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완벽한 타인', 휴대폰 공개…핑퐁 같은 긴장감, 영리한 무대·영상 활용 돋보여
핑퐁(탁구) 게임을 하는 듯한 긴장감과 박진감이 휘몰아친다. 단조롭지만 영리한 무대와 영상 활용으로 몰입감을 높이면서 관객의 웃음도 자아낸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완벽한 타인’(사진)은 이탈리아 출신 파올로 제노베제 감독의 동명 영화(2016년)를 무대로 옮겼다. 국내에서도 2018년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져 500만 관객을 모았다. 이번 연극엔 tvN 드라마 ‘빈센조’에 나온 양경원, 김설진, 임철수 등과 이시언, 장희진 등 인기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연출은 연극 ‘생쥐와 인간’ ‘뜨거운 여름’ 등 따뜻하고도 유쾌한 작품을 선보인 민준호가 맡았다.

작품은 영화와 동일하게 세 명의 부부와 한 명의 남성이 한 집에 모여 파티를 열며 시작된다. 친구 관계인 이들은 대화 중 서로의 휴대폰을 공개하는 게임을 한다. 휴대폰 벨이 울리거나 문자가 오면 무조건 공개해야 한다. 처음엔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지만 주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블랙박스’와 같은 휴대폰이 하나둘씩 공개되며 이들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속사포처럼 서로 쏟아내듯 주고받는 배우들의 대사는 극의 커다란 리듬을 만든다. 배우들은 압도적인 분량의 대사를 매끄럽게 처리하고, 분위기의 반전을 능숙하게 이끌어 낸다. 휴대폰이 울리면서 자신의 가면이 벗겨지는 데 대한 당혹감도 실감나게 표현해 큰 웃음을 준다.

무대와 영상의 높은 활용도도 돋보인다. ‘최후의 만찬’을 연상케 하는 긴 테이블이 무대 전면에 배치돼 있고, 이 테이블을 중심으로 인물들이 위치를 바꿔 가며 이동한다. 휴대폰에 뜨는 메시지와 전화는 영상으로 처리해 인물들 뒤편으로 보이게 했다.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재밌는 영상도 스크린으로 띄워 웃음을 자아낸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극의 전개를 따라 웃다 보면, 어느새 씁쓸한 현대인의 자화상에 다다른다. 누구보다 가깝고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관계처럼 보여도, 진실된 모습은 숨긴 채 속이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공연은 8월 1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