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와 로저나인은 골프업계에서 이례적으로 빠르게 성장한 회사다. 연평균 약 7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PXG, PXG어패럴, 부쉬넬 등 국내에 선보이는 브랜드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한국 골프시장을 뒤흔든 카네의 파격적인 마케팅 뒤에는 빠른 의사결정과 민첩한 실행력이 있다. 직원 110명 규모의 카네와 로저나인은 그 어떤 스타트업보다 기민하게 움직이고 수평적으로 소통한다. 최근 가장 뜨거운 경영 트렌드로 떠오른 애자일 조직의 살아있는 사례인 셈이다.
별도의 결재서류를 두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카네에는 팀장, 임원, 회장의 사인을 받는 결재 양식 자체가 없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이미 결론과 방향성을 공유하고 있는데 굳이 추가 보고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게 신재호 회장의 생각이다. 회의 책임자가 신 회장에게 구두로 보고하고 의견을 공유하면 곧바로 실행에 들어간다.
서범석 카네 경영총괄 전무(사진)는 “카네의 창업자는 신재호 회장이지만 조직을 이끌어가는 주인은 실무자”라고 강조했다. 실무자가 업무를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고, 관리자는 그들이 흔들림 없이 완성할 수 있도록 힘의 기반이 돼줘야 조직의 효율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실무자들이 위축되는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는 곧 업무 처리 과정에서 실수가 생기면 회피하고 우선 숨기려는 유혹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서 전무는 “실무자들이 ‘실수에 대한 보고’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카네 경영진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직원들에게 ‘어려운 일일수록 더 빨리, 더 직설적으로 말하라’고 강조합니다. 혼자 끙끙대지 말고 경영진과 솔직하게 터놓고 상의하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기 때문이죠. 실수에 대한 처벌이 두려워 상사와의 소통을 회피하면 최악의 결과가 빚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도 누구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놓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문화가 필수적이다. 카네에서는 일반 팀원도 아이디어가 있을 때는 언제든지 회장실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신 회장 역시 사업 관련 의문이 있으면 직원의 자리로 찾아가 질문을 던지곤 한다. 따로 회의실에 둘러앉지 않더라도 사무실 어디서든 자연스레 회의가 열린다.
따뜻한 조직 분위기도 카네의 강점이다. 몇 년 전 모 팀장은 신 회장에게 불려가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강하게 질책받았다. 그가 팀원을 “야!”라고 부르는 장면을 신 회장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나도 직원들 그 누구에게 ‘야’라는 호칭을 쓰지 않는다. 우리가 팀원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어떤 팀원이 회사에 애정을 가져주겠나”라고 질책했다고 한다. 서 전무는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조직 문화가 굳어지면 무기력한 조직이 되고 만다는 것이 신 회장의 깊은 믿음”이라며 “직원 한 명 한 명이 업무에서 보람을 느껴야 밝은 조직 문화가 형성되고 우리 기업의 좋은 첫인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