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좋은 인연으로 네트워킹 넓히기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영어를 처음 접했다. 꼬불꼬불한 알파벳으로 외국인과 소통된다는 게 신기해서 당시 유행하던 해외 펜팔을 시작했다. 용감하게도 수십 개 나라의 또래들과 펜팔을 했다가 결국 동갑내기 덴마크 여학생 한 명만 남았는데 40년이 넘도록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예전의 국제우편은 더 이상 보내지 않지만 이메일과 SNS로 소통하니 언제나 곁에 있는 기분이다. 덴마크 친구와의 오랜 우정은 가족끼리의 만남으로도 이어져서 업무에 지칠 때면 이 친구를 떠올리고 편안함과 휴식을 느낀다.

지금은 소위 절친이 된 미국과 프랑스의 동료들도 업무상 회의에서 처음 만난 이후 가사와 육아의 어려움, 잦은 출장과 비즈니스에 따르는 여러 애로사항 등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됐다. 업무미팅을 끝낸 뒤에는 틈나는 대로 수다도 떨고, 출장길에는 몇 나라를 둘러 가더라도 어느 나라, 어느 곳에서 서로 만날 약속을 해서 얼굴을 보고, 거꾸로 이들이 불쑥 서울에 나타나기도 하는 친구가 된 것이다. 세월이 가면서 가족들도 함께 많은 아름다운 기억을 공유하고 있어서 만날 때마다 설렘과 기쁨을 줄 뿐만 아니라 업무에도 서로 큰 도움을 주는 좋은 인연이다.

20여 년 전 유학 시절, 파리 어느 주택가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생활했는데, 주인집과 꽤 친분이 두터워져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니 집주인이 프랑스 유명 회사의 재무이사였고 그 회사에서 마침 아시아권의 지식재산(IP) 전문가를 찾고 있어 업무 담당자를 소개받았다. 필자를 신뢰하던 집주인의 소개로 시작된 업무 협조가 지금껏 이어지고, 이런 신뢰는 필자가 소개한 아시아 몇몇 국가의 동료들에게까지 이어져 회사가 몇 번의 합병을 거치며 큰 변화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돈독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적과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맺어진 좋은 인연은 우리 인생에 깊은 영향을 준다. 사적이든 업무상에서든 서로 연결돼 삶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고 또 다른 향기와 재미를 더한다. 이런 인연들은 그 자녀 세대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더 강한 결속력으로 가족 같은 관계를 형성하고, 업무에 끼치는 그 영향력은 더욱 크고 단단해지게 된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청년들이나 조직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들은 스스로 귀한 인연을 찾아 만들고 그 인연을 가꾸면서 새로운 기회와 의미를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성패는 거미줄 같이 연결돼 있는 사람들 간 네트워킹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지 않는가. 좋은 인간관계는 업무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생활에 활력을 보태준다. 우선 주위부터 챙기며 찾아낸 좋은 인연을 시작으로 네트워킹을 넓혀나가 삶의 기쁨을 얻고 성장의 방편으로도 삼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