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예술 입은 광고의 황홀경
요즘 광고를 보노라면 한 편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광고를 ‘자본주의 사회의 공식 예술’이라고 한 학자도 드물게 있긴 했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시도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가 쓴 《광고가 예술을 만났을 때-아트버타이징》은 광고와 예술의 밀접해진 관계와 그 효과에 대해 분석한다. ‘아트버타이징’은 예술(art)과 광고(advertising)를 합친 말로, 광고에 예술 기법과 요소를 결합해 ‘예술의 광고화’ ‘광고의 예술화’를 시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시간예술(음악·시·소설 등), 공간예술(회화·조소·사진 등), 시공간 예술(연극·영화·드라마 등)로 구분해 광고가 각종 예술 장르와 만나는 현상을 분석한다. 그는 “보통의 광고를 보았을 때와 예술과 만난 광고를 보았을 때 소비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분명히 다르다”며 “후자의 경우 황홀경에 빠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광고는 ‘15초짜리 영화’라고도 불린다. 특히 광고를 늘려서 제작한 ‘광고영화’는 광고 표현의 영토를 새롭게 확장한다. 영화와 드라마 장면에 어떤 제품을 잠깐 노출하는 것이 간접광고(PPL)라면, 광고영화는 제품 및 브랜드를 영화 주인공처럼 핵심 소재로 활용한다. 저자는 “소비자들은 영화의 주요 장면을 인상 깊게 기억한다”며 “영화를 차용하면 창의성은 약간 떨어지더라도 영화의 기억 효과에 어느 정도 기댈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영화도 광고를 적극 활용한다. 광고를 바탕으로 한 짧은 영화도 제작되고 있다.

광고와 미술의 거리도 가까워지고 있다. 회화가 광고에 활용되는 사례가 많으며, 광고를 연구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는 미술사는 ‘죽은 미술의 역사’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저자는 “모든 미디어가 격의 없이 만나는 혼종 미디어 시대에 광고와 그림이 혈연관계로 만나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광고가 엄연한 예술작품으로 인정받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