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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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에만 4조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국채)를 인수한 한국은행이 하반기에도 국채매입을 이어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비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한은의 국채매입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 한은 금융시장국 관계자는 하반기 국채 매입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추가 매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은은 올해 2월 국채 금리 안정화를 위해 올 상반기 5조~7조원 규모의 국채 매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 후속 조치로 지난 3~4월에 3조원어치 매입한 데 이어 이달 3일 추가로 1조5000억원어치를 샀다. 한은은 발표한 물량의 나머지인 5000억~2조5000억원어치를 이달 더 인수한다.

한은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위축된 실물경제를 북돋기 위해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끌어내렸다. 국채금리를 비롯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인하 효과가 반감되자 한은은 국채매입을 결정했다. 수급여건을 개선해 시장금리 상승세(국채값 하락)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올들어 시장금리를 밀어올린 것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추경 논의였다. 재난지원금 재원을 충당하고자 적자국채를 찍을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1차 추경 논의가 본격화한 올해 2월에 10년물 국채 금리가 들썩였다. 2차 추경 논의가 점화한 지난달 말에도 10년 국채 금리가 오름세를 나타냈다. 하반기 한은의 국채 매입이 본격화할 수 있다.

하지만 추경 논의와 적자국채 발행 시점 때마다 한은이 매입에 나서면 시장에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 이른바 ‘부채의 화폐화(중앙은행이 정부 부채를 떠안는 것)’에 준하는 움직임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덩달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불어나는 재정 씀씀이가 인플레이션을 부르는 '재정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려면 한은의 국채 매입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 씀씀이만 늘어난다고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한은이 국채매입에 선을 긋는다면 재정 인플레이션 우려는 퍼지기 어렵다.

하지만 매입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한은이 되레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등 '통화긴축 신호'를 보내는 한은이 '통화완화 신호'인 국채매입을 병행할 경우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