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저자, 김병규 연세대 교수
플라스틱 브랜드 전략 – ‘그린 사다리’를 차지하라
필자는 플라스틱 순환을 위한 다섯 가지 리사이클 원칙을 제안한다.

첫째, 가장 상품성이 뛰어난 제품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해야 한다(상품성의 원칙).

상품성이 높다는 것은 품질과 성능, 디자인이 모두 우수하면서도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가격대를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모든 사람이 가지고 싶어하고, 모든 사람이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이런 제품은 환경 보호라는 가치에 소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많이 판매될 수 있다.

둘째,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한 제품의 수요가 높아야 한다(수요성의 원칙).

한정 수량으로 만드는 제품이나 기념품은 기업을 홍보하고 기업에 친환경 혹은 필환경과 같은 그린 이미지를 입히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실제로 플라스틱 순환에 기여하는 효과는 미미하다.

셋째, 제품과 포장 전반에 걸쳐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전반성의 원칙).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기업의 홍보를 위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면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기업이 만드는 대부분의 제품과 포장재 전반에 걸쳐서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들은 기업이 가진 환경 보호에 대한 진정성을 느끼게 된다.

넷째,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자원을 줄이고, 부산물을 최대한 재활용해서 제품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과정성의 원칙).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제품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셍신 거장에서도 플라스틱을 순환하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재활용 플라스틱을 스스로 공급하려고 해야 한다(자급성의 원칙).

자사가 판매한 제품을 수거하거나 자국 내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최대한 수거해야 플라스틱 순환 시스템의 완전성을 높일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이 다섯 가지 원칙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기업에 진정성을 느끼고 브랜드의 팬이 될 것이다. 즉, 플라스틱을 순환시키는 것이 브랜드 팬을 만드는 최고의 브랜드 전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플라스틱 브랜드 전략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에 맞는 조직 구조를 갖춰야 한다. 기업에서는 마케팅 조직이나 PR팀에서 환경 문제를 담당하는 경우가 있다.

마케팅팀에서 친환경 메시지가 담긴 캠페인을 기획하거나 재활용 자원을 사용한 이벤트성 제품을 선보이고, PR팀에서 이런 친환경 활동에 대한 언론 보도자료를 준비한다.

하지만 마케팅팀이나 PR팀이 환경 문제를 담당한다는 것은 환경 문제를 단지 마케팅의 문제로 본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과 같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마케팅이나 PR 조직 안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플라스틱을 순환하기 위해서는 환경 문제, 재활용 플라스틱, 재활용 시스템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며, 기업이 원하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만들고 이를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도 필요하다.

또한 제품 생산 과정 역시 관리해야 하고, 기업 내부의 자원 사용과 일회용품 관리도 해야 한다. 따라서 환경 문제와 관련된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별도의 전담 조직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경쟁자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브랜드 전략의 핵심은 소비자의 마음속에 강한 믿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소비자의 마음속에 특정 브랜드에 대한 강한 믿음이 형성되면 소비자들은 자신의 믿음을 강화시켜주는 정보만 처리하게 되고, 믿음과 맞지 않는 정보는 거부하게 된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믿음은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브랜드가 강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고, 그 가치에 있어서 최고의 브랜드라는 믿음을 만들어내야 한다.

‘환경’이라는 가치는 지금까지 많은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도 환경이라는 영역에서 자신의 기업이 최고라는 믿음을 주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환경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하나의 가치에 대해서 하나의 브랜드만을 최고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즉, ‘환경’이라는 가치에 있어서 여러 브랜드가 동시에 최고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브랜드 포지셔닝 개념을 정립한 잭 트라우트(Jack Trout)와 알 리스(Al Ries)는 이를 ‘사다리’와 같다고 표현했다.

사다리 위에 누군가 올라가 있으면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을 제치고 위로 올라갈 수 없듯이, 브랜드도 이미 한 브랜드가 특정 가치에 있어서 최고로 인식되고 있으면 다른 브랜드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환경이라는 가치는 아직 아무도 오르지 않은 사다리와 같다. 아웃도어 의류 분야에서만 파타고니아가 사다리의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제품 영역에서 환경이라는 사다리는 아직 비어있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브랜드는 지금부터 ‘그린 사다리(Green Ladder)’를 차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지 빠르게 사다리에 올라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빠르게 움직이더라도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이 진실되고 철저하지 않다면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마음속에 있는 사다리를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의 마음속에 있는 그린 사다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가장 진실된 모습으로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각 제품군에 있어서 하나의 그린 사다리만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누가 이 사다리를 차지하게 될 것인지는 지금 당신의 선택과 노력에 달려있다.

환경이라는 가치에 있어서 최고의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지금 바로 플라스틱 브랜딩을 시작하자.

플라스틱 브랜드 전략 – ‘그린 사다리’를 차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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