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양주에 있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의 코코스퀘어 매장 내 반려견용 수영장. 전담 강사가 강아지와 1 대 1 수업을 하고 있다.   코코스퀘어 제공
경기 남양주에 있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의 코코스퀘어 매장 내 반려견용 수영장. 전담 강사가 강아지와 1 대 1 수업을 하고 있다. 코코스퀘어 제공
“넌 유일한 내 편. 다시 태어나면 내가 먼저 널 안아줄게.”

애견인으로 유명한 가수 크러쉬가 부른 ‘Your dog loves you(당신의 개는 당신을 사랑한다)’의 가사다. 이런 사람들을 요즘 ‘펫미(Pet-Me)족’이라 부른다. 반려동물을 자신만큼 사랑하며 먹이고 입히는 것뿐 아니라 건강 관리 등에 아낌없이 지불한다는 의미다. 펫미족의 등장으로 ‘펫셔리(펫+럭셔리)’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1 대 1 수영 등 프리미엄 서비스 인기

지난 7일 찾은 경기 남양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의 반려동물 복합시설 ‘코코스퀘어’. 방문객들은 대당 129만원에 달하는 고가 브랜드 유모차를 끌고 있었다. 유모차의 주인공은 강아지. 노령견이나 관절이 약한 반려견들로 주인이 코코스퀘어의 전용수영장에서 운동을 시키기 위해 데려왔다. 신청만 하면 전용 강사가 한 시간 동안 ‘1 대 1’ 맞춤수영 수업까지 제공한다.

펫 용품을 파는 ‘멀티숍’에서 강아지용 집 중 가장 비싼 제품은 92만원이다. 반려동물 생김새에 맞춰 귀걸이와 팔찌 등을 주문제작하는 서비스도 있다. 코코스퀘어 관계자는 “이탈리아 현지 업체가 두 달간 제작해 보내며 가격은 수십만원대”라며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지수도 반려견 ‘달곰’ 주얼리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코코스퀘어를 연 하성동 지피에프파트너스 대표는 롯데 에비뉴엘 명품관을 총괄했던 럭셔리 전문가다. 스페이스원 매장은 고가의 멤버십으로 운영된다. 가장 비싼 회원권은 1000만원이다. 코코스퀘어는 지난해 11월 개장한 후 매달 1억5000만~2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유통 점포에 입점한 반려동물 매장으로는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커진 반려동물 시장

1 대 1 수영레슨·한방 보양식…'펫셔리' 세상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는 지난해 18억2900만달러(약 2조1100억원)로 전년 대비 7.6% 증가했다. 올해는 19억4700만달러(약 2조2510억원) 규모가 예상된다. ㎏당 1만원 이상인 프리미엄 펫푸드 시장 성장세는 펫산업 선진국인 독일과 미국을 뛰어넘는다. 지난해 국내 프리미엄 펫푸드 시장 성장률은 11.4%로 독일(7.5%), 미국(10.4%)을 웃돌았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연구원은 “올해 국내 소비자의 펫푸드 비용 전망치는 한 마리에 135달러(약 15만원)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 118달러(약 13만원)보다 높다”고 말했다.

펫산업의 성장에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입양하거나, 키우던 반려동물과 유대가 강해지며 지갑을 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보복소비’가 펫산업에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예인들이 고가의 반려동물 용품을 사는 영향도 크다”며 “블랙핑크 제니가 유모차를 탄 강아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제니 강아지 유모차’를 찾는 사람들이 온다”고 말했다.

호텔 스위트룸이 펫객실로 변신

호텔·리조트업체들은 서울, 강원도 등에 반려동물과 함께 투숙할 수 있는 펫객실 관련 고급 패키지를 내놓고 있다. 켄싱턴호텔앤리조트는 최근 설악밸리의 스위트객실 8곳을 펫객실로 바꿨다. 반려동물용 침대와 장난감 등을 제공하고 990㎡ 규모의 펫파크를 이용할 수 있다. 1박에 약 40만원이지만 다음달까지 주말 예약이 마감됐다.

중소업체 중심이던 프리미엄 펫푸드 시장에는 동원F&B와 사조, 하림 등 대형 식품기업들이 진출했다. 하림은 계열사 하림펫푸드, 동원F&B는 자체 브랜드 ‘뉴트리플랜’ 등을 통해 고가의 펫 사료와 간식, 보양식 등을 판매한다.

유로모니터 관계자는 “3~5년 전 ‘한방 오리탕’ 보양식으로 유명한 조공 등 국내 중소업체들이 시장을 개척했고, 최근 기존 식품업체들이 뛰어들며 국내 반려동물 시장의 경쟁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