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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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6대 자동차 업체가 올해 연구개발(R&D)비로 2조8870억엔(약 29조2643억원)을 투입한다. 코로나19로 잠시 졸라맸던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려 2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6일 도요타, 닛산, 혼다, 마쓰다, 스바루, 미쓰비시자동차 등 6개 완성차 업체의 올해 연구개발비가 지난해보다 7% 늘어난 2조8870억엔으로 집계됐다고 6일 보도했다. 2019년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의 연구개발비(8조6000억원)보다 3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2년 만에 연구개발비가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일본 자동차 업계가 연구개발비를 줄였지만 다시 적극적인 투자로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3대 자동차 업체 가운데는 도요타와 혼다가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한다. 각각 지난해보다 6%와 8% 증가한 1조1600억엔과 8400억엔을 연구개발비에 쏟아붓기로 했다.

도요타는 2030년 전기차와 연료전지차(FCV)의 세계시장 판매량을 2000만대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개발기간을 기존 엔진 탑재 차량보다 40% 단축해 2025년까지 신형 모델 9종을 포함, 15종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전기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도요타bZ'도 출범했다.

혼다는 지난달말 엔진과의 작별을 선언했다. 2040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와 연료전지차로전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기차 개발에 6년간 5조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구라이시 세이지 혼다 부사장은 "전기차와 안전 부문에 자원을 집중 배분하고 다른 기업과 제휴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닛산은 역대 2위인 5400억엔을 투자한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는 5.9%로 일본 자동차 업체 가운데 가장 높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은 "자동차의 전동화에 대응해 연구개발비를 충실히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 자동차 업계 전체의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5%에 불과했다. 일본 업체 가운데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 닛산의 판매량도 8만대에 그쳤다. 미국은 테슬라 한 곳이 50만대를 판매해 시장의 23%를 점유했다. 23만대를 판매한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점유율도 일본차 전체의 두 배가 넘는 11%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 투자를 집중적으로 늘려 나가고 있어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2010년 일본 3대 자동차 업체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는 4.4%로 글로벌 5대 기업보다 0.5%포인트 많았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연구개발비를 늘리면서 2014~2018년 일본차 업계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격차가 좁혀졌지만 2019년과 2020년은 일본이 다시 0.3%포인트, 0.5%포인트씩 글로벌 기업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후카오 산시로 이토추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 완성차 업체도 탈석탄 부문에 쏟아부은 연구개발비를 제품의 형태로 성과를 내는 단계"라며 "전기차 개발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될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