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의 교육과 세상] '코로나 학력격차' 1년 동안 뭘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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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高 국·영·수 기초학력 미달 5.97%→9.3%
자사고 등은 학력 저하 없는데 공교육만 부실
시험 자주 보고 그 결과 따른 '더하기' 교육 절실
자사고 등은 학력 저하 없는데 공교육만 부실
시험 자주 보고 그 결과 따른 '더하기' 교육 절실
지난 2일 교육부는 코로나 사태 이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는 ‘2020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2020년 중·고등학교의 국·영·수 교과 기초학력 미달률이 평균 5.97%에서 9.3%로 증가했다.
우선 코로나 발생 이후 1년 동안 교육당국은 교육의 질을 위해 뭘 했는지 묻고 싶다. 작년 초 코로나 사태 직후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습 격차 문제는 누구나 예상했다. 작년 상반기 학력 격차를 우려하는 기사가 줄을 이었고, 여름부터는 학력 저하가 드러난 평가 결과 및 중위권 실종 관련 기사가 연이어 보도됐다. 코로나19 발발 초기에는 전례 없는 상황이라 우왕좌왕했다고 치자. 그런데 한 학기가 지난 2학기에도 교육당국은 방역에만 치중할 뿐 교육의 질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번에 발표한 2020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지난해 11월 하순에 시행됐다. 그럼에도 학력 저하가 심화됐다. 코로나 발발 이후 거의 1년 동안 교육당국은 뭘 한 것일까?
같은 코로나 위기에 사교육과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국제학교 등 학부모가 돈 내고 선택한 교육은 학력 저하가 전혀 없었다. 왜 공교육만 학력 저하가 일어나는가? 초유의 코로나 사태 앞에 공교육은 총체적 부실의 민낯을 드러냈지만, 사교육과 자사고·특목고·국제학교에서는 같은 코로나 위기에서 재빨리 전열을 가다듬고 원격 환경에서도 학습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이들은 생존을 위해 전쟁처럼 분투했지만, 공교육은 학습 격차를 누구나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처럼 자포자기했다.
다른 나라도 그렇다고 자위하지 말자.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교육열과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학력 경쟁이 덜 치열한 나라들보다 학습 격차가 사실상 더 치명적인 차이를 가져온다. 학력은 누적되는 속성을 지니기 때문에 한 번 벌어진 격차는 지속적으로 악화된다. 이때 벌어진 격차는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회복하기 쉽지 않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상위권을 변별해 서열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파악하기 위한 진단 고사로 활용돼 왔다. 그런데 2016년까지 전수조사하다가 2017년부터 3%만 표집조사하기 시작했는데, 공교롭게도 표집조사를 할 때부터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아졌다. 2011~2016년 국·영·수 과목 기초학력 미달률은 평균 3.45%였다. 전수조사가 아닌 3% 표집조사를 한 2017~2019년의 기초학력 미달률 평균은 6.03%였다. 코로나 원년인 2020년 11월 하순의 표집평가에서 국·영·수 기초학력 미달률 평균은 9.3%였다. 그런데 3%만 표집조사하는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개선한다며 교육부는 2022년부터는 학교 희망에 따라 자율적으로 역량 중심 평가에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왜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 걸까?
평가는 매우 중요한 수업 자료다. 평가를 부담스러워하는 건 누적되고 기록으로 남아 낙인 효과가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국제 공인 교육 프로그램인 국제바칼로레아(IB)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평가 정보를 수업 자료로 적극 활용할 것을 강조하기 때문에 시험을 자주 본다. 그러나 모든 평가를 누적 합산해서 기록하는 것은 지양한다. 아이들의 학습 속도가 모두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서열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학습의 질을 위해 시험을 활용하는 것이다.
위기가 닥치면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다. 학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이라는 구호는 공허하고 무책임할 뿐이다. 공교육에서 학업 부담 핑계를 대며 시험을 취소하고, 과목을 줄이고, 범위를 축소하는 ‘빼기’ 교육은 취약계층에만 피해를 입히고 양극화를 가속화한다. 공교육에서 아무리 ‘빼기’ 교육을 해도 부유층은 사교육으로 ‘더하기’ 교육을 한다. 학습 격차가 심할수록 공교육에서 시험도 더 자주 보고, 그 시험에서 진단된 취약 부분을 최대한 보완해 주고, 공부의 양도 질도 축소하지 말고 최상의 수준으로 최대한 ‘더하기’ 교육을 해야 교육의 양극화를 줄일 수 있다.
이혜정 < 교육과혁신연구소장 >
우선 코로나 발생 이후 1년 동안 교육당국은 교육의 질을 위해 뭘 했는지 묻고 싶다. 작년 초 코로나 사태 직후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습 격차 문제는 누구나 예상했다. 작년 상반기 학력 격차를 우려하는 기사가 줄을 이었고, 여름부터는 학력 저하가 드러난 평가 결과 및 중위권 실종 관련 기사가 연이어 보도됐다. 코로나19 발발 초기에는 전례 없는 상황이라 우왕좌왕했다고 치자. 그런데 한 학기가 지난 2학기에도 교육당국은 방역에만 치중할 뿐 교육의 질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번에 발표한 2020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지난해 11월 하순에 시행됐다. 그럼에도 학력 저하가 심화됐다. 코로나 발발 이후 거의 1년 동안 교육당국은 뭘 한 것일까?
같은 코로나 위기에 사교육과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국제학교 등 학부모가 돈 내고 선택한 교육은 학력 저하가 전혀 없었다. 왜 공교육만 학력 저하가 일어나는가? 초유의 코로나 사태 앞에 공교육은 총체적 부실의 민낯을 드러냈지만, 사교육과 자사고·특목고·국제학교에서는 같은 코로나 위기에서 재빨리 전열을 가다듬고 원격 환경에서도 학습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이들은 생존을 위해 전쟁처럼 분투했지만, 공교육은 학습 격차를 누구나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처럼 자포자기했다.
다른 나라도 그렇다고 자위하지 말자.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교육열과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학력 경쟁이 덜 치열한 나라들보다 학습 격차가 사실상 더 치명적인 차이를 가져온다. 학력은 누적되는 속성을 지니기 때문에 한 번 벌어진 격차는 지속적으로 악화된다. 이때 벌어진 격차는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회복하기 쉽지 않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상위권을 변별해 서열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파악하기 위한 진단 고사로 활용돼 왔다. 그런데 2016년까지 전수조사하다가 2017년부터 3%만 표집조사하기 시작했는데, 공교롭게도 표집조사를 할 때부터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아졌다. 2011~2016년 국·영·수 과목 기초학력 미달률은 평균 3.45%였다. 전수조사가 아닌 3% 표집조사를 한 2017~2019년의 기초학력 미달률 평균은 6.03%였다. 코로나 원년인 2020년 11월 하순의 표집평가에서 국·영·수 기초학력 미달률 평균은 9.3%였다. 그런데 3%만 표집조사하는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개선한다며 교육부는 2022년부터는 학교 희망에 따라 자율적으로 역량 중심 평가에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왜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 걸까?
평가는 매우 중요한 수업 자료다. 평가를 부담스러워하는 건 누적되고 기록으로 남아 낙인 효과가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국제 공인 교육 프로그램인 국제바칼로레아(IB)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평가 정보를 수업 자료로 적극 활용할 것을 강조하기 때문에 시험을 자주 본다. 그러나 모든 평가를 누적 합산해서 기록하는 것은 지양한다. 아이들의 학습 속도가 모두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서열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학습의 질을 위해 시험을 활용하는 것이다.
위기가 닥치면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다. 학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이라는 구호는 공허하고 무책임할 뿐이다. 공교육에서 학업 부담 핑계를 대며 시험을 취소하고, 과목을 줄이고, 범위를 축소하는 ‘빼기’ 교육은 취약계층에만 피해를 입히고 양극화를 가속화한다. 공교육에서 아무리 ‘빼기’ 교육을 해도 부유층은 사교육으로 ‘더하기’ 교육을 한다. 학습 격차가 심할수록 공교육에서 시험도 더 자주 보고, 그 시험에서 진단된 취약 부분을 최대한 보완해 주고, 공부의 양도 질도 축소하지 말고 최상의 수준으로 최대한 ‘더하기’ 교육을 해야 교육의 양극화를 줄일 수 있다.
이혜정 < 교육과혁신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