 1시(중식), 오후 3시 30분~6시 30분(석식)에 식사준비를 한다.
장병들의 선호도는 뚜렷하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닭고기 등 육류와 소시지 등 가공식품류를 좋아한다. 반면 매운탕이나 해물, 생선, 나물 등 야채는 비선호 음식이다. 잔반량도 늘어난다.
국방부 관계자는 "각 급양대의 영양사들이 영양분 등을 고려해 짠 식단은 장병들의 선호도와 차이가 난다"고 귀뜸했다. 또다른 급양병은 연신 땀을 흘리며 이날의 주요 반찬인 돼지불고기를 삽으로 볶고 있다. 삽질이 수 백번 이어진다.
"허리, 손목 부상이나 상처가 많아요. 일주일 내내 일하죠. 그래도 하루 식비가 1인당 1만원으로 오르면 (부대) 밖 식당만큼 보다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유 상병) 오후 5시 30분 저녁식사가 시작되기 직전, 급양병들은 만약의 사태를 위해 보관해야 할 보존식을 담아 조리실로 사라졌다. 그리고 정성스레 1일 정량을 식판에 담아 식당 입구에 진열한다. 자율배식 과정에서 일부 장병이 지나치게 많은 양을 가져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경우 뒷 사람이 제대로 반찬을 먹을 수 없게 된다.
부대 관계자는 "정량 배식은 주관적"이라며 "휴가 복귀 뒤 방역차원에서 격리된 병사들의 경우 스스로 자율배식을 못하는 점, 양이 부족하거나 혹은 일부 반찬이 누락된 경우가 그래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격리장병들에겐 도시락을 포장해 가져다 줘야 하는데 음식이 식고 이동 과정에서 뒤섞일 가능성이 커져 '맛없는 부실도시락'이란 네이밍이 붙는다"고 말했다. 이날 이 부대의 격리자는 없었다.
급양관리관인 길은주 중사는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잘 됐다. 군 장병 급식비가 다음달부터 1만원까지 오르면 재료 폭이 더 넓어지고 (메뉴를) 추가로 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병들의 입맛을 보면 공격적으로 고기만 먹습니다.(웃음) 제가 먼저 나와서 신경쓰고 같이 나르고 하면 병사(급양병)들도 따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부가 관심을 쏟으면 확실히 나아지죠. 급양병 인력은 오는 8일 공군교육사에서 신병을 받아 보충할 예정입니다." 장병들이 하나 둘 식당 입구에 마련된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다. 최근 불거진 군대 부실급식 논란에 대해 장병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저는 잘 먹고 있는데 그런 뉴스를 보거나 SNS로 접할 때 안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런 부대도 있구나 했죠. 급식비 올라간다는 소식엔 더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어 긍정적이란 반응들입니다."(이예찬 상병)
이 상병은 훈련받는 장병들에겐 '건강한 음식'도 좋지만 '맛있는 음식' 위주로 나오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부대 사정이 가능하다면 군 격리자들에게 더 신경쓰고 건의·요구사항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리병이나 급양병이 부족해 저도 격리자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한 적이 있습니다. 늘 인원이 부족해 힘듭니다. 조리병들이 더 여유롭게 돌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도 많은 간부들 포함해 다들 고생하고 계셔서 감사히 잘 먹고 있습니다. " 식사 전 인터뷰에 응한 그에게 선호하지 않는 '맛없는' 반찬이 나오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또 현재 군대에서 먹고 싶은 음식도 물었다.
"맛없어도 그냥 먹어요. 그리고 순대국이요."
경기 고양=문혜정 기자
휴가 복귀 장병들에 대한 부실 도시락에서 불거진 군내 급식 문제는 국민들의 우려과 비난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국방부는 4월 대책 발표에 이어 지난 3일 '장병 생활여건 개선 전담팀(TF)' 첫 회의를 열고, 다음달부터 장병 1인당 하루 급식단가를 8790원(끼니당 2930원)에서 1만원(약 33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750억원의 추가 예산이 투입된다.
한국경제신문이 한 작은 공군 부대에서 조리-배식 과정을 직접 지켜봤다. 결국 문제는 '돈' '인력' '메뉴'로 요약된다. 더 많은 조리인력이, 더 좋은 식재료를, 더젊은 MZ세대 입맛에 맞게 공급하면 된다는 얘기다. 예산과 인력 자원에 제한이 따르는 군 현실에서 앞으로 어떤 개선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조리병 부상 시달려"…6명 정원에 4명서 190명분 조리
조리실에서 만난 유지헌 상병은 14개월째 급양병 보직을 맡고 있다. 입대전 호텔조리를 전공했다. 이 부대 급양병 정원은 총 6명. 하지만 1명은 사실상 제대했고, 1명은 휴가를 떠났다.결국 4명이 190여명의 저녁식사를 만든다. 1인당 약 50명분의 끼니를 준비하는 셈. 그래도 70여명을 웃도는 육군보단 상황이 낫다고 했다. 민간 조리원 1명은 양념배합과 맛보기를 돕는다. 이날의 메뉴는 밥과 호박된장찌개, 돼지불고기, 쌈, 김치 그리고 참외(후식).
"근무 강도는 힘든 편인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먹는 양이 달라 양 조절이 가장 어렵습니다. 음식은 만드는 사람의 컨디션(상태)이 좋아야 맛도 좋은데…. 조리인력이 지원되면 좋죠. 그나마 설거지 근무자들이 설거지만 해줘도 도움이 됩니다. (맛을 향상시키려면) 양질의 재료가 필요하고, (장병들 기호에 대한) 설문조사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급양병들은 오전 6~8시(조식), 오전 9시 30분~오후 12시 30분 혹은 1시(중식), 오후 3시 30분~6시 30분(석식)에 식사준비를 한다.
장병들의 선호도는 뚜렷하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닭고기 등 육류와 소시지 등 가공식품류를 좋아한다. 반면 매운탕이나 해물, 생선, 나물 등 야채는 비선호 음식이다. 잔반량도 늘어난다.
국방부 관계자는 "각 급양대의 영양사들이 영양분 등을 고려해 짠 식단은 장병들의 선호도와 차이가 난다"고 귀뜸했다. 또다른 급양병은 연신 땀을 흘리며 이날의 주요 반찬인 돼지불고기를 삽으로 볶고 있다. 삽질이 수 백번 이어진다.
"허리, 손목 부상이나 상처가 많아요. 일주일 내내 일하죠. 그래도 하루 식비가 1인당 1만원으로 오르면 (부대) 밖 식당만큼 보다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유 상병) 오후 5시 30분 저녁식사가 시작되기 직전, 급양병들은 만약의 사태를 위해 보관해야 할 보존식을 담아 조리실로 사라졌다. 그리고 정성스레 1일 정량을 식판에 담아 식당 입구에 진열한다. 자율배식 과정에서 일부 장병이 지나치게 많은 양을 가져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경우 뒷 사람이 제대로 반찬을 먹을 수 없게 된다.
부대 관계자는 "정량 배식은 주관적"이라며 "휴가 복귀 뒤 방역차원에서 격리된 병사들의 경우 스스로 자율배식을 못하는 점, 양이 부족하거나 혹은 일부 반찬이 누락된 경우가 그래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격리장병들에겐 도시락을 포장해 가져다 줘야 하는데 음식이 식고 이동 과정에서 뒤섞일 가능성이 커져 '맛없는 부실도시락'이란 네이밍이 붙는다"고 말했다. 이날 이 부대의 격리자는 없었다.
급양관리관, "간부부터 꼼꼼히 챙겨야"
6월부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등 육류가 10% 증량됐다. 1인당 하루 자율배식비도 200원에서 300원으로 올랐다.급양관리관인 길은주 중사는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잘 됐다. 군 장병 급식비가 다음달부터 1만원까지 오르면 재료 폭이 더 넓어지고 (메뉴를) 추가로 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병들의 입맛을 보면 공격적으로 고기만 먹습니다.(웃음) 제가 먼저 나와서 신경쓰고 같이 나르고 하면 병사(급양병)들도 따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부가 관심을 쏟으면 확실히 나아지죠. 급양병 인력은 오는 8일 공군교육사에서 신병을 받아 보충할 예정입니다." 장병들이 하나 둘 식당 입구에 마련된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다. 최근 불거진 군대 부실급식 논란에 대해 장병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저는 잘 먹고 있는데 그런 뉴스를 보거나 SNS로 접할 때 안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런 부대도 있구나 했죠. 급식비 올라간다는 소식엔 더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어 긍정적이란 반응들입니다."(이예찬 상병)
이 상병은 훈련받는 장병들에겐 '건강한 음식'도 좋지만 '맛있는 음식' 위주로 나오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부대 사정이 가능하다면 군 격리자들에게 더 신경쓰고 건의·요구사항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리병이나 급양병이 부족해 저도 격리자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한 적이 있습니다. 늘 인원이 부족해 힘듭니다. 조리병들이 더 여유롭게 돌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도 많은 간부들 포함해 다들 고생하고 계셔서 감사히 잘 먹고 있습니다. " 식사 전 인터뷰에 응한 그에게 선호하지 않는 '맛없는' 반찬이 나오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또 현재 군대에서 먹고 싶은 음식도 물었다.
"맛없어도 그냥 먹어요. 그리고 순대국이요."
경기 고양=문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