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네타냐후' 첫 아랍정당, 게임처인저? 아웃사이더? [김리안의 중동은지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네타냐후를 축출하기 위해 연합군이 한밤 중 펼친 심야드라마'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2일 이스라엘의 역대 최장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를 물러나게 한 반(反)네타냐후 연합의 무지개 연합정부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달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 11일간 펼쳐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 사태로 인해 일시 중단됐던 연정구성 합의는 마감시한(6월 2일)을 38분 남겨두고 극적 타결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에서 총 15년을 군림했다. 그의 권력은 올해 3월 총선에서 리쿠드당(Likud·30석)이 이끄는 친(親)네타냐후 세력이 과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연정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총 120석인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최소 61석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에 실패한 것이다.
이후 연정 구성 권한은 중도성향의 제2당 예시 아티드(Yesh Atid·17석)에 돌아갔다. 예시 야티드는 또 다른 중도성향의 청백당(Blue and White·8석)과 함께 원리주의주의적인 시오니즘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대안을 찾자는 '자유시오니즘'의 대표주자다. 이 두 정당은 우파성향의 '뉴 호프'(NewHope·6석), '이스라엘 베이테이누'(Yisrael Beiteinu·7석)와 연합했다.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메레츠(Meretz·6석), 좌파성향의 노동당(Labor·7석)까지 끌어안았다.
여기에 더해 이슬람주의 아랍계정당 라암(Ra'am/UAL·4석)이 힘을 보탰고, 마지막엔 극우성향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가 이끄는 야미나(Yamina·7석)까지 극적으로 합류했다. 아직 의회의 신임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절대 한배를 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라암과 야미나의 연정 참여 소식에 중동에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NYT는 "네타냐후 총리가 장기 집권을 위해 팔레스타인 등 아랍계 이스라엘 시민들을 공포마케팅 대상으로 삼아왔다"고 꼬집었다. 2015년 총선 당시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들이 떼지어 투표소로 몰려든다"면서 우파 유권자들의 결집을 촉구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또 2018년에는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국가임을 천명한다'는 유대민족국가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이스라엘 내 반팔레스타인 정서를 극대화시켰다. 이런 네타냐후 총리조차도 올해 초에는 연정 구성이 절실해지자 라암에 손을 내밀었다.
라암은 올해 3월 총선을 앞두고 이스라엘 내 최대 아랍정당인 조인트아랍리스트에서 이탈·분리해 창립된 정당이다. 만수르 압바스 라암 대표는 "우파 정당들과도 협력해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하겠다"며 유권자들에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창립 이후 친네타냐후 측과 반네타냐후 측 사이를 줄타기하며 킹메이커를 자처했다.
그 결과 압바스는 이번 연정 합류로 많은 소득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정으로부터 이스라엘에 있는 팔레스타인 주요 도시들의 사회기반시설 개선과 범죄 퇴치를 위해 530억세겔(160억달러·약17조8640억원)을 추가할당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또 이스라엘 내 무허가 팔레스타인 주택의 철거를 중단할 것, 네게브 사막의 베두인 마을을 법적으로 공식인정할 것 등을 보장받았다.
이스라엘매체 예디오트 아흐로노트는 "압바스의 연정 합류 서명은 공식적인 합의의 표시 그 이상이다. 이는 이스라엘 사회가 정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상징한다"고 표현했다. 이어 "이스라엘 사회 전반에 뿌리박힌 아랍인과 유대인 사이의 콘크리트벽이 처음 뚫린 셈"이라고 극찬했다.
다이애나 부투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 변호사 겸 정치평론가는 "압바스가 본인이 이스라엘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야미나의 베네트 대표와 토론한 적이 있는데, 그는 항상 '당신을 동등하게 보지 않는다'며 나를 이등국민 바라보듯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는 네타냐후가 물러나기를 바랐지만, 더 극우 성향이 짙은 베네트가 총리에 오르길 바랄 정도로 네타냐후 실각을 원한 건 아니었다"며 "압바스는 그저 자기 정치 명성을 위해 연정에 참여했을 뿐"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 지원단체인 모사와센터의 자파르 파라 소장은 "압바스 대표가 이스라엘 정부의 조직적인 탄압에 근본적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지원금 등 특정 요구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은 비전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팔레스타인 국가주의 정당인 발라드의 사미 아부 세하데 대표는 "라암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익에 반하는 극단적인 세력과 손을 잡은 것은 매우 위험한 결정"이라며 "압바스 대표는 왕따를 자처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연정 구성이 무사히 의회를 통과해 확정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벌써 야미나 소속 의원 1명이 연정을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 추가 이탈표가 나오면 연정 구성이 불가능해진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익 투표에 의해 선출된 의원들은 위험한 좌익 정부를 반대해야 한다"며 지지세력에 결집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연정이 압바스 대표에 약속한 사항들은 '유대인 시오니즘에 대한 배신'"이라며 자극하기도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2일 이스라엘의 역대 최장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를 물러나게 한 반(反)네타냐후 연합의 무지개 연합정부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달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 11일간 펼쳐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 사태로 인해 일시 중단됐던 연정구성 합의는 마감시한(6월 2일)을 38분 남겨두고 극적 타결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에서 총 15년을 군림했다. 그의 권력은 올해 3월 총선에서 리쿠드당(Likud·30석)이 이끄는 친(親)네타냐후 세력이 과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연정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총 120석인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최소 61석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에 실패한 것이다.
이후 연정 구성 권한은 중도성향의 제2당 예시 아티드(Yesh Atid·17석)에 돌아갔다. 예시 야티드는 또 다른 중도성향의 청백당(Blue and White·8석)과 함께 원리주의주의적인 시오니즘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대안을 찾자는 '자유시오니즘'의 대표주자다. 이 두 정당은 우파성향의 '뉴 호프'(NewHope·6석), '이스라엘 베이테이누'(Yisrael Beiteinu·7석)와 연합했다.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메레츠(Meretz·6석), 좌파성향의 노동당(Labor·7석)까지 끌어안았다.
여기에 더해 이슬람주의 아랍계정당 라암(Ra'am/UAL·4석)이 힘을 보탰고, 마지막엔 극우성향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가 이끄는 야미나(Yamina·7석)까지 극적으로 합류했다. 아직 의회의 신임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절대 한배를 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라암과 야미나의 연정 참여 소식에 중동에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킹메이커 자처한 라암, 연정 참여한 첫 아랍정당
특히 많은 중동 전문가들이 주목한 것은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들로 구성된 정당 라암의 첫 연정 합의다. 뉴욕타임스(NYT)는 "네타냐후 총리를 장기집권에서 축출하고 아랍계 독립정당(라암)을 처음으로 정부에 포함시키는 연정 합의는 이스라엘 정치의 단층을 무너뜨리고 잠재적인 새 시대를 여는 게임체인저"라고 평가했다. 현재 아랍계 이스라엘인들은 전체 인구의 20%에 불과한 소수민족으로, 많은 차별과 억압에 시달리고 있다.NYT는 "네타냐후 총리가 장기 집권을 위해 팔레스타인 등 아랍계 이스라엘 시민들을 공포마케팅 대상으로 삼아왔다"고 꼬집었다. 2015년 총선 당시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들이 떼지어 투표소로 몰려든다"면서 우파 유권자들의 결집을 촉구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또 2018년에는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국가임을 천명한다'는 유대민족국가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이스라엘 내 반팔레스타인 정서를 극대화시켰다. 이런 네타냐후 총리조차도 올해 초에는 연정 구성이 절실해지자 라암에 손을 내밀었다.
라암은 올해 3월 총선을 앞두고 이스라엘 내 최대 아랍정당인 조인트아랍리스트에서 이탈·분리해 창립된 정당이다. 만수르 압바스 라암 대표는 "우파 정당들과도 협력해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하겠다"며 유권자들에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창립 이후 친네타냐후 측과 반네타냐후 측 사이를 줄타기하며 킹메이커를 자처했다.
그 결과 압바스는 이번 연정 합류로 많은 소득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정으로부터 이스라엘에 있는 팔레스타인 주요 도시들의 사회기반시설 개선과 범죄 퇴치를 위해 530억세겔(160억달러·약17조8640억원)을 추가할당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또 이스라엘 내 무허가 팔레스타인 주택의 철거를 중단할 것, 네게브 사막의 베두인 마을을 법적으로 공식인정할 것 등을 보장받았다.
이스라엘매체 예디오트 아흐로노트는 "압바스의 연정 합류 서명은 공식적인 합의의 표시 그 이상이다. 이는 이스라엘 사회가 정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상징한다"고 표현했다. 이어 "이스라엘 사회 전반에 뿌리박힌 아랍인과 유대인 사이의 콘크리트벽이 처음 뚫린 셈"이라고 극찬했다.
극우 베네트와의 '동상이몽' 우려도 거세
반대론자들의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알자지라는 "많은 팔레스타인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암이 조인트아랍리스트에서 이탈해 극우세력과도 손을 잡음으로써 지난해 역사상 최대인 15석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팔레스타인계 정당들의 대표성을 약화시켰다고 비판이 거세다. 특히 이번 연정은 극우성향의 야미나가 이끄는 극우 정권으로 가는 '과도기 연정'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다이애나 부투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 변호사 겸 정치평론가는 "압바스가 본인이 이스라엘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야미나의 베네트 대표와 토론한 적이 있는데, 그는 항상 '당신을 동등하게 보지 않는다'며 나를 이등국민 바라보듯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는 네타냐후가 물러나기를 바랐지만, 더 극우 성향이 짙은 베네트가 총리에 오르길 바랄 정도로 네타냐후 실각을 원한 건 아니었다"며 "압바스는 그저 자기 정치 명성을 위해 연정에 참여했을 뿐"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 지원단체인 모사와센터의 자파르 파라 소장은 "압바스 대표가 이스라엘 정부의 조직적인 탄압에 근본적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지원금 등 특정 요구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은 비전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팔레스타인 국가주의 정당인 발라드의 사미 아부 세하데 대표는 "라암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익에 반하는 극단적인 세력과 손을 잡은 것은 매우 위험한 결정"이라며 "압바스 대표는 왕따를 자처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연정 구성이 무사히 의회를 통과해 확정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벌써 야미나 소속 의원 1명이 연정을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 추가 이탈표가 나오면 연정 구성이 불가능해진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익 투표에 의해 선출된 의원들은 위험한 좌익 정부를 반대해야 한다"며 지지세력에 결집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연정이 압바스 대표에 약속한 사항들은 '유대인 시오니즘에 대한 배신'"이라며 자극하기도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