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컴퓨터로 게임 만들던 소년, 애플과 '수수료 전쟁' 선봉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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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
몸값 32조 기업 일군 신비주의자
잔디깎기 알바하며 게임 개발
'포트나이트' 3억5000만명 홀려
'앱 장터 거인들'에 전면 반기
"30% 수수료에 수익성 악화"
자체 결제 시스템 구축나서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
몸값 32조 기업 일군 신비주의자
잔디깎기 알바하며 게임 개발
'포트나이트' 3억5000만명 홀려
'앱 장터 거인들'에 전면 반기
"30% 수수료에 수익성 악화"
자체 결제 시스템 구축나서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사진 하나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애플의 개인용 컴퓨터에 푹 빠져 있는 어린 시절 모습(사진)이다. 그는 “초창기 애플은 내 인생에 큰 역할을 했다”고 썼다. 반(反)애플 전선의 선봉에 서 있는 스위니의 현실에 비춰볼 때 역설적인 내용이다.
스위니는 애플과 구글의 앱 수수료 부과에 반기를 들어 주목받고 있다. 동시에 에픽게임즈를 287억달러(약 32조원)의 가치를 지닌 세계적 게임 기업으로 키워 스타덤에 올랐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전형적인 성공신화를 연상하게 하지만 막상 스위니는 실리콘밸리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청바지 후드티보다 작업복 스타일인 카고바지를 즐겨 입는다. 에픽게임즈 본사도 실리콘밸리에서 한참 떨어진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 외곽인 캐리로 정했다. 에픽게임즈가 실리콘밸리의 영향을 받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스위니는 에픽게임즈를 통해 PC와 모바일, 콘솔게임기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1998년엔 1인칭 슈팅게임(FPS) ‘언리얼’을 출시했다. 2006년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360용 게임인 ‘기어스 오브 워’를 발매했다. 기어스 오브 워는 완성도와 상업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2014년 MS에 팔렸다. 기어스 오브 워의 성공 이후 스위니는 잠시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를 사들이는 호화로운 생활에 빠져들었다. 그는 그 시절에 대해 “마약상이라고 오해받았을 것 같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얼마 안 가 그는 슈퍼카를 처분한 뒤 산림 보존 등에 거액을 기부하고 있다.
스위니는 2015년에 게임 개발 및 콘텐츠의 특수효과 구축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언리얼 엔진’의 무료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대신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제작한 게임 등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면 로열티를 받았다.
2017년엔 슈팅게임 포트나이트를 선보였다. 역작이었지만 초기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이후 플레이어끼리 전투할 수 있는 배틀로열 모드를 도입한 뒤 세계적인 게임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5월 포트나이트 계정 수는 3억5000만 개로 늘었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의 아이템 판매로 수익을 내고 있다. 더 나아가 포트나이트에서 메타버스를 실현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스위니는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포트나이트의 수익성을 갉아먹는다는 불만을 품게 됐다.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가 인앱결제 수수료율을 30%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앱에서 유료 결제를 할 경우 애플과 구글의 시스템을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30%를 고스란히 내야 했다.
스위니는 지난해 6월 팀 쿡 애플 CEO에게 이메일을 보내 수수료 면제를 요청했다. 애플은 단박에 거절했다. 그해 8월 스위니는 애플에 더 이상 인앱결제 방침을 따르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애플과 구글은 포트나이트 앱 삭제로 응수했다.
스위니는 지난해 초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를 무력화할 계획을 수립했다. 인앱결제 대신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구글, 애플에 맞설 기업을 모았다. 변호사 등 전문가도 대거 고용했다. 에픽게임즈는 자유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이런 작업을 ‘프로젝트 리버티’로 명명했다. 스위니는 지지 기업에 “곧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이메일을 보내며 전투 임박을 알렸다. 곧바로 애플과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MS,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등이 에픽게임즈를 지지한다고 나섰다.
과거에도 스위니는 거대 기업과 싸우는 전략을 세우고 진행하는 데 뛰어난 역량을 보였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MS와 닌텐도, 소니 등 콘솔게임기 제작사에 제안한 적이 있다. 이용자가 쓰는 콘솔게임기가 MS의 엑스박스나 닌텐도의 스위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등에 상관없이 포트나이트를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었다. MS와 닌텐도는 찬성했지만 소니는 망설였다. 그러자 스위니는 플레이스테이션 이용자가 엑스박스 이용자와 포트나이트를 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했다가 철회해 버렸다. 기대에 찼던 플레이스테이션 이용자들은 소니를 비난했고 결국 2018년 소니는 스위니의 구상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은 지난달 3주일 동안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재판을 열었다. 드물게 정장 차림을 한 스위니는 법원에 출석했다. 팀 쿡 애플 CEO 역시 지난달 21일 법원에 나와 에픽게임즈의 주장을 반박했다. 애플이 앱스토어의 시장지위를 활용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고 있는지, 에픽게임즈가 자사 이익을 위해 애플과의 계약을 파기했는지 등이 재판의 주요 쟁점이다.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대결에서 최종 승자는 어디가 될 것인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스위니는 애플과 구글의 앱 수수료 부과에 반기를 들어 주목받고 있다. 동시에 에픽게임즈를 287억달러(약 32조원)의 가치를 지닌 세계적 게임 기업으로 키워 스타덤에 올랐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전형적인 성공신화를 연상하게 하지만 막상 스위니는 실리콘밸리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청바지 후드티보다 작업복 스타일인 카고바지를 즐겨 입는다. 에픽게임즈 본사도 실리콘밸리에서 한참 떨어진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 외곽인 캐리로 정했다. 에픽게임즈가 실리콘밸리의 영향을 받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잔디깎기 알바하며 창업
스위니는 1970년 메릴랜드주에서 삼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11세 때 형으로부터 애플Ⅱ플러스 컴퓨터를 선물받아 프로그래머의 꿈을 키웠다. 이후 메릴랜드대에 진학해 기계공학을 전공하다가 1991년 그의 첫 비디오게임인 ZZT를 내놨고 부모님 집 지하실에서 에픽게임즈를 창업했다. ZZT를 사겠다는 주문이 수천 건 들어오자 부업인 잔디깎기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게임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대학을 중퇴했다.스위니는 에픽게임즈를 통해 PC와 모바일, 콘솔게임기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1998년엔 1인칭 슈팅게임(FPS) ‘언리얼’을 출시했다. 2006년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360용 게임인 ‘기어스 오브 워’를 발매했다. 기어스 오브 워는 완성도와 상업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2014년 MS에 팔렸다. 기어스 오브 워의 성공 이후 스위니는 잠시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를 사들이는 호화로운 생활에 빠져들었다. 그는 그 시절에 대해 “마약상이라고 오해받았을 것 같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얼마 안 가 그는 슈퍼카를 처분한 뒤 산림 보존 등에 거액을 기부하고 있다.
스위니는 2015년에 게임 개발 및 콘텐츠의 특수효과 구축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언리얼 엔진’의 무료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대신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제작한 게임 등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면 로열티를 받았다.
2017년엔 슈팅게임 포트나이트를 선보였다. 역작이었지만 초기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이후 플레이어끼리 전투할 수 있는 배틀로열 모드를 도입한 뒤 세계적인 게임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5월 포트나이트 계정 수는 3억5000만 개로 늘었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의 아이템 판매로 수익을 내고 있다. 더 나아가 포트나이트에서 메타버스를 실현하기를 원하고 있다.
애플·구글과 전쟁 선포
원래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관계는 돈독했다. 포트나이트는 2018년 애플 앱스토어에 입점했다. 이듬해 스위니는 공개석상에서 애플의 협력이 포트나이트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애플은 에픽게임즈에 마케팅과 기술 등을 지원하는 한편 에픽게임즈의 요구에 따라 24시간 응대 직원도 배치했다.그러나 스위니는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포트나이트의 수익성을 갉아먹는다는 불만을 품게 됐다.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가 인앱결제 수수료율을 30%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앱에서 유료 결제를 할 경우 애플과 구글의 시스템을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30%를 고스란히 내야 했다.
스위니는 지난해 6월 팀 쿡 애플 CEO에게 이메일을 보내 수수료 면제를 요청했다. 애플은 단박에 거절했다. 그해 8월 스위니는 애플에 더 이상 인앱결제 방침을 따르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애플과 구글은 포트나이트 앱 삭제로 응수했다.
스위니는 지난해 초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를 무력화할 계획을 수립했다. 인앱결제 대신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구글, 애플에 맞설 기업을 모았다. 변호사 등 전문가도 대거 고용했다. 에픽게임즈는 자유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이런 작업을 ‘프로젝트 리버티’로 명명했다. 스위니는 지지 기업에 “곧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이메일을 보내며 전투 임박을 알렸다. 곧바로 애플과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MS,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등이 에픽게임즈를 지지한다고 나섰다.
과거에도 스위니는 거대 기업과 싸우는 전략을 세우고 진행하는 데 뛰어난 역량을 보였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MS와 닌텐도, 소니 등 콘솔게임기 제작사에 제안한 적이 있다. 이용자가 쓰는 콘솔게임기가 MS의 엑스박스나 닌텐도의 스위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등에 상관없이 포트나이트를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었다. MS와 닌텐도는 찬성했지만 소니는 망설였다. 그러자 스위니는 플레이스테이션 이용자가 엑스박스 이용자와 포트나이트를 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했다가 철회해 버렸다. 기대에 찼던 플레이스테이션 이용자들은 소니를 비난했고 결국 2018년 소니는 스위니의 구상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은 지난달 3주일 동안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재판을 열었다. 드물게 정장 차림을 한 스위니는 법원에 출석했다. 팀 쿡 애플 CEO 역시 지난달 21일 법원에 나와 에픽게임즈의 주장을 반박했다. 애플이 앱스토어의 시장지위를 활용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고 있는지, 에픽게임즈가 자사 이익을 위해 애플과의 계약을 파기했는지 등이 재판의 주요 쟁점이다.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대결에서 최종 승자는 어디가 될 것인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