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00원 벌던 인니 청년, '동남아의 알리바바' 세우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최근 인도네시아 기업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가 쓰여졌다. 전자상거래 기업 토코피디아와 차량공유 플랫폼 고젝이 지난달 사상 최대 규모의 합병을 발표한 것이다. 합병기업인 고투(GoTo)그룹의 가치는 180억달러(약 20조556억원)로 평가됐다. CNBC는 "고투그룹은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GDP)의 2%를 차지하게 된다"며 "30대 밀레니얼세대 창업가들이 역사를 새로 썼다"고 평가했다.
그중에서도 토코피디아는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동남아시아의 알리바바'로 불린다. 윌리엄 타누위자야는 토코피디아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고투그룹 체제 하에서도 토코피디아 CEO를 계속 맡기로 했다. 타누위자야는 "고투그룹을 머지않아 인도네시아 GDP의 5~10%까지 창출하는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매일 꼬박 12시간씩 일해야 했지만, 그의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하루 1만루피아(약783원)가 전부였다. 그는 "그래도 당시에 인터넷에 홀딱 빠져서 즐거운 나날들이었다"고 회상했다. 타누위자야는 일하는 틈틈이 웹사이트 디자인 방법 등을 독학으로 익혔다. 이후 웹사이트 디자인과 기업 프로필 설정 등 인터넷 소일거리를 종종 하면서 30만루피아씩 받았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인도네시아 유수의 통신기업, 포털기업 등을 거치며 소프트웨어 및 게임개발자로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 한 가지 생각이 그를 사로잡았다. 대도시 자카르타에서 유통되는 물건에 비해 자신이 자란 소도시의 물건의 가격이 더 비싼 것을 보고, 그 차이에 대해 고민하게 됐던 것이다. 타누위자야는 인도네시아 현지매체 템포와의 인터뷰에서 "자국 내 도시들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꼭 도시화되지 않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은 가격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창업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2007년 전자상거래 기업을 설립해 이름을 토코피디아로 지었다. 토코피디아는 인도네시아어로 상점을 뜻하는 '토코'와 '백과사전'의 합성어다. 친구였던 레온티누스 알파 에디슨(현재 COO)에게 "우리나라에서 소비자와 판매자를 무료로 연결해주는 전자상거래 사업을 시작해보자"며 합류를 요청했다.
타누위자야는 사업 초창기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으면서 가족의 생계는 오롯이 그의 몫이 됐다. 고생 끝에 2009년 드디어 한 인도네시아 투자사로부터 25억루피아(약 1억9600만원)의 자금을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그해 8월 17일 토코피디아 사이트를 정식으로 론칭해 대중에 선보였다. 8월 17일은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이다. 타누위자야는 "온 국민이 우리 사업이 잘되기를 기원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떠올렸다.
마침 그해 야후가 인도네시아의 한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킹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타누위자야는 "덕분에 세계 투자자들에게 인도네시아가 중국과 인도의 뒤를 잇는 금광으로 묘사됐고, 많은 미국 투자자들이 자카르타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투자자들과의 만남은 항상 5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 타누위자야의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 스타트업계를 휩쓸고 지나가자 일본과 한국의 투자자들도 몰려들었다. 타누위자야는 "다행히 한국, 일본 투자자들의 영어 실력이 나랑 비슷했고, 해외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토코피디아는 2011년 일본 벤처캐피털(VC) 사이버에이전트캐피털, 2012년 일본 전자상거래 기업 넷프라이스(현 비노스), 2013년 소프트뱅크의 한국법인인 소프트뱅크코리아 등으로부터 연달아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2014년엔 일본 소프트뱅크와 세계 최대 VC 중 하나인 세콰이어캐피털로부터 1억달러를 투자받은 동남아 최초 테크기업에 등극했다. 타누위자야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인도네시아를 이끌어나갈 젊은 글로벌 리더로 소개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또 2017년 중국 알리바바로부터 11억달러를 유치한 데 이어, 이듬해 알리바바와 소프트뱅크는 또 다시 토코피디아에 11억달러를 투자했다.
알리바바는 당시 토코피디아의 최대 경쟁사인 라자다를 인수한 상태였다. 현지매체 자카르타글로브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치열하게 달려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토코피디아는 작년엔 구글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홀딩스로부터 3억5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지난달 고젝과 합병하면서 인정받은 토코피디아의 전체 기업가치는 75억달러다. 타누위자야는 합병에 대해 "아마존과 도어대시, 우버, 페이팔, 스트라이프를 합쳤다고 보면 된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플로리안 호프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지속적으로 끌어당기는 데 어려움을 겪은 편이었지만, 최근엔 적어도 디지털경제에서는 인도에 견줄 만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더 많은 세계 투자자들이 그 잠재력을 깨닫고 몰려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그중에서도 토코피디아는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동남아시아의 알리바바'로 불린다. 윌리엄 타누위자야는 토코피디아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고투그룹 체제 하에서도 토코피디아 CEO를 계속 맡기로 했다. 타누위자야는 "고투그룹을 머지않아 인도네시아 GDP의 5~10%까지 창출하는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루 800원 벌던 인니 청년
타누위자야는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주의 페마탕 시안타르라는 소도시의 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자카르타에 위치한 비나누산타라대학교에서 정보통신(IT) 기술을 전공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그는 대학등록금을 벌기 위해 지역의 작은 인터넷카페(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매일 꼬박 12시간씩 일해야 했지만, 그의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하루 1만루피아(약783원)가 전부였다. 그는 "그래도 당시에 인터넷에 홀딱 빠져서 즐거운 나날들이었다"고 회상했다. 타누위자야는 일하는 틈틈이 웹사이트 디자인 방법 등을 독학으로 익혔다. 이후 웹사이트 디자인과 기업 프로필 설정 등 인터넷 소일거리를 종종 하면서 30만루피아씩 받았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인도네시아 유수의 통신기업, 포털기업 등을 거치며 소프트웨어 및 게임개발자로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 한 가지 생각이 그를 사로잡았다. 대도시 자카르타에서 유통되는 물건에 비해 자신이 자란 소도시의 물건의 가격이 더 비싼 것을 보고, 그 차이에 대해 고민하게 됐던 것이다. 타누위자야는 인도네시아 현지매체 템포와의 인터뷰에서 "자국 내 도시들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꼭 도시화되지 않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은 가격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창업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2007년 전자상거래 기업을 설립해 이름을 토코피디아로 지었다. 토코피디아는 인도네시아어로 상점을 뜻하는 '토코'와 '백과사전'의 합성어다. 친구였던 레온티누스 알파 에디슨(현재 COO)에게 "우리나라에서 소비자와 판매자를 무료로 연결해주는 전자상거래 사업을 시작해보자"며 합류를 요청했다.
타누위자야는 사업 초창기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으면서 가족의 생계는 오롯이 그의 몫이 됐다. 고생 끝에 2009년 드디어 한 인도네시아 투자사로부터 25억루피아(약 1억9600만원)의 자금을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그해 8월 17일 토코피디아 사이트를 정식으로 론칭해 대중에 선보였다. 8월 17일은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이다. 타누위자야는 "온 국민이 우리 사업이 잘되기를 기원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떠올렸다.
한국·일본 투자 유치로 본격 성공가도
첫 투자유치 이듬해인 2010년은 그에게 위기감을 준 해였다. 이베이, 라쿠텐 같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대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앞다퉈 진출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했다.마침 그해 야후가 인도네시아의 한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킹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타누위자야는 "덕분에 세계 투자자들에게 인도네시아가 중국과 인도의 뒤를 잇는 금광으로 묘사됐고, 많은 미국 투자자들이 자카르타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투자자들과의 만남은 항상 5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 타누위자야의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 스타트업계를 휩쓸고 지나가자 일본과 한국의 투자자들도 몰려들었다. 타누위자야는 "다행히 한국, 일본 투자자들의 영어 실력이 나랑 비슷했고, 해외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토코피디아는 2011년 일본 벤처캐피털(VC) 사이버에이전트캐피털, 2012년 일본 전자상거래 기업 넷프라이스(현 비노스), 2013년 소프트뱅크의 한국법인인 소프트뱅크코리아 등으로부터 연달아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2014년엔 일본 소프트뱅크와 세계 최대 VC 중 하나인 세콰이어캐피털로부터 1억달러를 투자받은 동남아 최초 테크기업에 등극했다. 타누위자야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인도네시아를 이끌어나갈 젊은 글로벌 리더로 소개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또 2017년 중국 알리바바로부터 11억달러를 유치한 데 이어, 이듬해 알리바바와 소프트뱅크는 또 다시 토코피디아에 11억달러를 투자했다.
알리바바는 당시 토코피디아의 최대 경쟁사인 라자다를 인수한 상태였다. 현지매체 자카르타글로브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치열하게 달려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토코피디아는 작년엔 구글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홀딩스로부터 3억5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지난달 고젝과 합병하면서 인정받은 토코피디아의 전체 기업가치는 75억달러다. 타누위자야는 합병에 대해 "아마존과 도어대시, 우버, 페이팔, 스트라이프를 합쳤다고 보면 된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플로리안 호프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지속적으로 끌어당기는 데 어려움을 겪은 편이었지만, 최근엔 적어도 디지털경제에서는 인도에 견줄 만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더 많은 세계 투자자들이 그 잠재력을 깨닫고 몰려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