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애들'이라 부르는 그들이 당신의 미래를 이끈다 [김용섭의 트렌드 빅 퀘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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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DEEP INSIGHT
만약 당신이 타임머신을 타고 2019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손소독제나 투명 아크릴 칸막이가 히트상품이 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가속화가 이뤄지며, 정보기술(IT) 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높아진 것을 아는 채로 2019년으로 간다면 엄청난 부자가 될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2007년으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그때가 아이폰이 나온 해다. 스마트폰이 바꿀 혁명적인 변화와 비즈니스 기회가 본격화되기 전으로 당신이 돌아간다면 유니콘이 된 스타트업을 세웠을 것이다. 이건 돈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산업적 영향력을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에게 타임머신은 없다. 그래서 우리가 트렌드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초래한 산업적 진화의 가장 큰 수혜자를 꼽자면 메타버스산업일 것이다. 사람과 물리적 거리두기가 필요해진 시대에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등의 기술 수요가 커졌고, 이를 활용하는 메타버스산업은 성장할 기회를 맞았다. 메타버스를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는 기업 중 하나가 페이스북이다. 27억 명의 페이스북 사용자를 메타버스 공간으로 옮겨놓고 싶어 한다. 매출에서 광고 비중이 절대적인 페이스북 입장에선 수익 다변화를 위해 메타버스 시장을 노린다. VR·AR 분야 인력만 6000명이 넘고, 오큘러스를 비롯해 비트게임스, 스케이프 테크놀로지, 산자루 게임스, 레디 앳 던 등 인수한 기업도 많다. 페이스북이 꿈꾸는 미래는 메타버스 속에서 우리가 게임과 여가, 취미만 누리는 게 아니라 교육, 업무, 커머스, 미디어 등 무한대로 확장해가는 것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삼성전자 등 빅테크 기업 중 상당수가 AR과 VR에 투자하고, 메타버스 시장을 중요하게 바라본다. 엔비디아는 가상세계를 공유하도록 AI가 통합된 메타버스 솔루션을 개발하기도 했는데, 제조업에서 이를 공장 설계와 계획에 활용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제조업, 서비스업, 교육업, 패션업, 미디어업 등 거의 모든 산업에 영향을 준다. 그냥 애들이 게임하고 노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시장조사회사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2025년 2800억달러 정도로 추산했다. 컨설팅회사 PwC는 AR·VR 시장이 2025년 4764억달러, 2030년 1조50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산했다. 그리고 이 엄청난 시장에서 Z세대는 초기에 시장을 활성화하고, 가치를 끌어올리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니 빅테크 기업들이 공들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빅테크 기업으로선 이들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로봇에 대한 거부감 없이 친숙하게 다가가는 데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밀레니얼세대보다 훨씬 유리하다. 직접 코딩해서 움직이는 조립식 블록으로 코딩을 접하고, 가상현실 증강현실도 놀면서 접했다. 로봇을 친구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첫 세대가 Z세대가 될 것이고, 메타버스를 실제 현실과 이질감 없이 몰입하는 첫 세대도 Z세대가 될 것이다. 결국 우리가 지금 ‘애들’이라고 부르는 그들에 의해 향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더 성장할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깔아놓은 메타버스와 일상 로봇의 판에서 가장 잘 놀고 즐길 사람이 Z세대이고, 그들 덕분에 관련 산업과 기술은 더 진화할 것이다. 미래의 충성고객으로 만들고, 메타버스, 로봇, 인공지능 등의 시장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Z세대와 알파세대는 필요하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글로벌 리서치 보고서 ‘OK Zoomer : Gen Z Primer’에 따르면, 2030년이면 Z세대의 소득이 33조달러로 전 세계 소득의 25%를 차지하게 된다. 이는 2020년 대비 다섯 배 많은 것이고, 2031년이면 밀레니얼 세대의 소득을 Z세대가 추월할 것으로 봤다. 아주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소유에 대한 관점도 바뀌어서,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이전 세대보다 운전면허를 따는 데 관심이 적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호의적 태도도 높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MLB, NBA, NFL 등의 스포츠에 미국 Z세대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들은 e스포츠에 더 관심이 있다. 향후 스포츠산업에서 e스포츠가 더 성장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팬데믹은 Z세대의 힘을 키워줬다. 팬데믹으로 온라인과 모바일, 소셜 플랫폼의 위상과 가치가 더 높아졌고, 이곳에선 상대적으로 활동성이 강한 Z세대의 힘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의 힘은 다시 온라인 기반의 비즈니스에 힘을 더 실어준다. 유통이든 서비스든 분야를 막론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고, 온라인 기반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에서 전통적 기반을 가진 산업의 미래는 더욱 어두울 수밖에 없다. Z세대는 계속 10~20대에 머무는 게 아니라 점점 나이를 먹을 것이고, 그들의 소비자로서 영향력은 커져갈 것이다. 그리고 원격·재택근무 환경이 확대되는 것도 Z세대가 바라는 일이다. 기성세대가 만들어놓고 이어온 일하는 방식, 소비 구도, 미디어의 영향력 등에서 Z세대는 기존 방식을 이어가기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의 전환을 적극 요구할 것이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에서 정의한 Z세대는 1997~2012년 출생자인데, 현재 전 세계 인구의 32%를 차지하며, 25억 명 정도다. 주로 10대와 20대 초중반인데, 그래봤자 학생이나 애들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선 나이 서열화가 아주 강하다 보니 나이와 능력을 비례 관계로 보는 경향이 짙어, Z세대를 과소평가하며 간과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포브스의 전 세계 최고 부자 순위(2021년)에서 1위에 오른 제프 베이조스가 아마존을 창업했을 때가 30세였다. 30대 초반에 억만장자가 됐고, 경제·사회·산업적 영향력도 막강하다. 2위인 일론 머스크는 24세에 스타트업을 시작해 여러 회사를 만들었는데, 20대 후반에 이미 수천만달러를 벌었고, 페이팔을 매각한 31세에 억만장자가 됐다. 그 돈으로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키워 산업의 판도를 바꿔놨다. 1995년부터 2017년까지 포브스의 세계 최고 부자 랭킹 1위를 독식하다시피 했던 빌 게이츠는 2021년에도 세계에서 네 번째 부자다. 그는 20세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고, 31세에 나스닥시장에 상장시켜 억만장자가 됐다. 5위인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했을 때는 20세였고, 나스닥 상장으로 억만장자가 된 것이 28세 때다. 6위인 워런 버핏이 직장을 그만두고 투자조합을 만든 것이 26세였으며, 30대에 이미 큰 부자가 됐다. 7위인 래리 엘리슨이 오라클을 창업했을 때 33세였다. 세계 최고 부자 8, 9위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25세에 창업한 구글은 그들이 31세 때 나스닥에 상장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 10명 중 6명은 20대, 2명은 30대 초반에 창업했다. 이들 8명 모두 자수성가했다. 지금은 순위에 없지만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창업했을 때는 21세였고, 27세에 억만장자가 됐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을 필두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벅셔해서웨이, 테슬라 등이 바로 이들이 만들고 키운 회사다. 이들과 이들 기업이 IT업계뿐 아니라 세계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20대 억만장자는 지금도 계속 나온다. 30대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쏟아진다. 2030이 바꾸는 산업, 경제는 갑자기 나온 현상이 아니라 이미 꽤 오래 지속된 메가트렌드다. 이들이 당신의 일자리와 당신의 노후를 바꿀 수 있다.
엄밀히 정치인이 몇 살이건 상관없이, 그들이 처한 문제에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줄 정치 리더를 원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 새로운 소비자 등을 적극 대응하며 계속 변화를 받아들이는 기업이 살아남는 상식이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통해야 한다. 혁신의 대상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 나이 많다고 빼주고, 지위 높다고 빼주고 해선 될 일도 안 된다. 정치가 시대착오적이고, 산업·기술적 진화와 경제 성장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올해부터 인스타그램에 채용 공고를 내고 있다. 가장 폐쇄적이고, 뭐든 은밀할 것만 같던 CIA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갖고 대외적 홍보를 하는 것도 놀라운데, 채용 공고까지 한다는 건 파격적인 일이다. 지금 시대엔 이 방법이 맞기 때문이고, Z세대가 CIA 요원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Z세대가 이미 대기업 사원이 되고, 5급 공무원이 됐다. 중요한 소비 세력이자 스타트업에서도 새로운 주자다. Z세대가 바꿀 미래는 이미 시작됐다. 애들이라고 여겼던 1020세대가 만들 비즈니스 기회, 사회와 경제, 산업, 기술의 진화를 가볍게 봐선 안 된다. 과거의 방식과 관성에 의존해선 결코 미래의 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다.
■ 김용섭은
트렌드 인사이트&비즈니스 크리에이티비티(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자 트렌드 분석가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대기업과 정부기관에서 2500회 이상의 강연과 비즈니스 워크숍을 했고, 200여 건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저서로 《프로페셔널 스튜던트》, 《코로나 사피엔스, 새로운 도약》(공저), 《라이프 트렌드 2021 : Fight or Flight》, 《언컨택트》, 《펭수의 시대》, 《라이프 트렌드 2020 : 느슨한 연대》,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 : 대한민국 세대분석 보고서》, 《라이프 트렌드 2019 : 젠더뉴트럴》 등 40권이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2007년으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그때가 아이폰이 나온 해다. 스마트폰이 바꿀 혁명적인 변화와 비즈니스 기회가 본격화되기 전으로 당신이 돌아간다면 유니콘이 된 스타트업을 세웠을 것이다. 이건 돈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산업적 영향력을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에게 타임머신은 없다. 그래서 우리가 트렌드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메타버스의 기회는 Z세대가 가져간다
스마트폰이 밀레니얼세대의 힘을 키워준 일등공신이라면, 메타버스가 만드는 힘은 Z세대를 키워줄 것이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의 10~20대가 밀레니얼세대다. 스마트폰을 먼저,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그들이 새로운 문화와 미디어, 소비, 비즈니스의 권력으로 부상했고, 이들이 창업한 스타트업들이 막대한 가치를 창출해내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금의 10~20대는 Z세대다. 메타버스 시장의 주 소비층은 1020세대다. 메타버스에서 가장 많이 놀고, 그 환경과 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이들이 메타버스가 만들 기회를 가장 많이 가져가고, 산업의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다.코로나 팬데믹이 초래한 산업적 진화의 가장 큰 수혜자를 꼽자면 메타버스산업일 것이다. 사람과 물리적 거리두기가 필요해진 시대에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등의 기술 수요가 커졌고, 이를 활용하는 메타버스산업은 성장할 기회를 맞았다. 메타버스를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는 기업 중 하나가 페이스북이다. 27억 명의 페이스북 사용자를 메타버스 공간으로 옮겨놓고 싶어 한다. 매출에서 광고 비중이 절대적인 페이스북 입장에선 수익 다변화를 위해 메타버스 시장을 노린다. VR·AR 분야 인력만 6000명이 넘고, 오큘러스를 비롯해 비트게임스, 스케이프 테크놀로지, 산자루 게임스, 레디 앳 던 등 인수한 기업도 많다. 페이스북이 꿈꾸는 미래는 메타버스 속에서 우리가 게임과 여가, 취미만 누리는 게 아니라 교육, 업무, 커머스, 미디어 등 무한대로 확장해가는 것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삼성전자 등 빅테크 기업 중 상당수가 AR과 VR에 투자하고, 메타버스 시장을 중요하게 바라본다. 엔비디아는 가상세계를 공유하도록 AI가 통합된 메타버스 솔루션을 개발하기도 했는데, 제조업에서 이를 공장 설계와 계획에 활용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제조업, 서비스업, 교육업, 패션업, 미디어업 등 거의 모든 산업에 영향을 준다. 그냥 애들이 게임하고 노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시장조사회사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2025년 2800억달러 정도로 추산했다. 컨설팅회사 PwC는 AR·VR 시장이 2025년 4764억달러, 2030년 1조50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산했다. 그리고 이 엄청난 시장에서 Z세대는 초기에 시장을 활성화하고, 가치를 끌어올리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니 빅테크 기업들이 공들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빅테크 기업들이 Z세대에 공들이는 이유
Z세대는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랐기에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 불린다. 빅테크 기업들이 전개하는 사업, 그들이 미래 먹거리라고 여기는 사업 중 상당수는 아직 만개하려면 멀었다. AR·VR 시장이자 메타버스 시장도 그중 하나다. 블록체인과 핀테크 시장도 마찬가지다. 서비스 로봇, 가정용 로봇을 비롯한 로봇 시장도 마찬가지다. 기성세대에겐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로봇 모두 낯설다. 아날로그 기반에서 살아온 이들에겐 메타버스나 로봇이 신기한 볼거리는 되겠지만, 자신들의 일상이자 문화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Z세대는 다르다. Z세대를 이을 알파세대도 마찬가지다.빅테크 기업으로선 이들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로봇에 대한 거부감 없이 친숙하게 다가가는 데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밀레니얼세대보다 훨씬 유리하다. 직접 코딩해서 움직이는 조립식 블록으로 코딩을 접하고, 가상현실 증강현실도 놀면서 접했다. 로봇을 친구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첫 세대가 Z세대가 될 것이고, 메타버스를 실제 현실과 이질감 없이 몰입하는 첫 세대도 Z세대가 될 것이다. 결국 우리가 지금 ‘애들’이라고 부르는 그들에 의해 향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더 성장할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깔아놓은 메타버스와 일상 로봇의 판에서 가장 잘 놀고 즐길 사람이 Z세대이고, 그들 덕분에 관련 산업과 기술은 더 진화할 것이다. 미래의 충성고객으로 만들고, 메타버스, 로봇, 인공지능 등의 시장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Z세대와 알파세대는 필요하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글로벌 리서치 보고서 ‘OK Zoomer : Gen Z Primer’에 따르면, 2030년이면 Z세대의 소득이 33조달러로 전 세계 소득의 25%를 차지하게 된다. 이는 2020년 대비 다섯 배 많은 것이고, 2031년이면 밀레니얼 세대의 소득을 Z세대가 추월할 것으로 봤다. 아주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당신이 알던 세상을 그들이 바꿀 것이다
Z세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은 9·11 테러와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다. 세 가지 이슈 모두 기성세대가 구조적 갈등이자 문제를 통해서 초래한 일이다. Z세대가 기존의 경제나 금융 시스템, 기성세대 관점에 대한 파괴적 혁신을 도모할 이유도 된다. Z세대는 투자를 결정할 때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반영하겠다는 응답이 5명 중 4명이나 됐고, 10명 중 4명이 자신을 세계시민으로 여겼다. Z세대 절반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고 했고, 술 소비량이 이전의 어떤 세대보다 적다. 술 관련 시장에 타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술뿐만이 아니다. 담배, 육류 모두 소비가 감소하고 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소유에 대한 관점도 바뀌어서,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이전 세대보다 운전면허를 따는 데 관심이 적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호의적 태도도 높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MLB, NBA, NFL 등의 스포츠에 미국 Z세대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들은 e스포츠에 더 관심이 있다. 향후 스포츠산업에서 e스포츠가 더 성장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팬데믹은 Z세대의 힘을 키워줬다. 팬데믹으로 온라인과 모바일, 소셜 플랫폼의 위상과 가치가 더 높아졌고, 이곳에선 상대적으로 활동성이 강한 Z세대의 힘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의 힘은 다시 온라인 기반의 비즈니스에 힘을 더 실어준다. 유통이든 서비스든 분야를 막론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고, 온라인 기반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에서 전통적 기반을 가진 산업의 미래는 더욱 어두울 수밖에 없다. Z세대는 계속 10~20대에 머무는 게 아니라 점점 나이를 먹을 것이고, 그들의 소비자로서 영향력은 커져갈 것이다. 그리고 원격·재택근무 환경이 확대되는 것도 Z세대가 바라는 일이다. 기성세대가 만들어놓고 이어온 일하는 방식, 소비 구도, 미디어의 영향력 등에서 Z세대는 기존 방식을 이어가기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의 전환을 적극 요구할 것이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에서 정의한 Z세대는 1997~2012년 출생자인데, 현재 전 세계 인구의 32%를 차지하며, 25억 명 정도다. 주로 10대와 20대 초중반인데, 그래봤자 학생이나 애들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선 나이 서열화가 아주 강하다 보니 나이와 능력을 비례 관계로 보는 경향이 짙어, Z세대를 과소평가하며 간과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실력으로 일하지 나이로 일하는 게 아니다
나이가 어린데 뭔가 크게 잘하면 ‘기특하다’는 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있는데, 이건 오만한 시선이다. 지금 시대는 실력으로 일하지 나이로 일하지 않는다. 이미 대기업에서도 30대 중반에 임원으로 승진하는 경우가 수년 새 늘어나고 있다. 40세 전후에 부사장이나 사장급이 되는 사례도 속속 나온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아니라 대기업에서다. 30세 전후로 대기업 임원이 되는 일도 머지않았다. 연차나 기수, 나이가 아니라 오로지 실력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건,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과 더 치열해진 산업 구조 변화 때문이다. 기업이 오래됐다고, 사람이 연차나 나이가 많다고 비즈니스에서 더 유리할까? 사실 상관없다. 비즈니스에선 누가 더 좋은 답을 가졌고, 누가 더 실행력이 좋으냐가 훨씬 중요하다.포브스의 전 세계 최고 부자 순위(2021년)에서 1위에 오른 제프 베이조스가 아마존을 창업했을 때가 30세였다. 30대 초반에 억만장자가 됐고, 경제·사회·산업적 영향력도 막강하다. 2위인 일론 머스크는 24세에 스타트업을 시작해 여러 회사를 만들었는데, 20대 후반에 이미 수천만달러를 벌었고, 페이팔을 매각한 31세에 억만장자가 됐다. 그 돈으로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키워 산업의 판도를 바꿔놨다. 1995년부터 2017년까지 포브스의 세계 최고 부자 랭킹 1위를 독식하다시피 했던 빌 게이츠는 2021년에도 세계에서 네 번째 부자다. 그는 20세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고, 31세에 나스닥시장에 상장시켜 억만장자가 됐다. 5위인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했을 때는 20세였고, 나스닥 상장으로 억만장자가 된 것이 28세 때다. 6위인 워런 버핏이 직장을 그만두고 투자조합을 만든 것이 26세였으며, 30대에 이미 큰 부자가 됐다. 7위인 래리 엘리슨이 오라클을 창업했을 때 33세였다. 세계 최고 부자 8, 9위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25세에 창업한 구글은 그들이 31세 때 나스닥에 상장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 10명 중 6명은 20대, 2명은 30대 초반에 창업했다. 이들 8명 모두 자수성가했다. 지금은 순위에 없지만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창업했을 때는 21세였고, 27세에 억만장자가 됐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을 필두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벅셔해서웨이, 테슬라 등이 바로 이들이 만들고 키운 회사다. 이들과 이들 기업이 IT업계뿐 아니라 세계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20대 억만장자는 지금도 계속 나온다. 30대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쏟아진다. 2030이 바꾸는 산업, 경제는 갑자기 나온 현상이 아니라 이미 꽤 오래 지속된 메가트렌드다. 이들이 당신의 일자리와 당신의 노후를 바꿀 수 있다.
엄밀히 정치인이 몇 살이건 상관없어야 한다
최근 30대 정치인이 당대표 선거에서 이슈가 되니 ‘왜 40대 리더는 없을까’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 국회의원 중 40대는 38명이나 있다. 다만 그들이 30대 어느 정치인만큼의 임팩트와 주목도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뿐이다. 국회의원 중 30대는 12명이다. 사실 이슈의 주인공이 30대여서 그렇지, 30대라는 나이가 그를 영향력 있는 리더로 만들어준 건 아니다. 21대 국회의원 중 50대가 177명으로 59%이고, 60~70대가 72명으로 24%다. 50~70대가 83%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는 5060세대가 장악한다. 정치 리더뿐 아니라 공직도 이들이 장악하고 있다. 30대에 대통령이나 총리, 장관이 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적지 않다. 40대 초반까지로 확장하면 셀 수 없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40대 기수론이 나온 게 벌써 50년 전이다. 참 오래전이지만 여전히 정치에서 40대의 위상과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40대도 이런데 30대 정치인은 오죽할까? 국회의원 중 20~30대는 4.3%인데, 유권자 중 20~30대는 27% 정도 된다. 취업과 내 집 마련, 결혼과 출산 등의 문제로 직접적 타격을 받는 2030세대가 정치권의 세대교체에 힘을 보탤 수 있다.엄밀히 정치인이 몇 살이건 상관없이, 그들이 처한 문제에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줄 정치 리더를 원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 새로운 소비자 등을 적극 대응하며 계속 변화를 받아들이는 기업이 살아남는 상식이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통해야 한다. 혁신의 대상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 나이 많다고 빼주고, 지위 높다고 빼주고 해선 될 일도 안 된다. 정치가 시대착오적이고, 산업·기술적 진화와 경제 성장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올해부터 인스타그램에 채용 공고를 내고 있다. 가장 폐쇄적이고, 뭐든 은밀할 것만 같던 CIA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갖고 대외적 홍보를 하는 것도 놀라운데, 채용 공고까지 한다는 건 파격적인 일이다. 지금 시대엔 이 방법이 맞기 때문이고, Z세대가 CIA 요원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Z세대가 이미 대기업 사원이 되고, 5급 공무원이 됐다. 중요한 소비 세력이자 스타트업에서도 새로운 주자다. Z세대가 바꿀 미래는 이미 시작됐다. 애들이라고 여겼던 1020세대가 만들 비즈니스 기회, 사회와 경제, 산업, 기술의 진화를 가볍게 봐선 안 된다. 과거의 방식과 관성에 의존해선 결코 미래의 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다.
■ 김용섭은
트렌드 인사이트&비즈니스 크리에이티비티(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자 트렌드 분석가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대기업과 정부기관에서 2500회 이상의 강연과 비즈니스 워크숍을 했고, 200여 건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저서로 《프로페셔널 스튜던트》, 《코로나 사피엔스, 새로운 도약》(공저), 《라이프 트렌드 2021 : Fight or Flight》, 《언컨택트》, 《펭수의 시대》, 《라이프 트렌드 2020 : 느슨한 연대》,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 : 대한민국 세대분석 보고서》, 《라이프 트렌드 2019 : 젠더뉴트럴》 등 40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