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생동감…스페인의 정열 담아낸 아르헨타 '에스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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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형의 명반순례
![투박한 생동감…스페인의 정열 담아낸 아르헨타 '에스파냐'](https://img.hankyung.com/photo/202106/AA.26582481.1.jpg)
샤브리에의 ‘에스파냐’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스페인 기상곡’ 등 두 곡은 녹음이 거듭 발전했음에도 1950년대의 이 음반을 능가할 연주를 찾기 힘들다. 디지털 시대의 매끈함과는 사뭇 다르다. 음의 덩어리를 그대로 간직한, 투박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연주다. 열정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한 소박함이 살아 있어 마치 스페인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느낌이다. 음반 녹음이 귀하고 하나의 예술로 대접받던 시대의 진한 에센스가 한 음 한 음에 남아 있다.
CD에 커플링으로 수록된, 스위스 로망드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드뷔시 ‘영상’ 역시 경묘하다. 지그, 이베리아, 봄의 론도로 구성된 관현악을 위한 영상 중 2곡 이베리아의 스페인풍 정서가 구성지다. 스페인의 힘과 정열을 스페인 출신 지휘자가 구현한 최고 앨범이다.
아르헨타는 1913년 스페인왕국 칸타브리아 지방의 우르디알레스에서 철도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사망한 뒤 철도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댄스홀, 술집 등에서 피아노를 치며 생계를 이어갔다. 당시 스페인은 내전이 한창이었으나 마드리드음악원을 수석으로 졸업했기에 징병으로 끌려가는 건 면할 수 있었다. 독일에서 명지휘자 카를 슈리히트에게 지휘를 배우고 내전이 끝난 뒤 스페인에 돌아왔다. 2차 세계대전 기간 마드리드의 스페인국립관현악단에서 피아노와 첼레스타 등 건반악기를 담당했다. 1944년 마드리드체임버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취임하고 이듬해 10월부터는 스페인국립관현악단을 지휘하게 됐다. 1947년부터는 종신 음악감독이 됐다.
류태형 < 음악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