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드라마 '마인' 캡쳐
사진=tvN드라마 '마인' 캡쳐
# 드라마 '빈센조'의 한 장면. 빈센조(송중기 분)는 피곤해하는 홍차영 변호사(전여빈 분)에게 '코피코(KOPIKO)' 커피 사탕을 건넨다. 빈센조가 "이거 하나 먹고 해요. 피로가 풀릴 거야"라며 사탕을 건네자 홍차영은 "역시 서류 볼 땐 이걸 먹어야 해. 잠이 확 깨는 거 같다"고 답한다. '코피코가 당신을 깨어있게 한다(KOPIKO, Keeps you awake!)'는 제품 광고문구를 그대로 옮긴 대사인 셈이다.
# 코피코 커피 사탕은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마인'에도 등장한다. 효원그룹 둘째 며느리 서희수(이보영 분)는 감정을 가라앉히려 홀로 남은 방에서 한숨 돌리며 커피 사탕을 맛본다.
사진=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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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K드라마의 인기에 '해외파' 간접광고(PPL) 브랜드가 등장하고 있다. K드라마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타고 해외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자 이를 노린 시도다.

최근 종영한 '빈센조'와 현재 tvN에서 방영 중인 '마인'에 잇따라 나온 인도네시아 식품기업 마요라 인다의 커피믹스 브랜드 '코피코'가 대표적이다. 드라마에 선보인 것은 같은 브랜드로 낸 커피 맛 사탕. 국내에는 직진출하지 않았지만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선 인기가 높은 브랜드다.

국내에 직진출하지 않은 제품을 한국 드라마에 PPL 한 이유는 현지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마요라 인다는 동남아에서 K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드라마에 연달아 PPL을 했다.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방영되는 만큼 현지를 비롯한 해외 시청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일 기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 사탕은 '빈센조 사탕'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해외 직구(직접구매) 등을 통해 구입해 맛본 소비자들의 인증샷이 올라오기도 했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가 코피코 판매 지역인 인도네시아와 동남아에서 인기를 끌다보니 마케팅 창구로 활용됐다. 빈센조의 제작 지원사 노출만으로도 동남아 시청자들의 큰 호응이 있었다는 후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K드라마의 PPL은 역사가 길지만 국내에 진출하지 않은 브랜드가 해외 시청자를 노리고 PPL을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으로 다소 주춤했던 해외 PPL 효과가 K드라마의 해외 OTT 진출과 함께 재주목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튜디오드래곤 측은 "코피코 브랜드 노출 후 동남아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브랜드들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 "단건 노출이 아닌 연간 노출 제안이 들어오고 있어, 글로벌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드라마 PPL은 물건을 살 때 재미를 추구하는 '펀슈머'와 결합돼 유통가 안팎에서 효과가 높다. 실제로 2014년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경우 배우 전지현이 극중에서 착용하고 사용한 브랜드뿐 아니라 '치맥(치킨+맥주)'까지 중국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었다.
'빈센조'에 등장한 中 제품 비빔밥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빈센조'에 등장한 中 제품 비빔밥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다만 일부 해외 기업의 PPL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빈센조에는 중국기업 '쯔하이궈'의 비빔밥이 등장해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이 한복과 김치 등 우리 전통문화를 자국 문화로 주장하는 '문화 동북공정'을 펼치는 상황에서 적절하지 못한 PPL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으로도 OTT로의 K드라마 수출은 이어질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글로벌 OTT의 아시아 지역 진출이 가속화해 K드라마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국내 제작사들의 협상력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뿐 아니라 디즈니, 애플 등 신규 글로벌 OTT 사업자가 아시아 관련 콘텐츠 수급을 시작하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글로벌 OTT와 국내 사업자들의 콘텐츠 투자 계획에 따르면 올해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비 증분은 전년 대비 최소 9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