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과 목판 모두 국보…각각 세계유산·세계기록유산 등재
통풍·방습 최적화로 해인사서 600년 세월 원형 보존
다시 주목받는 팔만대장경…장경판전·대장경판 의미는
해인사가 10일 팔만대장경판을 보관해온 장경판전 내부를 취재진에게 공개하면서 대장경판과 그 보고(寶庫)에 관심이 쏠린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에 따르면 경남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과 이곳에 보관돼 온 팔만대장경판은 각각 국보 제52호와 제32호인 국가지정문화재다.

장경판전은 1995년 '석굴암·불국사', '종묘'와 함께 우리나라의 첫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대장경판은 2007년 세계기록유산에 이름을 올려 건축물과 목판 모두 세계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장경판전은 13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해인사 내 현존 최고(最古) 건물이다.

목조 건물인 장경판전은 북쪽의 법보전과 남쪽의 수다라장, 두 건물 사이에 위치하는 작은 크기의 동·서사간판전 등 4개 동이 입구(口) 자 형태로 배치돼 있다.

600년이 넘는 시간 대장경판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온 비결은 장경판전의 과학적 설계와 독특한 건축 방법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정면 15칸인 법보전과 수다라장은 앞뒤에 크기가 다른 붙박이 살창을 설치했다.

창은 통풍, 방습, 실내 온도 유지에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장경판전 내부 바닥에는 모래, 횟가루, 찰흙에 숯, 소금 등을 깔았는데 이는 내부 습도 조절을 최적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전반적으로 건물의 미를 강조하고 장식을 더하기보다는 목판을 보관하는 건물이라는 기능에 집중한 결과 대장경판 원형 보존이 가능했다고 분석된다.

장경판전에 있는 대장경판은 고려시대에 간행됐다는 점에서 '고려대장경'으로도 불린다.

아울러 고려 현종(재위 1009∼1031) 때 새긴 초조대장경이 몽고 침입으로 불에 타 사라진 뒤 다시 만들었다는 뜻에서 '재조대장경'으로도 부른다.

팔만대장경의 정확한 판수는 그간 논란이 많았으나, 문화재청은 현재 8만1천258장으로 추산한다.

여기에는 조선시대에 다시 새긴 목판도 포함됐다.

다시 주목받는 팔만대장경…장경판전·대장경판 의미는
경판 크기는 가로 70㎝ 내외·세로 24㎝ 내외이며, 두께는 2.6∼4㎝이다.

경(經)·율(律)·논(論) 등 불교 경전의 모든 것을 경판에 새겼는데, 불경 종류는 약 1천500종으로 알려졌다.

글자 수는 무려 5천200만 자에 이른다.

팔만대장경 이전에도 송나라의 북송관판이나 거란의 대장경, 초조대장경이 있었으나 현재는 전해지지 않는다.

팔만대장경 조성을 주관한 개태사 승통 수기대사는 당시 이들 경전을 참고하고 오류를 바로잡으며 대장경을 제작했다고 한다.

문화재청은 팔만대장경이 지금은 접할 수 없는 북송관판이나 거란본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고, 글자 또한 오자나 탈자 없이 고르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큰 문화재라고 설명했다.

오는 19일부터는 장경판전 내부를 공개하는 '사전예약 탐방제'가 시행돼 대중의 관심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탐방은 매주 토·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 각 2차례 진행된다.

문화재 관리 등을 이유로 탐방에 참여하는 인원은 최대 20명으로 제한된다.

탐방객은 해인사 일주문을 시작으로 봉황문→국사단→해탈문→법계탑→대적광전→대비로전→수다라장→법보전을 차례로 순례하게 된다.

법보전에서는 내부로 들어가 대장경판을 직접 보고, 전문가로부터 문화재로서 장경판전과 대장경판이 갖는 역사적 의미 등에 관해 자세한 설명을 듣는다.

해인사는 지난 5일부터 사찰 홈페이지를 통해 탐방 참가자 사전예약을 받았는데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듯 19일부터 7월 4일까지 예약이 조기 마감된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