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취소는 무효"…태평양, 치밀한 법리로 全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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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vs 로펌
배재·세화·숭문·경희 등 서울 8곳
"2년 전 자사고 취소 처분 부당"
서울교육청 상대로 소송 걸어
재지정 앞서 확 바뀐 기준 두고
태평양 '소급 적용의 위법성' 주장
네 차례 재판서 위법 판결 받아내
배재·세화·숭문·경희 등 서울 8곳
"2년 전 자사고 취소 처분 부당"
서울교육청 상대로 소송 걸어
재지정 앞서 확 바뀐 기준 두고
태평양 '소급 적용의 위법성' 주장
네 차례 재판서 위법 판결 받아내
지난달 28일 내려진 서울행정법원 판결과 관련해 교육계가 시끄럽다. 경희학원과 한양학원이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취소한 처분을 무효화해달라”며 조희연 서울교육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인 학교법인들이 승소한 것을 두고서다. 이날 판결로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서울 내 8개 자사고 모두가 승기를 거머쥐게 됐다. 반면 서울교육청은 관련 학교들과의 소송에서 네 차례 ‘줄패소’하면서 완패했다. 자사고를 폐지하려는 서울교육청의 움직임에 대해 법원이 모두 ‘부족한 근거로 진행된 정책’이었다며 무효성을 인정한 셈이다. 서울 내 8개 자사고를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은 치밀한 법리를 앞세워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지청취소 처분의 부당성을 재판부로부터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쟁점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척도가 된 평가기준을 소급 적용할 수 있느냐였다. 자사고 재지정 결정에 앞서 서울교육청은 2019년 평가계획에서 교육청 재량지표를 신설·변경하는 등 평가기준을 큰 폭으로 바꿨다. 그리고 이 같은 새 기준을 2018년 11월 말 자사고에 알렸다. 서울교육청은 새로 설정된 기준을 과거 평가에도 일괄 적용했다. 평가기준 변경 시점부터가 아니라 2015년 3월부터의 운영성과에 소급 적용한 것이다.
8곳의 자사고와 이들을 대리한 태평양은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교육청에 맞섰다. 이들은 “2019년도 자사고 재지정 평가 직전 갑자기 평가 기준을 크게 바꾸고,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과거 시점까지 소급해 적용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교육청과 이를 대리한 법무법인 지평은 신설된 지표엔 문제가 없었으며, 이전의 평가안을 통해 자사고 측이 2019년 평가계획 내용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자사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서울교육청이 바꾼 평가기준의 적용 시점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중요한 지정취소 요건을 변경하거나 주요 평가지표를 신설·변경하는 경우 내용이 고지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갑자기 바뀐 지표로 과거의 일까지 평가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또 자사고 제도가 과거 국가 정책에 따라 권장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중요 요소로 꼽았다.
재판부는 “국가의 교육제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 사익(자사고 운영)은 보호가치가 높게 인정된다”며 “자사고의 부작용이 드러났다고 해도 갑자기 변경된 평가기준을 소급 적용해 자사고 지위를 박탈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서울교육청과 자사고들의 지정취소 처분 소송 결과를 두고 정부 교육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해석한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진보 교육감들의 주요 공약이었다. 하지만 네 차례 판결에서 자사고 지위 박탈이 위법 판단을 받으면서 공약 수행의 무리한 측면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 사건의 승소를 이끈 주역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유욱, 김경목, 오정민 변호사다. 행정소송팀 소속인 유 변호사는 평가지표의 자의성과 소급 적용의 위법성에 대한 법리를 제시하며 사건 전체를 이끌었다.
김 변호사는 교육제도 법정주의 등 헌법적 쟁점에 관한 법리 제시에 집중했다. 오 변호사는 근거자료를 수립해 정리하고 대응논리를 개발하는 등 실무를 총괄했다. 오 변호사는 “행정의 예측 가능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공교육 정상화라는 선의의 목적으로 자사고 평가지표를 새로 마련했다 하더라도 졸속으로 이뤄진 만큼 해당 지표의 부당성을 인정한 이번 판결은 법질서 보호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서울 자사고 8곳 모두 승소 이끈 태평양
사건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6월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자사고 운영성과(재지정) 평가를 거친 결과 자사고 24곳 가운데 11곳에 ‘지정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이 중 서울 지역 학교는 총 8곳이었다. 서울교육청은 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경희·이대부·한대부고 등의 자사고 지위를 박탈하기로 결정했고, 교육부는 이를 승인했다. 이들 학교는 처분에 반발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쟁점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척도가 된 평가기준을 소급 적용할 수 있느냐였다. 자사고 재지정 결정에 앞서 서울교육청은 2019년 평가계획에서 교육청 재량지표를 신설·변경하는 등 평가기준을 큰 폭으로 바꿨다. 그리고 이 같은 새 기준을 2018년 11월 말 자사고에 알렸다. 서울교육청은 새로 설정된 기준을 과거 평가에도 일괄 적용했다. 평가기준 변경 시점부터가 아니라 2015년 3월부터의 운영성과에 소급 적용한 것이다.
8곳의 자사고와 이들을 대리한 태평양은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교육청에 맞섰다. 이들은 “2019년도 자사고 재지정 평가 직전 갑자기 평가 기준을 크게 바꾸고,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과거 시점까지 소급해 적용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교육청과 이를 대리한 법무법인 지평은 신설된 지표엔 문제가 없었으며, 이전의 평가안을 통해 자사고 측이 2019년 평가계획 내용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자사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서울교육청이 바꾼 평가기준의 적용 시점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중요한 지정취소 요건을 변경하거나 주요 평가지표를 신설·변경하는 경우 내용이 고지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갑자기 바뀐 지표로 과거의 일까지 평가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또 자사고 제도가 과거 국가 정책에 따라 권장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중요 요소로 꼽았다.
재판부는 “국가의 교육제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 사익(자사고 운영)은 보호가치가 높게 인정된다”며 “자사고의 부작용이 드러났다고 해도 갑자기 변경된 평가기준을 소급 적용해 자사고 지위를 박탈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행정 예측 가능성 기준 이끌어내”
아직 법정 다툼은 끝나지 않았다. 네 차례 소송에서 모두 패소한 서울교육청은 전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소원도 남아 있다.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국의 모든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2025년 3월 1일 한꺼번에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것이다. 지난해 5월 제기된 이 헌법소원에서도 태평양이 서울·경기권의 자사고 및 국제고를 대리하고 있다.법조계에서는 서울교육청과 자사고들의 지정취소 처분 소송 결과를 두고 정부 교육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해석한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진보 교육감들의 주요 공약이었다. 하지만 네 차례 판결에서 자사고 지위 박탈이 위법 판단을 받으면서 공약 수행의 무리한 측면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 사건의 승소를 이끈 주역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유욱, 김경목, 오정민 변호사다. 행정소송팀 소속인 유 변호사는 평가지표의 자의성과 소급 적용의 위법성에 대한 법리를 제시하며 사건 전체를 이끌었다.
김 변호사는 교육제도 법정주의 등 헌법적 쟁점에 관한 법리 제시에 집중했다. 오 변호사는 근거자료를 수립해 정리하고 대응논리를 개발하는 등 실무를 총괄했다. 오 변호사는 “행정의 예측 가능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공교육 정상화라는 선의의 목적으로 자사고 평가지표를 새로 마련했다 하더라도 졸속으로 이뤄진 만큼 해당 지표의 부당성을 인정한 이번 판결은 법질서 보호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