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대선을 약 9개월 앞둔 현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판매 부수 20만 부를 돌파하는 등 서점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9일 출판사 한길사에 따르면 '조국의 시간'은 출간 2주 만에 20만 부를 돌파하면서 온·오프라인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현직 검사가 '조국의 시간' 독후감을 자신의 SNS에 공유해 화제가 되고 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당시 팔짱 낀 사진을 올려 2차 가해 비판을 받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대검에 줄지어 세워진 모습에 '나이트클럽 개업한 줄 알았다'고 발언한 진혜원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가 주인공이다.

해당 현직 검사는 "'조국의 시간'을 여러 번 읽었다"며 운을 뗐다.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아내면서 이렇게 잘 정리된 책을 출간해 주신 조 전 장관님의 초인적 역량과 인내심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면서 "역시 법학자 중 논문 인용 회수가 가장 많다는 평가를 받았던 장관님이 직접 쓰신 책이어서 그런지 각 사안 별로 의견을 개진한 분들의 글을 그때그때 효과적으로 인용해서, 자칫하면 개인의 분노와 사심으로 치부되어 버릴 우려가 있는 이슈들이 대단히 객관적이고 차분한 내용으로 정리되어 있다는 사실에 많이 감탄했다"고 칭송했다.

이어 "최근 장관님을 대신해서 사과한다는 비겁한 분들과 달리, 먼저 인정할 사실은 인정하고 대범하게 사과한 후 자신을 밟고 전진하라고 하시는 부분에서는 인격적 성숙미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것은 자신감의 표현이기는 하나, 자만심은 보이지 않는 세심함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는, 사안 전체를 관통하는 통찰을 가진 많은 분과 그 의견을 그때그때 소개함으로써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표창장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서로 다른 공감대가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돼 있다"면서 "칼을 휘두른 쪽의 극악무도함만 지독하게 내세우거나, 나는 억울하다는 식의 유아적 표현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점에서 책 전체를 읽고 나서도, 이런 분이 국가권력 파시즘의 피해자였기 때문에 서초동에서 수백만 명이 모일 수 있었고, 책은 나오자마자 없어서 구하지 못할 정도가 된다고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그는 "시간 순서대로, 이슈별로 구별되어 있어서 국가수사권한이 선정적 언론사와 특정 정당과 야합할 경우 발생하는 폐해를 중고등학생 및 대학교, 로스쿨 교육 과정에서도 사회교과서의 보조 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잘 씌어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독후감에 조 전 장관은 "읽어주시고 평해주셔 대단히 감사하다"고 답글을 적었다.

현직 검사는 이에 "장관님께서 멋있는 분이신 것은 알았지만 책을 읽고 내공과 실력의 원천까지 알게 돼 존재 자체로 감사하다"라고 화답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사진=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조국의 시간'에 대해 "언론의 왜곡과 과장, 검찰의 무도함과 잔인함, 디테일이 펄펄 살아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조국의 시간' 발간에 조심스러운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다.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말 '김종대의 뉴스업'에 "지금 재판이 계류 중이고, 재판이 부인 것까지 하면 1~2건이 아니고 굉장히 복잡하게 법률적으로 얽혀 있어서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판인데, 재판 중에 법정에서 변호인을 통해서 해야 할 얘기를 본인이 굉장히 제한적으로 얘기하면서 책으로 이렇게 써야 할 만큼 뭔 긴박한 일이 있었느냐"라고 지적했다.

박원석 정의당 사무총장도 2일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민주당 내에서도 굳이 이 시점에 책을 냈어야 하는가 그런 반응이 나온다"면서 "물론 본인으로서는 해명해야 할 것들도 있고, 또 자기 자신을 변호해야 할 것들도 있고, 또 지지자들, 국민들을 향해서 메시지를 내야 할 것도 있지만 '나를 밟고 가라' 이런 말씀을 하지 않았나. 진짜 그런 심정이라면 지금은 '조국의 시간' 아니고 '침묵의 시간'을 택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또 재판 중이지 않나. 정경심 교수 같은 경우에 15개 혐의 기소가 됐는데 그중에 11개 유죄를 받았다"라면서 "어떻게 보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게 나를 밟고 가라는 말과는 다르게 정권이나 여당에 큰 부담을 주는 건데 굳이 지금 타이밍에 저런 책을 내야 했을까 라는 점에서 좀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 여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울 텐데 선을 긋지 않고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그런 사안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교보문고가 7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에서는 12위를 차지했고 정치사회 부문에서는 1위에 올랐다. '조국의 시간'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중인 6월 1주 차 민주당 지지율은 다시금 20%대로 곤두박질쳤다.

정치 농간이라 항변했던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조 전 장관 아들에 대한 허위 인턴십 확인서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도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