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다 섬세한 청자, 전통과 현대를 품다…'명장과 미래의 명장'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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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통인화랑서 13일까지
도자기 명장·신진 12명 소개
김세용 디테일한 표현 돋보여
박래헌 회화가 있는 분청 전시
故 지순탁 작품 '백자석류…'도
도자기 명장·신진 12명 소개
김세용 디테일한 표현 돋보여
박래헌 회화가 있는 분청 전시
故 지순탁 작품 '백자석류…'도
비색 청자의 표면에 복잡한 참나무와 도토리 문양이 가득하다. 가마에서 구워 낸 도자기인데도 표면의 세밀함과 아름다움이 대리석 조각 못지않다. 가지에 풍성하게 달린 나뭇잎의 잎맥 하나하나, 도토리받침의 오톨도톨한 질감까지 그대로다. 곳곳에 구멍이 나 있어 실용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을 담아도 새지 않는다. 겉항아리를 먼저 만든 뒤 반으로 절개하고, 안에 항아리를 하나 더 넣고 다시 겉을 조각해 굽는 ‘이중 투각 방식’으로 만들어서다. 김세용 명장(75)의 ‘청자 도토리문 이중 투각호’다.
서울 인사동 통인화랑에서 도자기 명장들과 신진 도예가 등 12명의 작품을 1점씩 소개하는 ‘명장과 미래의 명장전’이 열리고 있다. 통인화랑과 도자기의 고장 경기 이천시가 공동 기획했다. 전시에서는 ‘신라토기대부장경호’와 ‘조선백자철화초문호’ 등 화랑이 보유하고 있는 고미술 명품 7점, 미디어아트에 도자기를 접목한 김혜경 작가의 작품 등을 함께 만날 수 있다.
김세용 명장은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그는 “고려청자와 구분되는 ‘21세기 양식의 청자’를 빚고 싶었다”며 “새로운 문양과 형태, 기법을 연구한 끝에 이중 투각 방식을 사용한 지금의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청자는 유약을 두껍게 발라야 해 섬세한 문양을 살리기가 아주 까다롭고 실패도 잦다. “그야말로 바보 같은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독창적인 조형과 섬세한 색을 겸비한 작품을 만드는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최인규 명장(68)은 전통적인 고려청자의 미감을 추구한다. 그의 고집은 청자만 바라보고 살겠다는 뜻의 벽옥(碧玉·푸른 보석)이란 호에서 잘 드러난다. 최 명장이 내놓은 ‘청자상감국목단문과형호’는 고려청자의 전통적인 문양과 형태, 양감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전통 도자기 기법을 차용했지만 더없이 현대적인 작품도 있다. 김판기 명장(63)의 ‘빗살 발’은 고려청자와 빗살무늬토기의 특징을 결합한 작품이지만, 아이스크림이나 파스타를 담아도 잘 어울릴 정도로 세련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박래헌 명장(62)의 ‘화조도’도 시선을 끈다. 철화(鐵畵)로 친근한 이미지의 새와 꽃을 그려넣은 분청사기다. 그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도자기 매력에 푹 빠져 둘을 접목시키고 있다”며 “비싼 도자기라고 해서 창고에만 넣어두면 안 된다. 여기엔 꽃을 꽂으면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전통을 되살리려는 예술가들의 혼이 담긴 작품도 전시에 나왔다. 고(故) 지순탁 선생은 1940년대부터 1993년 작고할 때까지 전통 청자와 백자의 색을 연구하며 수많은 제자를 키웠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자 특유의 그윽한 빛깔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그의 작품 ‘백자석류문용충호’를 만날 수 있다.
“우리 도자기의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한국 사람만 몰라요. 사회 지도층이 일본, 영국 등 ‘도자기 선진국’에서 도자기를 들여오는 것만 봐도 알지요. 예술대학에서도 도예과가 하나둘씩 폐과되고 있고요. 2017년 이탈리아 밀라노 전시에서 이중 투각 방식으로 만든 청자를 선보였는데 서양 미술계 사람들이 그 섬세한 색과 조형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많은 국민이 우리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알고 생활에서 애용해 한국의 도자기 문화가 더욱 꽃을 피웠으면 합니다.” 김세용 명장의 말이다. 전시는 이달 13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서울 인사동 통인화랑에서 도자기 명장들과 신진 도예가 등 12명의 작품을 1점씩 소개하는 ‘명장과 미래의 명장전’이 열리고 있다. 통인화랑과 도자기의 고장 경기 이천시가 공동 기획했다. 전시에서는 ‘신라토기대부장경호’와 ‘조선백자철화초문호’ 등 화랑이 보유하고 있는 고미술 명품 7점, 미디어아트에 도자기를 접목한 김혜경 작가의 작품 등을 함께 만날 수 있다.
김세용 명장은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그는 “고려청자와 구분되는 ‘21세기 양식의 청자’를 빚고 싶었다”며 “새로운 문양과 형태, 기법을 연구한 끝에 이중 투각 방식을 사용한 지금의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청자는 유약을 두껍게 발라야 해 섬세한 문양을 살리기가 아주 까다롭고 실패도 잦다. “그야말로 바보 같은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독창적인 조형과 섬세한 색을 겸비한 작품을 만드는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최인규 명장(68)은 전통적인 고려청자의 미감을 추구한다. 그의 고집은 청자만 바라보고 살겠다는 뜻의 벽옥(碧玉·푸른 보석)이란 호에서 잘 드러난다. 최 명장이 내놓은 ‘청자상감국목단문과형호’는 고려청자의 전통적인 문양과 형태, 양감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전통 도자기 기법을 차용했지만 더없이 현대적인 작품도 있다. 김판기 명장(63)의 ‘빗살 발’은 고려청자와 빗살무늬토기의 특징을 결합한 작품이지만, 아이스크림이나 파스타를 담아도 잘 어울릴 정도로 세련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박래헌 명장(62)의 ‘화조도’도 시선을 끈다. 철화(鐵畵)로 친근한 이미지의 새와 꽃을 그려넣은 분청사기다. 그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도자기 매력에 푹 빠져 둘을 접목시키고 있다”며 “비싼 도자기라고 해서 창고에만 넣어두면 안 된다. 여기엔 꽃을 꽂으면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전통을 되살리려는 예술가들의 혼이 담긴 작품도 전시에 나왔다. 고(故) 지순탁 선생은 1940년대부터 1993년 작고할 때까지 전통 청자와 백자의 색을 연구하며 수많은 제자를 키웠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자 특유의 그윽한 빛깔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그의 작품 ‘백자석류문용충호’를 만날 수 있다.
“우리 도자기의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한국 사람만 몰라요. 사회 지도층이 일본, 영국 등 ‘도자기 선진국’에서 도자기를 들여오는 것만 봐도 알지요. 예술대학에서도 도예과가 하나둘씩 폐과되고 있고요. 2017년 이탈리아 밀라노 전시에서 이중 투각 방식으로 만든 청자를 선보였는데 서양 미술계 사람들이 그 섬세한 색과 조형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많은 국민이 우리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알고 생활에서 애용해 한국의 도자기 문화가 더욱 꽃을 피웠으면 합니다.” 김세용 명장의 말이다. 전시는 이달 13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