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기업 10곳 중 8곳이 2025년까지 탄소 중립 전환이 미흡한 공급업체와 거래를 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수출업체가 글로벌 대기업의 탄소 감축 목표를 충족하지 못하면 2030년 수출 손실 규모가 1425억달러(15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8일 SC제일은행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은 최근 탄소 중립 전환이 글로벌 대기업의 공급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보고서 '카본 데이티드(Carbon Dated)'를 펴냈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글로벌 대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및 공급망 분야 전문가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탄소 중립은 배출한 양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대기업의 15%는 탄소 중립 전환 계획에 차질을 줄 수 있는 공급업체와의 거래를 이미 중단하기 시작했다. 2024년부터 탄소 중립을 이행하지 않는 업체와의 거래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대기업은 62%, 2025년부터 거래를 중단한다는 기업은 78%에 달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공급업체를 통한 탄소 배출 감축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현재 글로벌 대기업의 공급망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63%가 공급업체를 통해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대기업의 절반 이상(57%)은 탄소 중립을 위해 공급업체를 현재 신흥시장 업체에서 향후 선진시장 업체로 대체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 현재 계약을 맺고 있는 공급업체 가운데 35%와는 거래를 중단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글로벌 대기업에 재화나 용역을 수출하는 국내 공급업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공급업체와 거래하는 글로벌 대기업의 89%는 2025년까지 탄소 배출을 지금보다 평균 30% 줄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국내 기업과 거래를 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한국 공급업체가 이 같은 글로벌 대기업의 탄소 감축 목표를 이행하지 못하면 잠재적인 수출 손실 규모가 2030년 최대 1425억달러(15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탄소 중립 계획을 달성하는 12개 주요 신흥·고속성장 시장의 공급업체들은 연간 1조6000억달러(1783조7000억원)의 수출 기회를 새로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빌 윈터스 SC그룹 회장은 "신흥·고성장 시장의 공급업체들은 독자적으로 탄소중립을 시작하기 어려운 만큼 글로벌 대기업들이 공급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며 "정부와 금융권도 적합한 인프라 구축 및 자금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