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빙의됐나 확인하려면 복숭아 나뭇가지 필요"
1월 말부터 폭행도구로 쓰여…검찰, 친모도 불구속 기소

10살짜리 조카에게 귀신이 들렸다며 마구 폭행하고, 강제로 욕조 물에 집어넣어 사망케 한 이른바 '조카 물고문 살인' 사건 피해자의 친모가 자신의 언니이자 사건 주범인 이모에게 범행도구를 직접 사서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친모가 '물고문 살인' 범행도구 나뭇가지 직접 사서 전달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김원호 부장검사)는 9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방조 및 유기·방임) 혐의로 친모 A(31)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A씨는 지난 1월 25일 오후 3시 40분께 언니 B(34·무속인)씨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딸 C(10)양의 양쪽 눈에 멍이 든 사진을 전송받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C양의 사망 전날인 2월 7일 오후 7시 40분께 B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애가 귀신에게 빙의가 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려면 복숭아 나뭇가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복숭아 나뭇가지 한 묶음을 사 전달한 혐의도 받는다.

당시 A씨는 B씨로부터 빙의와 관련한 유튜브 영상 링크도 전달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그날 밤부터 새벽까지 3시간여 전화 통화 과정에서 B씨로부터 "파리채로 아이를 때렸다"는 등의 말을 들었지만, 오히려 C양과 전화를 바꿔 "이모 손을 닿으면 안 고쳐지는 것이 없다"고 다독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이런 말을 할 때 C양의 건강은 이미 크게 악화한 상태였다.

지난 8일 B씨 부부의 3차 공판 과정에서 공개된 범행 동영상을 보면, 전화 통화 하루 뒤이자 사망 당일인 지난 2월 8일 오전 9시 30분께 C양은 왼팔을 아예 들지 못했고, 오전 11시 2분에는 거실에서 몇 걸음을 떼지 못한 채 반려견집 울타리 쪽으로 넘어졌다.

이는 복숭아 나뭇가지 등을 이용한 폭행이 1월 말부터 계속된 데서 비롯된 것으로, C양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C양은 이후 욕실로 끌려가 물고문 행위를 당한 끝에 숨졌다.

A씨는 자신의 혐의에 관해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B씨의 진술과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A씨의 범행을 특정, 이날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A씨 사건을 B씨 부부의 재판에 병합 신청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 남편과 이혼한 A씨는 지난해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이사 문제와 직장 문제 등으로 인해 C양을 B씨 부부에게 맡겼다.

B씨 부부는 귀신이 들렸다는 이유로 C양을 폭행해 오던 중 지난 2월 8일 오전 C양의 손발을 빨랫줄로 묶어 움직이지 못 하게 한 뒤 머리를 물이 담긴 욕조에 여러 차례 강제로 넣었다가 빼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