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에 줄서서 집 본대"…뒤늦게 매수 대열 합류한 세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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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2년 실거주'·거래허가제 이후
목동 신시가지 전셋집서 쫓겨나는 세입자들
인근 중저가 단지·빌라선 '풍선효과'
목동 신시가지 전셋집서 쫓겨나는 세입자들
인근 중저가 단지·빌라선 '풍선효과'
이달 초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1000가구가량 아파트에선 매도 매물이 나오자마자 5팀이 줄을 서서 집을 보는 일이 발생했다. 매도 호가는 7억원대로 기존 실거래가 대비 1억원가량 뛴 매물이었지만 매수자들이 대거 몰렸다.
이날 줄을 서 매물을 둘러본 매수자 중 한명인 양모 씨(31)는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에서 전세를 살다가 인근 신월동 지역 아파트 매수를 고민하는 중이다.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집주인이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양씨에게 퇴거 요청을 해와서다. 양 씨는 “이날 집을 본 매수자들 대부분 전셋집에서 나가달란 요청을 듣고 급하게 매물을 알아보는 사례가 많았다”며 “자녀들 학교 문제로 목동 밖으로 나가긴 어렵고 전셋집은 부족하니 무리해서라도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인근지역에서 집을 사려고 하는 것”이라고 푸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양천구 목동의 재건축 단지인 신시가지 아파트로 입주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인근지역의 매매시장이 불안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6·17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에 대해 ‘2년 이상 실거주한 경우’만 재건축 후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이후 전세가 잘 나오지 않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목동에 각종 규제가 가해지면서 전셋집에서 쫓겨나게 된 세입자들이 잇따라 비규제 인근 단지 매매시장에 뛰어드는 양상이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31일 기준) 기준 양천구의 매매 상승률은 0.10%로 6주째 두 자릿수 상승을 이어가는 중이다. 4월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이후 규제를 피한 단지와 인근 단지 위주로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되레 매매가 상승률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신시가지 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신정동 ‘신트리3단지’ 전용 84㎡는 지난 4월 10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찍었다. 이 단지는 목동 진입을 꿈꾸는 신혼부부나 젊은 층들이 선호하는 양천구 내 중저가 단지 중 하나다. 값은 지난해 6월(8억1000만원)인 1년 전에 비해 2억원 이상 급등했다. 목동 ‘삼익’ 전용 84㎡ 아파트도 지난달 12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에 팔렸다. 이 단지 또한 1년 전(9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3억원 가까이 뛰었다.
인근 다세대·연립주택(빌라)의 매매가도 급격히 치솟고 있다. 전셋집에서 쫓겨나게 된 세입자들이 빌라 매매라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입주한 지 30년이 넘은 재건축 아파트는 주변 새 아파트보다 전셋값이 저렴하다. 재건축 단지인 목동 ‘신시가지6단지’ 전용면적 48㎡의 최근 전세 실거래가는 4억원대 수준이다. 목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3인 이상이 거주할 수 있는 전용 59㎡ 빌라 매매가는 최근 5억원대 수준으로 올라섰다. 인근 T공인 대표는 “최근 몇달새 5000만~6000만원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는 2년 이상 실거주한 경우에만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2년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소유자는 감정평가 가격으로 현금 청산을 받게 된다. 단, 정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마친 단지는 실거주 의무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 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재건축 초기 단계인 아파트 단지에선 낡은 아파트에 입주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일대가 거래허가제로 묶인 이후 전세 매물이 더 줄면서 인근지역 매매 수요가 커지는 요인도 있다. 전세 낀 매물의 매매가 금지되면서 직접 입주하는 집주인이 늘어서다.
하루 아침에 전셋집을 비워줘야 되는 세입자들의 불만도 크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전세살이를 한 유모 씨(47)는 “집주인이 실거주 조건 때문에 전세를 빼달라는데 아이들 학교 문제로 목동 밖을 벗어나기 힘들어 중저가 소형 단지나 중대형 면적의 빌라 매매를 알아보고 있다”며 “워낙 이 일대 매수자들이 많다보니 좋은 매물은 집을 본 그 자리에서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니 마음이 조급하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이날 줄을 서 매물을 둘러본 매수자 중 한명인 양모 씨(31)는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에서 전세를 살다가 인근 신월동 지역 아파트 매수를 고민하는 중이다.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집주인이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양씨에게 퇴거 요청을 해와서다. 양 씨는 “이날 집을 본 매수자들 대부분 전셋집에서 나가달란 요청을 듣고 급하게 매물을 알아보는 사례가 많았다”며 “자녀들 학교 문제로 목동 밖으로 나가긴 어렵고 전셋집은 부족하니 무리해서라도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인근지역에서 집을 사려고 하는 것”이라고 푸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양천구 목동의 재건축 단지인 신시가지 아파트로 입주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인근지역의 매매시장이 불안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6·17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에 대해 ‘2년 이상 실거주한 경우’만 재건축 후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이후 전세가 잘 나오지 않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목동에 각종 규제가 가해지면서 전셋집에서 쫓겨나게 된 세입자들이 잇따라 비규제 인근 단지 매매시장에 뛰어드는 양상이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31일 기준) 기준 양천구의 매매 상승률은 0.10%로 6주째 두 자릿수 상승을 이어가는 중이다. 4월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이후 규제를 피한 단지와 인근 단지 위주로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되레 매매가 상승률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신시가지 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신정동 ‘신트리3단지’ 전용 84㎡는 지난 4월 10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찍었다. 이 단지는 목동 진입을 꿈꾸는 신혼부부나 젊은 층들이 선호하는 양천구 내 중저가 단지 중 하나다. 값은 지난해 6월(8억1000만원)인 1년 전에 비해 2억원 이상 급등했다. 목동 ‘삼익’ 전용 84㎡ 아파트도 지난달 12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에 팔렸다. 이 단지 또한 1년 전(9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3억원 가까이 뛰었다.
인근 다세대·연립주택(빌라)의 매매가도 급격히 치솟고 있다. 전셋집에서 쫓겨나게 된 세입자들이 빌라 매매라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입주한 지 30년이 넘은 재건축 아파트는 주변 새 아파트보다 전셋값이 저렴하다. 재건축 단지인 목동 ‘신시가지6단지’ 전용면적 48㎡의 최근 전세 실거래가는 4억원대 수준이다. 목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3인 이상이 거주할 수 있는 전용 59㎡ 빌라 매매가는 최근 5억원대 수준으로 올라섰다. 인근 T공인 대표는 “최근 몇달새 5000만~6000만원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는 2년 이상 실거주한 경우에만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2년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소유자는 감정평가 가격으로 현금 청산을 받게 된다. 단, 정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마친 단지는 실거주 의무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 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재건축 초기 단계인 아파트 단지에선 낡은 아파트에 입주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일대가 거래허가제로 묶인 이후 전세 매물이 더 줄면서 인근지역 매매 수요가 커지는 요인도 있다. 전세 낀 매물의 매매가 금지되면서 직접 입주하는 집주인이 늘어서다.
하루 아침에 전셋집을 비워줘야 되는 세입자들의 불만도 크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전세살이를 한 유모 씨(47)는 “집주인이 실거주 조건 때문에 전세를 빼달라는데 아이들 학교 문제로 목동 밖을 벗어나기 힘들어 중저가 소형 단지나 중대형 면적의 빌라 매매를 알아보고 있다”며 “워낙 이 일대 매수자들이 많다보니 좋은 매물은 집을 본 그 자리에서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니 마음이 조급하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