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 몸짓은 근대사 투영된 민속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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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가 안은미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공연
13일 아르코예술극장서 춤판
제멋대로 흔드는 '막춤'에 끌려
1년간 산골마을 다니며 재해석
2011년 초연…세계 곳곳서 초청
"고령화 시대, 노인의 삶에 주목"'
13일 아르코예술극장서 춤판
제멋대로 흔드는 '막춤'에 끌려
1년간 산골마을 다니며 재해석
2011년 초연…세계 곳곳서 초청
"고령화 시대, 노인의 삶에 주목"'
팔을 제멋대로 흔들고 박자는 하나도 맞지 않는다. 형식미는 찾기 어렵지만 춤을 추는 할머니 얼굴엔 웃음꽃이 만개했다. 감상하다 보면 묘하게 할머니들 춤사위에 이입된다. 현대무용가 안은미(사진)가 할머니들의 몸짓을 재해석한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중 한 장면이다. 그가 안무한 할머니들의 춤판이 오는 1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펼쳐진다. 올해 40회를 맞은 국제현대무용제의 폐막작이다. 김혜경 김지연 등 안은미컴퍼니 소속 무용수와 함께 윤정임 전점례 최춘자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할머니 10명이 함께 어우러져 춤사위를 선보인다.
“무대에 오르는 할머니들은 ‘근대의 여인들’입니다. 우리 역사가 몸에 아로새겨진 문화재죠. 이분들의 춤은 우리 시대의 ‘민속춤’인 셈입니다. 정형화된 전통예술만 기록에 남길 게 아닙니다.”
서울 용산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안은미는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기인 같았다. 빡빡머리에 색동 꼬까옷 차림. 귀에는 꽃을 꽂았다. 안은미는 현대무용계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꼽힌다.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한 1986년 한국현대무용협회가 주는 신인상을 수상했다. 1994년 서울무용제에서는 인기상을 받았고, 그해 미국 뉴욕대로 유학을 떠나 1998년 맨해튼 예술재단이 주는 안무가상을 탔고, 뉴욕 예술재단에선 예술가펠로십을 받았다.
2000년 대구시립무용단장으로 임명돼 귀국한 그가 춘향전을 새롭게 해석한 ‘춘향’(2003년 초연) 등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무용계가 들썩였다. 2018년부터는 프랑스 파리시립극장 상주예술가로 선정돼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를 관통하는 작품을 주로 내놨던 그가 할머니들에게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뭘까.
“2010년 할머니들의 막춤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우스꽝스럽게 비쳐지는 걸 보고 의문을 품었어요. 그분들의 몸은 우스갯거리가 아니라 역사를 담은 산물이잖아요. 이른바 ‘막춤’을 연구하러 한 달 동안 전국 산골 마을을 돌아다녔습니다. 역사를 체화한 할머니들을 찾아서요. 우리네 어머니들의 춤은 인류학적으로 가치가 있어요. 마냥 우습게 넘길 게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영남·호남·충청·강원지역을 답사하며 만난 할머니들의 몸짓을 현대무용으로 풀어냈다. 창작에만 1년이 걸렸다. 제작 과정이 쉽진 않았다. 할머니들은 정식으로 춤을 춰본 적이 없는 데다 무대가 낯설었다. 숱한 연습을 거쳐 2011년 2월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할머니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초연했다.
“처음엔 아들이 보고 싶다고 우는 할머니도 계셨죠. 그래도 공연을 한 뒤 성격이 바뀌었어요. 활발해지고 낯선 곳에서도 용감하게 행동하셨습니다. ‘춤은 딴따라나 추는 거 아니냐’고 하던 분도 오해를 풀었죠.”
국내 초연 후 세계 곳곳에서 안은미와 할머니들을 찾았다. 2014년 벨기에 리에주국제무용축제를 시작으로 2019년까지 할머니들과 함께 프랑스 스위스 대만 호주 등 세계 투어를 이어나갔다. 그는 이 작품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이유로 주제의식을 꼽았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자 현대인이 노인의 삶을 고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에서 ‘어떻게 해야 잘 늙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유럽 관객도 우리 할머니들의 신명 나는 춤을 보면서 노인의 잠재력을 깨달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무대에 오르는 할머니들은 ‘근대의 여인들’입니다. 우리 역사가 몸에 아로새겨진 문화재죠. 이분들의 춤은 우리 시대의 ‘민속춤’인 셈입니다. 정형화된 전통예술만 기록에 남길 게 아닙니다.”
서울 용산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안은미는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기인 같았다. 빡빡머리에 색동 꼬까옷 차림. 귀에는 꽃을 꽂았다. 안은미는 현대무용계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꼽힌다.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한 1986년 한국현대무용협회가 주는 신인상을 수상했다. 1994년 서울무용제에서는 인기상을 받았고, 그해 미국 뉴욕대로 유학을 떠나 1998년 맨해튼 예술재단이 주는 안무가상을 탔고, 뉴욕 예술재단에선 예술가펠로십을 받았다.
2000년 대구시립무용단장으로 임명돼 귀국한 그가 춘향전을 새롭게 해석한 ‘춘향’(2003년 초연) 등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무용계가 들썩였다. 2018년부터는 프랑스 파리시립극장 상주예술가로 선정돼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를 관통하는 작품을 주로 내놨던 그가 할머니들에게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뭘까.
“2010년 할머니들의 막춤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우스꽝스럽게 비쳐지는 걸 보고 의문을 품었어요. 그분들의 몸은 우스갯거리가 아니라 역사를 담은 산물이잖아요. 이른바 ‘막춤’을 연구하러 한 달 동안 전국 산골 마을을 돌아다녔습니다. 역사를 체화한 할머니들을 찾아서요. 우리네 어머니들의 춤은 인류학적으로 가치가 있어요. 마냥 우습게 넘길 게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영남·호남·충청·강원지역을 답사하며 만난 할머니들의 몸짓을 현대무용으로 풀어냈다. 창작에만 1년이 걸렸다. 제작 과정이 쉽진 않았다. 할머니들은 정식으로 춤을 춰본 적이 없는 데다 무대가 낯설었다. 숱한 연습을 거쳐 2011년 2월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할머니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초연했다.
“처음엔 아들이 보고 싶다고 우는 할머니도 계셨죠. 그래도 공연을 한 뒤 성격이 바뀌었어요. 활발해지고 낯선 곳에서도 용감하게 행동하셨습니다. ‘춤은 딴따라나 추는 거 아니냐’고 하던 분도 오해를 풀었죠.”
국내 초연 후 세계 곳곳에서 안은미와 할머니들을 찾았다. 2014년 벨기에 리에주국제무용축제를 시작으로 2019년까지 할머니들과 함께 프랑스 스위스 대만 호주 등 세계 투어를 이어나갔다. 그는 이 작품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이유로 주제의식을 꼽았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자 현대인이 노인의 삶을 고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에서 ‘어떻게 해야 잘 늙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유럽 관객도 우리 할머니들의 신명 나는 춤을 보면서 노인의 잠재력을 깨달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