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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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는 반면 국내기업의 디지털 전환 대응은 미흡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직장인 300명을 대상으로 ‘기업의 디지털 전환 대응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이같은 응답이 나왔다고 6일 밝혔다. 소속기업의 디지털 전환 대응 수준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은 38.7%에 그친 반면, 미흡하다는 응답은 전체의 61.3%에 달했다. 디지털 전환이란 AI·빅데이터 등의 디지털 기술을 R&D, 생산, 마케팅 등 업무 전반에 접목시켜 기업의 운영을 개선하고 가치를 혁신하는 제반활동을 의미한다.

비대면 회의·온라인 보고는 긍정적 평가받아

부문별로 대응수준을 보면 비대면 회의, 온라인 보고와 같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업무 수행’이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잘한다’가 64.2%인 반면 ‘미흡하다’는 35.8%에 그쳤다. 또한 생산이나 마케팅 활동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부문도 '잘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52.3%로 긍정적 평가가 앞섰다. 반면 ‘디지털 인재 육성’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디지털 전환의 걸림돌.. 인프라 부족(35%), 기업 변화의지 부족(32%), 경직된 조직문화(21%)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걸림돌로는 ‘낙후된 제도․사회 인프라(35.1%)’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법제도가 기술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경직된 교육인프라가 디지털 인재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다는 게 큰 문제로 지적됐다.

기업 내부문제를 걸림돌로 언급한 직장인도 많았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변화의지 부족(31.8%) △경직된 조직문화(20.5%) △기술력 부족(9.6%)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우려.. 디지털 양극화(42%), 데이터 유출(28%), 일자리 불안(22%)

디지털 전환으로 우려되는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디지털 양극화’라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41.7%로 가장 많았다. 노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의 직장과 사회생활 적응도 문제가 있지만, 디지털 기술 활용에 있어서 업종간·기업규모간 간극이 큰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데이터 유출 및 사생활 침해(28.1%)’와 ‘일자리 감소 및 불안(22.2%)’을 꼽은 직장인들도 많다. ‘소통․협업 감소(7.9%)’를 우려하는 응답도 일부 있었다.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는 일자리 문제에 대해 “디지털 신기술이 전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직장인 개개인이 체감하는 일자리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면서, “디지털 전환이 평생직장 시대에서 평생직업 시대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에 바라는 점.. 일자리 유지(35%), 디지털 양극화 해소(28%), 新기업가정신 발휘(21%) 등

디지털 전환시대에 기업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일자리 유지(35.1%)’를 우선 지목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직장인이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유휴인력의 정리와 재배치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디지털 양극화 해소’(27.5%)와 ‘도전정신 등 新기업가정신 발휘(20.9%)’, ‘사회와의 소통 강화(14.9%)’ 등도 디지털 전환시대에 기업이 해야 할 역할로 꼽았다.

전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디지털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미래 신사업을 적극 육성해 나가는 한편, 예상되는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갖는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