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이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음모론에 빠져 수백 회분의 모더나 백신을 상온에 방치한 미국의 한 약사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8일(현지시간) CNN,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모더나 백신을 고의로 방치한 혐의를 받는 위스콘신주 약사 스티븐 브랜던버그(46)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와 함께 법원은 그에게 보호관찰 3년과 약 8만3800달러의 배상금 지불을 명령했다.

브랜던버그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야간 당직 근무를 하던 중 모더나 백신 상자를 냉장고에서 꺼내 수 시간 동안 방치했다. 백신 상자에는 570회분의 모더나 백신이 담겨 있었다. 가격은 8000~1만1000달러(약 890~1230만원) 상당이다.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 온도에서 유통·보관돼야 한다. 브랜던버그는 백신의 효능을 떨어트리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으며, 실제로 그가 냉장고에서 꺼냈던 모더나 백신을 57명이 접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브랜던버그는 백신을 악마의 산물이라고 믿는 음모론자로, 지구는 평평하다는 '지구 평면설'과 '9·11 테러 조작설' 등의 음모론에 빠져있었다. 특히 그는 동료들에게 백신에 대한 불신을 언급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브랜던버그는 모더나 백신에 대해 "마이크로칩이 장착됐다", "DNA를 변화시킨다" 등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인간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세상에 종말이 오기 때문에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에서 브랜던버그는 "정말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이다"고 반성의 뜻을 보였으나 법원은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미 법무부는 "브란덴부르크는 밤 사이 방치한 백신을 다음 날 다시 냉장보관시설에 넣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기 전 57명이 해당 백신을 접종받았다"며 "국가가 공중보건 비상사태일 때 백신을 의도적으로 망가뜨리려 한 것은 심각한 범죄"라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