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LG가(家) 식품업체 아워홈의 경영권 다툼에서 세 자매가 완승했지만 재계 일각에선 '오너리스크'가 남아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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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학 회장의 막내딸인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사진)가 신임 대표이사에 올랐으나 장남인 구본성 부회장이 여전히 단일 최대주주(지분 38.6%)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구 대표가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아워홈의 단일 최대주주는 지분 38.6%를 보유한 구 부회장이다.

구 부회장은 지난 4일 열린 임시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 자리에서 밀려났지만 사내이사직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대표이사 해임은 이사회 과반 결의로 가능했지만 사내이사 해임에는 3분의 2 이상의 지분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장녀 구미현(19.3%)씨가 여동성의 편에 서면서 명진(19.6%)·지은(20.7%) 세 자매 지분은 59.6%에 달했지만 전체의 3분의 2에는 미달했다. 구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상황에서는 동생들과 충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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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선 구 대표가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 비상장 법인인 아워홈의 기업공개(IPO)도 추진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보복 운전 사건과 방만경영 논란 등이 불거진 구 부회장(사진)이 부회장 직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보복성 운전으로 특수재물손괴,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 3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선고를 앞둔 시점에서 주주총회 안건으로 이사보수한도 상향 안을 상정한 점 등도 주주의 비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가 된 상황에서 구 부회장이 보복 운전 사건으로 실형이 받은 만큼 적극 반격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캐스팅 보트'를 쥔 장녀 구씨가 2017년 경영권 분쟁 당시에는 구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으나 이번에는 동생인 구 대표를 택한 점에 비춰 실형을 받은 점이 '장자 승계'의 중요성을 넘어섰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이 경영 화두가 된 시대인 만큼 이번 아워홈 경영진 교체는 윤리·책임경영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실제 대주주에게 요구하는 잣대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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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은 고 구인회 LG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회장이 2000년 창업한 식자재 유통 및 단체 급식 기업이다.

구 대표는 2004년 아워홈 입사 후 4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 수업을 받았으나 2016년 구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외식기업 캘리스코로 이동했다. 이후 2017년 구 대표는 구 부회장의 전문경영인 선임안에 반대,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당시 장녀 구 씨가 구 부회장 손을 잡아 무산됐다. 2019년 이후 구 대표가 구 부회장의 아들인 구재모 씨의 사내이사 선임안과 이사 보수 한도 증액안을 반대하며 다시 분쟁이 이어지기도 했다. 구 대표가 이번에 아워홈 대표 자리에 오르면서 범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은 깨지게 됐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