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공식 수사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이 정직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재판도 시작됐다. 야당은 “본격적인 윤석열 죽이기”라며 반발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4일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정식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지난 3월 윤 전 총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받는 검사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방해했다며 윤 전 총장과 조남관 전 대검찰청 차장을 고발했다. 이때 함께 고발된 ‘한명숙 사건’ 담당 검사 2명은 대검에 이첩된 상태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2월에도 윤 전 총장과 검사 2명에 대해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부실 수사한 의혹이 있다며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이 사건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는 퇴직 이후에도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재직 당시 정치적 중립 훼손 등을 이유로 받은 징계 관련 재판도 시작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정용석)는 이날 윤 전 총장이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첫 변론 준비기일을 열었다. 법무부는 추미애 전 장관 재직 시절인 작년 12월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윤 전 총장에게 2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전날 공개 행보를 시작한 윤 전 총장 측은 함구했다. 윤 전 총장 측 손경식 변호사는 언론에 보낸 메시지에서 “공수처 고발 건에 대해 특별히 밝힐 입장은 없다”고 했다.

야당은 “신(新)독재 플랜이 다시 시작된 것”이라며 반발했다. 공수처가 독립 수사기관으로서 존재 이유를 증명할 시험대가 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유력 야권 주자를 주저앉히고 장기 집권을 꾀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 계략의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시험대에 오른 것은 윤 전 총장이 아니라 공수처”라며 “권력의 압박에서 자유롭게 이 사안을 다룰 수 있는지, 수사능력이 있는지 국민이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놨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시민단체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공수처가 독립적으로 잘 판단할 것”이라며 “공수처가 고발된 사안에 대해 여러 진상이 규명될 수 있도록 대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윤 전 총장에 대한 공수처의 갑작스러운 수사 착수가 자칫 대선을 앞두고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안효주/오현아/전범진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