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어나니머스와 가이 포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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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응징한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130여 명이 목숨을 잃었을 때, 국제 해커그룹 ‘어나니머스(Anonymous)’가 테러 주범들에게 날린 선전포고다. IS는 코웃음 쳤지만, 며칠 뒤 조직의 트위터 계정 10만여 개와 웹사이트 149개가 먹통이 돼 버렸다. 어나니머스는 세계 일곱 곳에 대한 IS의 테러 계획까지 까발려 추가 범죄를 막았다.
2010년에는 이란의 정보 검열에 맞서 정부 사이트를 마비시켰고, 아랍 민주화 운동 땐 튀니지 이집트 등 독재국가 정부 전산망을 무너뜨렸다. 2013년에는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1만5000여 명의 신상을 공개했다.
‘익명’이라는 뜻의 어나니머스는 ‘자유’와 ‘정의’를 표방하는 무정부주의 행동주의자들의 모임이다. 특정 개인보다는 테러 집단이나 북한 등 ‘공공의 적’을 타깃으로 삼는다.
이들의 로고와 상징은 ‘가이 포크스 가면’이다. 가이 포크스는 1605년 11월 영국 왕실의 가톨릭·청교도 탄압에 항의해 의회 건물을 폭파하려다 실패한 인물이다. 그가 처형된 뒤 사람들은 그를 ‘왕실에 저항한 혁명가’로 추앙하며 11월 5일을 ‘가이 포크스 데이’로 정해 매년 기념하고 있다.
그의 얘기를 다룬 소설과 영화 ‘브이 포 벤데타’가 인기를 끌면서 그는 독재자를 상대로 싸우는 저항의 아이콘이 됐다. 어나니머스도 2008년 그의 가면을 상징으로 채택했다.
어나니머스가 최근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에게 ‘경고 영상’을 보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머스크가 잇단 비트코인 관련 글로 시세 급등락을 부추기면서 많은 사람의 인생을 파괴했다”며 “암호화폐 시세 장난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테슬라의 수입원이 자동차보다 암호화폐와 정부 보조금이라는 직격탄까지 날렸다.
특정 개인을 상대로 한 어나니머스의 선전포고는 매우 이례적이다. 머스크의 언행이 개인 차원을 넘어 세계 경제와 소비자를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는 어나니머스의 영향력이 정치·사회뿐 아니라 자본 영역으로 넓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들의 행동 지침 중 하나가 ‘어떤 정보든 맹신하지 말고 철저히 검증하라’인 만큼 그냥 하는 소리만은 아닐 것이다. 머스크의 말수가 얼마나 줄어들지 궁금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2010년에는 이란의 정보 검열에 맞서 정부 사이트를 마비시켰고, 아랍 민주화 운동 땐 튀니지 이집트 등 독재국가 정부 전산망을 무너뜨렸다. 2013년에는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1만5000여 명의 신상을 공개했다.
‘익명’이라는 뜻의 어나니머스는 ‘자유’와 ‘정의’를 표방하는 무정부주의 행동주의자들의 모임이다. 특정 개인보다는 테러 집단이나 북한 등 ‘공공의 적’을 타깃으로 삼는다.
이들의 로고와 상징은 ‘가이 포크스 가면’이다. 가이 포크스는 1605년 11월 영국 왕실의 가톨릭·청교도 탄압에 항의해 의회 건물을 폭파하려다 실패한 인물이다. 그가 처형된 뒤 사람들은 그를 ‘왕실에 저항한 혁명가’로 추앙하며 11월 5일을 ‘가이 포크스 데이’로 정해 매년 기념하고 있다.
그의 얘기를 다룬 소설과 영화 ‘브이 포 벤데타’가 인기를 끌면서 그는 독재자를 상대로 싸우는 저항의 아이콘이 됐다. 어나니머스도 2008년 그의 가면을 상징으로 채택했다.
어나니머스가 최근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에게 ‘경고 영상’을 보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머스크가 잇단 비트코인 관련 글로 시세 급등락을 부추기면서 많은 사람의 인생을 파괴했다”며 “암호화폐 시세 장난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테슬라의 수입원이 자동차보다 암호화폐와 정부 보조금이라는 직격탄까지 날렸다.
특정 개인을 상대로 한 어나니머스의 선전포고는 매우 이례적이다. 머스크의 언행이 개인 차원을 넘어 세계 경제와 소비자를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는 어나니머스의 영향력이 정치·사회뿐 아니라 자본 영역으로 넓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들의 행동 지침 중 하나가 ‘어떤 정보든 맹신하지 말고 철저히 검증하라’인 만큼 그냥 하는 소리만은 아닐 것이다. 머스크의 말수가 얼마나 줄어들지 궁금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