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치솟는다는데 금리는 하락…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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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하루 앞두고 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역시 조심스러운 관망세를 보였습니다. 다우는 0.44%, S&P 500지수는 0.18% 떨어졌고 나스닥은 0.09% 약보합세를 보였습니다. 전날과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이던 주요 지수들이 오후 3시가 넘자 내림세로 전환하긴 했지만 하락 폭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S&P 500지수는 이날도 한때 4237.09까지 올랐으나 사상 최고치(4238.04)를 넘진 못했습니다.
하락 폭이 큰 건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뉴욕 채권시장의 금리입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470%까지 하락해 올해 들어 처음 10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지난 5월7일(1.4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달 7일은 4월 신규고용 수치가 시장 예상(100만 개)보다 훨씬 낮은 27만 개에 그친 것으로 발표되어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가 커졌던 날이지요. 10년물 금리가 지난 3월에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1.77%까지 치솟기도 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많이 떨어졌습니다. 월가에선 지난 2월 금리가 갑작스레 급등하며 1.3~1.4%대를 그냥 뛰어넘었었기 때문에 기술적 지지선인 1.41%가 깨지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채권 유통시장만 그랬던 게 아닙니다. 이날 38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 국채 입찰이 있었는데, 전날 3년물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잘 팔려나갔습니다. 응찰률이 2.58배에 달하면서 금리가 1.497%에 낙찰이 됐습니다. 발행 당시 금리 1.507%보다 1bp(1bp=0.01%포인트) 낮게 형성됐습니다. 이는 작년 7월 이후 11개월 내 가장 낮은 겁니다. 지난달 입찰 때 낙찰금리는 1.684%였던 걸 고려하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외국인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수요가 65%에 달해 이것도 작년 8월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10일 아침 발표될 5월 CPI에 대한 월가 예상치는 전년 대비 4.7% 상승입니다. 음식물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의 경우 3.4~3.5% 수준입니다. Fed는 유가와 농산물 가격 변동은 일시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근원 물가가 더욱 중요합니다. 3.5%는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렇게 물가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채권 트레이더들은 채권을 마구 사고 있는 겁니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고 채권 금리가 더 높아지면 보유한 채권값이 떨어지는데도 말입니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뭔가 알고 있는 걸까요? CPI가 낮게 나올 것으로 확신이라도 하는 걸까요?
월가를 수소문해봤습니다. 대략 여덟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① CPI 낮게 나올 수 있다
CPI가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배경 중 하나는 기저효과입니다. 작년 팬데믹 초기에 봉쇄가 시작되자 물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졌었지요.
작년 3월 근원 CPI는 0%였고 4월은 -0.4%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5월에는 -0.1%로 개선됐지요. 그리고 6월부터는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이는 4월 CPI와 비교하면 5월 수치는 기저효과가 현저히 적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CNBC의 릭 산텔리 채권평론가는 "기저효과가 거의 사라졌다. 예상보다 낮은 수치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②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다
CPI가 높게 나온다 해도 미 중앙은행(Fed)는 "일시적"으로 평가하고 또 넘어갈 겁니다. 시장도 이제 이런 Fed의 논리에 익숙합니다. 지난달처럼 중고차 가격 등이 급등한 건 모두가 일시적이라고 판단합니다. 구조적 인플레이션 요인이 될 수 있는 임금과 월세 상승률이 그리 높지 않게 나온다면 헤드라인 수치가 높게 나와도 그냥 넘어갈 겁니다. 월가의 경제학자들도 인플레이션이 향후 몇 달 내에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Fed는 테이퍼링을 최대한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10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CPI가 예상보다 살짝 높게 나와도 Fed와 시장이 이를 무시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주 FOMC에서 어차피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하는 논의는 할 것이다. 바뀌는 건 별로 없을 수 있다. 하지만 CPI 수치가 낮게 나온다면 금리 하락세가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습니다.
③ 고용시장이 급속히 회복되기 어렵다→테이퍼링 늦어질 수 있다
최근의 금리 하락세는 지난 4일 이후 이어지고 있습니다. 4일은 5월 신규고용 수치가 발표된 날입니다. 월가 예상은 67만1000개였는데, 실제 수치는 55만9000개에 그쳤다. 고용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생각보다는 느리게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 겁니다.
그리고 지난 8일 채용공고 수가 930만 개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많은 채용공고 홍수 속에서도 신규고용이 예상보다 느리게 회복되고 있는 것이죠. 이는 사람을 구하는 기업과 구직자들 간의 부조화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지난 범유행 기간에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기업들은 관련 인력을 원하지만, 그런 기술을 가진 사람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원인이 지적되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건 "고용 회복이 애초 예상처럼 월 100만 명씩 빠른 속도로 이뤄지지는 못할 것 같다"는 겁니다. Fed는 테이퍼링 등 긴축의 가장 큰 조건으로 고용 회복을 들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여전히 10%에 가까운 흑인 실업률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테이퍼링이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배경입니다.
노무라증권의 고시미즈 나오카즈 선임 금리전략가는 “고용시장의 회복이 억제되어 있으므로, 테이퍼링에 대한 Fed의 논의가 곧 시작되더라도 탄력을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④ 미국 연금 수요가 지속하고 있다
최근 금리는 미국 채권시장 개장 시간대에 하락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미국 수요가 많다는 뜻입니다.
이와 관련, 월가에서는 미국의 기업 연금들의 리밸런싱 채권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확정급여(DB) 형태로 운용되어온 연금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이상 금리 하락으로 인해 언더펀딩(지급해야 할 연금 의무보다 벌어들이는 돈이 더 적은 것) 상태였는데, 최근 주가 급등세로 인해 이런 상태가 해소됐다는 겁니다. 그래서 주식을 매각하고 상당한 금액을 다시 장기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은행들도 Fed의 초완화적 통화정책 속에 자금이 풍부합니다. 운용할 곳이 없어 역환매조건부채권 시장(reverse REPO)에 매일 5000억 달러에 가까운 돈이 몰려드는 판입니다. 일부 자금을 국채에 운용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⑤ 해외 투자자 수요도 여전하다
미국 국채의 금리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편입니다. 이에 따라 해외 투자자들의 미 국채 수요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⑥ 숏스퀴즈가 나타나고 있다
JP모간이 자사의 채권 고객들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채권 공매도가 지난 2월에 이어 다시 급증한 상태입니다. 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을 기대한 겁니다. 이런 상태에서 최근 금리가 반대로 하락하자 숏스퀴즈(손실을 피하고자 공매도했던 자산을 되사는 것)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CPI가 낮게 나오거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빈손으로 끝나면 금리가 추가 하락하면서 이들은 큰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난 4일 5월 신규고용 수치가 발표된 뒤 채권시장에서 숏스퀴즈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⑦ 인플라딜 좌초 우려→미 국채 공급 줄어든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대규모 인프라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금리 하락의 이유입니다. 인프라딜 관련 국채가 쏟아질 것이란 예상이 빗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부터 공화당과 인프라 법안을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지난 7일 협상은 끝났습니다. 법안 규모를 1조7000억 달러로 줄이고 법인세율을 28%로 인상하는 대신 법인세 최저세율(15%)을 신설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틈이 좁혀지지 않은 탓입니다. 특히 민주당 내 조 맨친 상원의원의 이탈로 법안 단독 처리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상원이 50대 50으로 나누어진 가운데 맨친 의원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인프라딜에 들어있는 법인세 인상뿐 아니라 인프라딜을 예산조정절차로 처리하는 데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 민주당이 공화당의 반대를 무력화하기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반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미 의회는 2년간 유예해놓은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이번 여름에 높여야 합니다. 공화당과의 갈등으로 부채한도 처리가 어려워지면 더는 국채 발행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⑧ 유럽도 완화 지속
유럽중앙은행(ECB)은 10일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금으로선 양적완화인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통한 채권 매입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란 예상이 많습니다. 테이퍼링을 미루는 것이죠. 유럽 경제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아직 코로나 백신 접종은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EU의 회복 기금도 아직 집행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주문을 다시 한번 외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똑같이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유럽도 유지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통상 금리가 낮아지면 주식 시장에는 긍정적 환경이 조성됩니다. 특히 기술주 등 금리 상승에 민감한 성장주가 그렇습니다. 아크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웨비나에서 "(다시) 성장주로의 순환매 전환이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상품 중심이던 소비자 지출이 경기 회복과 함께 대폭 서비스 부문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이는 원자재 가격과 경기순환주 하락을 촉발하고 성장주가 다시 앞서는 단계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우드는 "그동안의 가치주 순환매는 강세장을 크게 확장하고 강화했으며, 기술주 거품을 방지하고 혁신 기반 전략이 한 단계 더 올라갈 단계를 마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CNBC의 주식평론가인 짐 크레이머는 "지금 거래되는 것처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하락한다면 성장주가 다시 부상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며 아마존 등 거대 기술주를 추천했습니다. 그는 다만 "나는 가치주와 성장주 모두를 보유하는 '바벨 전략'을 택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하락 폭이 큰 건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뉴욕 채권시장의 금리입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470%까지 하락해 올해 들어 처음 10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지난 5월7일(1.4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달 7일은 4월 신규고용 수치가 시장 예상(100만 개)보다 훨씬 낮은 27만 개에 그친 것으로 발표되어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가 커졌던 날이지요. 10년물 금리가 지난 3월에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1.77%까지 치솟기도 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많이 떨어졌습니다. 월가에선 지난 2월 금리가 갑작스레 급등하며 1.3~1.4%대를 그냥 뛰어넘었었기 때문에 기술적 지지선인 1.41%가 깨지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채권 유통시장만 그랬던 게 아닙니다. 이날 38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 국채 입찰이 있었는데, 전날 3년물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잘 팔려나갔습니다. 응찰률이 2.58배에 달하면서 금리가 1.497%에 낙찰이 됐습니다. 발행 당시 금리 1.507%보다 1bp(1bp=0.01%포인트) 낮게 형성됐습니다. 이는 작년 7월 이후 11개월 내 가장 낮은 겁니다. 지난달 입찰 때 낙찰금리는 1.684%였던 걸 고려하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외국인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수요가 65%에 달해 이것도 작년 8월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10일 아침 발표될 5월 CPI에 대한 월가 예상치는 전년 대비 4.7% 상승입니다. 음식물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의 경우 3.4~3.5% 수준입니다. Fed는 유가와 농산물 가격 변동은 일시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근원 물가가 더욱 중요합니다. 3.5%는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렇게 물가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채권 트레이더들은 채권을 마구 사고 있는 겁니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고 채권 금리가 더 높아지면 보유한 채권값이 떨어지는데도 말입니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뭔가 알고 있는 걸까요? CPI가 낮게 나올 것으로 확신이라도 하는 걸까요?
월가를 수소문해봤습니다. 대략 여덟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① CPI 낮게 나올 수 있다
CPI가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배경 중 하나는 기저효과입니다. 작년 팬데믹 초기에 봉쇄가 시작되자 물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졌었지요.
작년 3월 근원 CPI는 0%였고 4월은 -0.4%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5월에는 -0.1%로 개선됐지요. 그리고 6월부터는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이는 4월 CPI와 비교하면 5월 수치는 기저효과가 현저히 적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CNBC의 릭 산텔리 채권평론가는 "기저효과가 거의 사라졌다. 예상보다 낮은 수치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②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다
CPI가 높게 나온다 해도 미 중앙은행(Fed)는 "일시적"으로 평가하고 또 넘어갈 겁니다. 시장도 이제 이런 Fed의 논리에 익숙합니다. 지난달처럼 중고차 가격 등이 급등한 건 모두가 일시적이라고 판단합니다. 구조적 인플레이션 요인이 될 수 있는 임금과 월세 상승률이 그리 높지 않게 나온다면 헤드라인 수치가 높게 나와도 그냥 넘어갈 겁니다. 월가의 경제학자들도 인플레이션이 향후 몇 달 내에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Fed는 테이퍼링을 최대한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10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CPI가 예상보다 살짝 높게 나와도 Fed와 시장이 이를 무시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주 FOMC에서 어차피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하는 논의는 할 것이다. 바뀌는 건 별로 없을 수 있다. 하지만 CPI 수치가 낮게 나온다면 금리 하락세가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습니다.
③ 고용시장이 급속히 회복되기 어렵다→테이퍼링 늦어질 수 있다
최근의 금리 하락세는 지난 4일 이후 이어지고 있습니다. 4일은 5월 신규고용 수치가 발표된 날입니다. 월가 예상은 67만1000개였는데, 실제 수치는 55만9000개에 그쳤다. 고용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생각보다는 느리게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 겁니다.
그리고 지난 8일 채용공고 수가 930만 개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많은 채용공고 홍수 속에서도 신규고용이 예상보다 느리게 회복되고 있는 것이죠. 이는 사람을 구하는 기업과 구직자들 간의 부조화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지난 범유행 기간에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기업들은 관련 인력을 원하지만, 그런 기술을 가진 사람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원인이 지적되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건 "고용 회복이 애초 예상처럼 월 100만 명씩 빠른 속도로 이뤄지지는 못할 것 같다"는 겁니다. Fed는 테이퍼링 등 긴축의 가장 큰 조건으로 고용 회복을 들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여전히 10%에 가까운 흑인 실업률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테이퍼링이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배경입니다.
노무라증권의 고시미즈 나오카즈 선임 금리전략가는 “고용시장의 회복이 억제되어 있으므로, 테이퍼링에 대한 Fed의 논의가 곧 시작되더라도 탄력을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④ 미국 연금 수요가 지속하고 있다
최근 금리는 미국 채권시장 개장 시간대에 하락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미국 수요가 많다는 뜻입니다.
이와 관련, 월가에서는 미국의 기업 연금들의 리밸런싱 채권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확정급여(DB) 형태로 운용되어온 연금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이상 금리 하락으로 인해 언더펀딩(지급해야 할 연금 의무보다 벌어들이는 돈이 더 적은 것) 상태였는데, 최근 주가 급등세로 인해 이런 상태가 해소됐다는 겁니다. 그래서 주식을 매각하고 상당한 금액을 다시 장기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은행들도 Fed의 초완화적 통화정책 속에 자금이 풍부합니다. 운용할 곳이 없어 역환매조건부채권 시장(reverse REPO)에 매일 5000억 달러에 가까운 돈이 몰려드는 판입니다. 일부 자금을 국채에 운용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⑤ 해외 투자자 수요도 여전하다
미국 국채의 금리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편입니다. 이에 따라 해외 투자자들의 미 국채 수요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⑥ 숏스퀴즈가 나타나고 있다
JP모간이 자사의 채권 고객들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채권 공매도가 지난 2월에 이어 다시 급증한 상태입니다. 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을 기대한 겁니다. 이런 상태에서 최근 금리가 반대로 하락하자 숏스퀴즈(손실을 피하고자 공매도했던 자산을 되사는 것)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CPI가 낮게 나오거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빈손으로 끝나면 금리가 추가 하락하면서 이들은 큰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난 4일 5월 신규고용 수치가 발표된 뒤 채권시장에서 숏스퀴즈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⑦ 인플라딜 좌초 우려→미 국채 공급 줄어든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대규모 인프라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금리 하락의 이유입니다. 인프라딜 관련 국채가 쏟아질 것이란 예상이 빗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부터 공화당과 인프라 법안을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지난 7일 협상은 끝났습니다. 법안 규모를 1조7000억 달러로 줄이고 법인세율을 28%로 인상하는 대신 법인세 최저세율(15%)을 신설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틈이 좁혀지지 않은 탓입니다. 특히 민주당 내 조 맨친 상원의원의 이탈로 법안 단독 처리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상원이 50대 50으로 나누어진 가운데 맨친 의원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인프라딜에 들어있는 법인세 인상뿐 아니라 인프라딜을 예산조정절차로 처리하는 데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 민주당이 공화당의 반대를 무력화하기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반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미 의회는 2년간 유예해놓은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이번 여름에 높여야 합니다. 공화당과의 갈등으로 부채한도 처리가 어려워지면 더는 국채 발행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⑧ 유럽도 완화 지속
유럽중앙은행(ECB)은 10일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금으로선 양적완화인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통한 채권 매입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란 예상이 많습니다. 테이퍼링을 미루는 것이죠. 유럽 경제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아직 코로나 백신 접종은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EU의 회복 기금도 아직 집행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주문을 다시 한번 외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똑같이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유럽도 유지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통상 금리가 낮아지면 주식 시장에는 긍정적 환경이 조성됩니다. 특히 기술주 등 금리 상승에 민감한 성장주가 그렇습니다. 아크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웨비나에서 "(다시) 성장주로의 순환매 전환이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상품 중심이던 소비자 지출이 경기 회복과 함께 대폭 서비스 부문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이는 원자재 가격과 경기순환주 하락을 촉발하고 성장주가 다시 앞서는 단계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우드는 "그동안의 가치주 순환매는 강세장을 크게 확장하고 강화했으며, 기술주 거품을 방지하고 혁신 기반 전략이 한 단계 더 올라갈 단계를 마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CNBC의 주식평론가인 짐 크레이머는 "지금 거래되는 것처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하락한다면 성장주가 다시 부상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며 아마존 등 거대 기술주를 추천했습니다. 그는 다만 "나는 가치주와 성장주 모두를 보유하는 '바벨 전략'을 택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