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치매약 승인 논란…"약효 적고 비싸" vs "환자·보호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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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R "100만명 치료시 약값부담 56조"
치매 증상 개선 입증 못해, 논란 부채질
치매 증상 개선 입증 못해, 논란 부채질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신약 애듀헬름(아두카누맙)을 조건부 신속 승인하면서 이 약의 효과와 약값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임상시험을 통해 치매 증상이 개선된다는 것을 완전히 입증하지 못했지만 1년 약값만 5만6000달러(약 6246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반면 제약사 측은 치매로 인한 부담을 고려할 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론 와이든 상원 재무위원장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약에 큰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양심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로 칸나 민주당 하원 의원은 "애듀헬름의 가격표는 미국의 약값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비판했다.
미국 FDA는 지난 7일 바이오젠와 일본 에자이의 알츠하이머치매 신약 애듀헬름을 환자들이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정식 약물 허가 절차 대신 '신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 절차를 택했다. 아직 개발된 약이 없어 환자 수요가 큰 치료제를 좀 더 빠르게 승인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정식 허가를 위해서는 환자 증상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봐야 하지만, 신속 승인 절차를 거치면 실험실 데이터 등을 보고 대신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추가 임상 연구를 통해 약효를 입증해야 하고 입증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그동안 환자 생명에 영향을 주는 암 치료제, 환자 숫자가 적어 임상 데이터를 충분히 얻기 힘든 희귀질환 치료제 등이 이런 절차를 통해 시장에 진입했다.
바이오젠은 애듀헬름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머릿 속에 있는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없애준다는 것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 약이 알츠하이머 증상을 극적으로 완화시켜 준다는 근거는 찾지 못했다.
아밀로이드 단백질 때문에 치매가 생긴다는 아밀로이드 가설은 과학계에서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인지장애 증상이 시작되는 초기에는 아밀로이드 단백질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치매 진단을 받은 후기 환자에게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타우 단백질 등 다른 요인을 찾는 연구가 활발한 배경이다. FDA도 애듀헬름 투여 후 치매 증상이 개선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 연구를 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런 조건부 신속 승인은 약값 논란을 부채질했다. 환자 증상을 개선한다는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약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약값을 평가하는 비영리단체인 임상경제연구소(ICER)는 애듀헬름으로 100만명의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치료하면 약값 부담만 연간 500억 달러(55조7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논란에 대해 미셸 보나토스 바이오젠 최고경영자(CEO)는 "환자, 간병인, 사회에 줄 가치를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바이오젠에 따르면 미국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평생 돌보는데 50만 달러가 필요하다. 미국 의료시스템에서 치매 때문에 부담하는 비용만 600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 FDA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애듀헬름을 승인했다. 말기 알츠하이머 환자는 대개 진단 후 4~8년 정도 살지만 일부는 20년 넘게 생존하면서 인지 장애를 겪는다.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는 사망 6위 질환이다.
약가 전문가인 보스톤대의 레나 콘티 교수는 "과거 다른 혁신 치료법과 마찬가지로 예산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약을 환자에게 투여하면서 그 비용 부담을 누가 낼지도 해결해야 한다. 부작용 검사도 마찬가지다. 임상시험에서 애듀헬름 고용량을 투여한 환자의 35%가 뇌부종을 호소했다. 투여 환자는 부작용 등을 관찰하기 위해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추적하려면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메디케어는 이를 보장 항목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논란 때문에 실제 투여 환자가 예상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보험회사 시그나의 최고임상책임자(CCO)인 스티브 밀러는 "1~2년 간 치료 환자는 수만명 정도일 것"이라며 "수백만명은 확실히 아닐 것이고 수십만명에도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 약으로 치료받은 환자가 보험사로부터 비용을 환급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레이첼 삭스 워싱턴대 교수는 "약효가 약하거나 없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약값 지출에 위기가 왔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비판수위 높인 美 민주당 의원들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애듀헬름 승인에 대한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 캐롤린 멀로니 미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은 "애듀헬름의 1년치 약값은 5만6000달러로, 메디케어에는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메디케어는 미국의 공공 의료보험을 말한다.론 와이든 상원 재무위원장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약에 큰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양심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로 칸나 민주당 하원 의원은 "애듀헬름의 가격표는 미국의 약값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비판했다.
미국 FDA는 지난 7일 바이오젠와 일본 에자이의 알츠하이머치매 신약 애듀헬름을 환자들이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정식 약물 허가 절차 대신 '신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 절차를 택했다. 아직 개발된 약이 없어 환자 수요가 큰 치료제를 좀 더 빠르게 승인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정식 허가를 위해서는 환자 증상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봐야 하지만, 신속 승인 절차를 거치면 실험실 데이터 등을 보고 대신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추가 임상 연구를 통해 약효를 입증해야 하고 입증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그동안 환자 생명에 영향을 주는 암 치료제, 환자 숫자가 적어 임상 데이터를 충분히 얻기 힘든 희귀질환 치료제 등이 이런 절차를 통해 시장에 진입했다.
"알츠하이머 증상 완화 입증 못해"
신속허가를 위해 FDA는 애듀헬름 투여 환자의 아밀로이드 단백질 변화를 관찰했다. 아밀로이드 단백질 찌꺼기가 뇌 속에 쌓여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킨다는 게 오랜 가설 중 하나다.바이오젠은 애듀헬름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머릿 속에 있는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없애준다는 것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 약이 알츠하이머 증상을 극적으로 완화시켜 준다는 근거는 찾지 못했다.
아밀로이드 단백질 때문에 치매가 생긴다는 아밀로이드 가설은 과학계에서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인지장애 증상이 시작되는 초기에는 아밀로이드 단백질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치매 진단을 받은 후기 환자에게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타우 단백질 등 다른 요인을 찾는 연구가 활발한 배경이다. FDA도 애듀헬름 투여 후 치매 증상이 개선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 연구를 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런 조건부 신속 승인은 약값 논란을 부채질했다. 환자 증상을 개선한다는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약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약값을 평가하는 비영리단체인 임상경제연구소(ICER)는 애듀헬름으로 100만명의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치료하면 약값 부담만 연간 500억 달러(55조7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논란에 대해 미셸 보나토스 바이오젠 최고경영자(CEO)는 "환자, 간병인, 사회에 줄 가치를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바이오젠에 따르면 미국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평생 돌보는데 50만 달러가 필요하다. 미국 의료시스템에서 치매 때문에 부담하는 비용만 600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 FDA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애듀헬름을 승인했다. 말기 알츠하이머 환자는 대개 진단 후 4~8년 정도 살지만 일부는 20년 넘게 생존하면서 인지 장애를 겪는다.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는 사망 6위 질환이다.
부작용 검사에도 추가 지출 필요
약값이 지나치게 비싸다 보니 이를 누가 부담할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번졌다. 바이오젠은 65세 이상 고령층을 위한 메디케어가 약값의 80%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메디케어 측은 아직 검토중이라고만 답했다.약가 전문가인 보스톤대의 레나 콘티 교수는 "과거 다른 혁신 치료법과 마찬가지로 예산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약을 환자에게 투여하면서 그 비용 부담을 누가 낼지도 해결해야 한다. 부작용 검사도 마찬가지다. 임상시험에서 애듀헬름 고용량을 투여한 환자의 35%가 뇌부종을 호소했다. 투여 환자는 부작용 등을 관찰하기 위해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추적하려면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메디케어는 이를 보장 항목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논란 때문에 실제 투여 환자가 예상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보험회사 시그나의 최고임상책임자(CCO)인 스티브 밀러는 "1~2년 간 치료 환자는 수만명 정도일 것"이라며 "수백만명은 확실히 아닐 것이고 수십만명에도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 약으로 치료받은 환자가 보험사로부터 비용을 환급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레이첼 삭스 워싱턴대 교수는 "약효가 약하거나 없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약값 지출에 위기가 왔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