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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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주식을 들고 있는 직장인 신모씨는 요즘 고민이다. 주가가 올 들어 30% 가까이 올랐지만 지난 5월 11일 고점을 찍고 한 달 새 16%나 빠졌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팔아야 하나 생각이 많다.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에 따른 기대로 올랐던 주요 업종 주가가 줄줄이 고점 대비 하락하면서 신씨처럼 이들 종목을 들고 있는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철강·화학뿐 아니라 조선·디스플레이·태양광 등 장밋빛 전망 일색이던 업종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철강·화학 고점 왔나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철강 지수는 지난 4일 2094.19를 기록했다. 지난달 11일 2410.97로 고점을 찍은 뒤 13.13% 빠졌다. 철강 업종은 경기가 회복되면 업황이 좋아지는 대표적인 경기민감업종으로 분류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지난해보다 154.9% 오른 6조1254억원이다. 3개월 전 4조3000억원에서 1개월 전 6조원대로 급상승했다. 이후 한 달간 변화폭은 거의 없었다.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정체국면에 접어들자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포스코 주가도 조정을 받았다.

중국 정부의 시장 개입 악재도 겹쳤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3일 철광석을 비롯한 원자재 시장의 투기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여파로 중국 내 열연 가격은 지난달 11일 고점 대비 18%가량 빠졌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시장 개입은) 철강업의 하반기 이익 전망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화학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3월 초 장중 33만8000원으로 최고가를 쓴 롯데케미칼 주가는 꾸준히 빠지면서 고점 대비 17% 넘게 떨어졌다. 지난 4일 종가는 28만500원으로 목표주가 평균(42만1000원)과의 격차도 커졌다. 기관들이 주로 차익실현에 나섰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화학 제품의 스프레드(제품가-원재료가)가 축소되면서 화학 업황이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된 탓”이라며 “하반기 업황은 수요 회복 정도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철강·화학·조선…곳곳서 터져 나오는 고점 우려

조선·디스플레이도 우려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조선은 최근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권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선박 평균 수주 단가가 코로나19 이전보다 여전히 낮다는 게 주요 근거다. 최근 연이은 수주 소식에도 한국조선해양 주가가 고점 대비 10% 이상 빠진 우하향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은 고점 논란에 직면한 만큼 냉정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며 “선박 시세가 유의미하게 오르려면 지금처럼 낮은 가격이 아니라 공급 부족 상태여야 하고 그러려면 연간 200척 이상의 선박 발주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디스플레이 업황도 피크 아웃 우려가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주가는 4일 2만3450원을 기록해 지난 4월 말 고점(2만7600원) 대비 15.0% 빠졌다.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개월 전 1조5000억원대에서 2조원대로 올라선 이후 1개월가량 횡보하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은 최근 급등한 상황이지만 중국발(發) 공급량 증가 등으로 4분기부터는 하락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업체들로선 하반기와 내년 실적에 부정적이다.

태양광 업체 주가는 폴리실리콘 가격에 따라 움직이곤 했다. 6월 첫째주 폴리실리콘 가격은 29.11달러로 2012년 3월 이래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하지만 OCI 주가는 4월 말 고점 대비 10% 넘게 빠진 상태다. 폴리실리콘 현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오히려 태양광 모듈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내년부터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앞다퉈 증설에 나선다는 점도 상승 제한 요인으로 꼽힌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