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초유의 '방탄인사' 해 놓고 사심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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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고검장 승진시킨 박범계
검사들에게 '정의' 말할 자격있나
남정민 지식사회부 기자
검사들에게 '정의' 말할 자격있나
남정민 지식사회부 기자
![[취재수첩] 초유의 '방탄인사' 해 놓고 사심 없다니](https://img.hankyung.com/photo/202106/07.25288812.1.jpg)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7일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사상 초유의 피고인 신분 서울중앙지검장을 고검장으로 승진시키고, 정부에 각을 세웠던 검사들은 모두 비(非)수사 한직으로 좌천시키는 ‘방탄인사’에 대한 자평이다.
검찰은 우리 사회 곳곳의 범죄를 수사하고 부패를 척결하는 국가 최고 법집행기관이다. 박 장관이 검찰의 이런 공적 역할을 충분히 고려했다면, 이번 인사는 우리 사회 곳곳의 범죄와 권력자가 얽힌 각종 부패를 깨끗이 청소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이런 의문이 드는 건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당장 현 정부를 겨냥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팀에 대한 인사만 봐도 그렇다. 이 사건 피고인으로 재판을 앞두고 있는 이성윤 지검장은 승진했다.
후배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외풍을 막아주는 선배와 정치권의 ‘편 가르기’에도 휘둘리지 않고 꿋꿋이 범죄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후배. 이런 검사들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또다시 권력을 겨냥해야 할 때가 오더라도 검사들은 주저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인사가 주는 메시지는 어떤가. 추 전 장관이 앞장선 이른바 ‘검찰개혁’이 진행되기 전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지난 5월 신임 검사 70여 명이 임용된 자리에서 박 장관은 “정의란 외부의 잘못된 유인과 압력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며칠 전 신임 검사 한 명은 기자에게 “취업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만 골라 하고 권력자 비위는 무조건 덮어서 승진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임관식에 참석한 검사들이 몇이나 있겠는가. 박 장관에게 묻고 싶다. 이런 인사를 해놓고 신임 검사들에게 과연 떳떳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