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4] 알츠하이머병 조기진단, 꿈에서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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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순호 국립보건연구원 뇌질환연구과 보건연구사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신경세포 안팎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침착,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 신경염증, 신경전달물질계 변화 등의 특징이 관찰되고 기억력 감퇴, 인지기능 저하 같은 임상증상을 보인다.
신경반과 신경섬유다발 같은 특징적인 병변과 임상증상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알츠하이머 치매에 대한 완전한 치료제 개발은 계속된 실패로 난항을 겪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조절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치료에 대한 접근 방법을 달리하는 노력을 해왔다.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은 간이정신상태검사(MMSE)를 통한 선별검사, 신경심리검사를 통한 진단검사, 뇌영상촬영, 혈액검사, 뇌부검 등의 감별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지난 연구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의 비정상적인 축적이 질환으로 발병하기 최소 10년 전부터 이뤄지고, 질환이 진행됨에 따라 축적의 속도가 늦어지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알츠하이머 발병 초기 단계부터 치료를 시작하기 위한 조기진단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면서 조기진단을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진단검사 현황
과거에는 부검을 통해 치매 환자의 뇌 조직 병변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는 진단기술이 발달해 환자의 뇌척수액으로부터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을 측정해 질환 감별이 가능하며, 자기공명영상법(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환자의 뇌 구조와 형태 이상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검사 방법은 신경병리학적 변화는 있지만 증상이 경미한 전구 단계나 비정형 임상증상을 보이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진단하기 어렵고, 시간 경과에 따른 병리 또는 신경의 퇴행 정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도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뇌영상기법의 발달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 침착과 포도당 대사 변화, 도파민·세로토닌·콜린계 등 신경전달물질계 변화 같은 기능적 변화를 관찰해 알츠하이머병을 단계적으로 구분·진단할 수 있게 됐다.
아밀로이드 베타의 침착과 포도당 대사 변화를 분자 영상 바이오마커로 응용한 ‘아밀로이드-PET’과 ‘18F-플루오로데옥시글루코스(18F-FDG) PET’은 초기단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진단하고 감별하는 데 사용되는 검사 방법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포도당 대사 변화는 임상증상보다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츠하이머병 진단에서 18F-FDG PET을 평가하는 연구의 메타분석 결과, 높은 수준의 민감도, 특이도 및 진단 정확성을 보여준다.
특히 18F-FDG PET을 통해 경도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뇌의 특정 영역(측두엽, 하두 정, 내 측두엽 및 후 대상 피질) 내 포도당 대사율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뇌척수액이나 MRI와 비교해 조기에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적인 신경 퇴화 패턴을 보여주기 때문에 조기진단에 유용하다.
지난 10년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위한 18F-FDG PET의 역할이 확립됐으나,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후발성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진단 정확성이 낮은 제한점도 있다.
아밀로이드-PET은 보다 구체적인 알츠하이머병 바이오마커인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에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방사성 추적자들인 ‘11C-Pittsburgh compound-B(11C-PiB)’, ‘18F-FlorBetaPir(18F-FBP)’, ‘18F-FlorBetaBen(18F-FBB)’, ‘18F-FluteMeTamol(18F-FMT)’ 등을 이용한다.
생체 내 아밀로이드 베타 검출, 병변의 위치와 범위 결정, 초기 아밀로이드의 축적 및 시간에 따른 변화 감지 등을 할 수 있으며,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높은 음성예측도를 보여 조기진단에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타우 단백질 수준을 측정하는 타우-PET의 방사성 추적자(18F-flortaucipir)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며 뇌의 퇴행에 따른 위축 정도를 조기에 예측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 및 감별 진단을 위한 다양한 기술과 신규 바이오마커가 개발돼도 진단 정확성, 실용성, 비용 효율성 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각 바이오마커의 특징에 대한 의학적 근거와 실용적인 부분을 고려해 임상 조건에 따라 최적의 바이오마커를 선택하고, 인지기능과 신경심리 검사 등의 선별 검사를 조합해 환자별 특성에 맞는 진단 전략을 적용해 문제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혈액 바이오마커 진단
앞서 설명했듯이 뇌척수액 또는 PET을 이용한 바이오마커 분석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감별·진단하는 데 사용하고 있으나 뇌척수액 수집은 침습적이고 PET 검사는 비용 부담이 있어 수많은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범용적 적용이 어렵다는 제한점이 있다.
따라서 기존 검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혈액 내 바이오마커 기반의 알츠하이머병 진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다만 뇌혈관장벽(BBB)이 중추신경계와 혈액 간 분자의 이동을 방지하기 때문에 혈액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농도의 바이오마커가 존재한다. 따라서 뇌질환에 대한 혈액 진단은 매우 민감하고 정확한 분석과 신중한 검증이 요구된다.
현재 잠재적 가치를 보이는 혈액 내 바이오마커로는 Aβ42:Aβ40 비율, 타우 단백질(P-tau181, P-tau-127), 미세신경섬유 경쇄(NfL)가 있으며, 기존 뇌척수액, PET 검사와의 비교분석을 통해 검사의 유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다기관 코호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정 유형의 타우 단백질인 P-tau217을 이용한 새로운 혈액 검사는 알츠하이머병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데 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P-tau217은 기존 혈장 및 MRI 기반의 바이오마커보다 높은 진단 정확도로 다 른 신경 퇴행성 질환과 알츠하이머병을 감별했으며, 주요 뇌척수액 또는 PET 기반의 검사와 유사한 수준의 결과를 보였다.
단일후보 바이오마커 외에도 다중 바이오마커 기반의 패널을 이용한 다양한 혈액 진단 검사가 개발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구별할 수 있는 다중 혈장 단백질 바이오마커 패널이나 인지기능 저하, 뇌 위축, 아밀로이드 베타 침착과 관련된 질병 표현형 패널, 알츠하이머병과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대사산물 변화를 분석해 접근하는 대사체학 기반 검사, 그리고 생체 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안전성을 가진 miRNA 분석이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진단 정확도, 민감도, 특이도 등 진단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가별 알츠하이머병 예방 정책
고령화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치매 환자 역시 노화와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는 만큼 국가별로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09년 13위였던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의 순위는 2019년 7위까지 뛰어올랐다. 이에 과거 ‘치료’에 집중됐던 치매 관리는 ‘조기진단과 예방’으로 옮아가는 추세다.
WHO는 2019년 ‘치매 예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예방적 관점에서의 치매관리를 강조했고, 주요 선진국들도 자국의 상황에 맞춰 치매 관리 정책을 조기진단과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변경·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2011년 ‘국가 알츠하이머 프로젝트법(NAPA·National Alzheimer’s Project Act)’을 승인하고 2014년에는 ‘알츠하이머 책임법(AAA·Alzheimerʼs Accountability Act)’을 제정해 치매 예방과 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예산 확보 기반을 마련했다.
또 2018년에는 치매대응체계(BOLD·Building Our Largest Dementia)를 수립해 미국 전역에 공공보건 인프라 구축, 치매 교육, 치매 노인과 돌봄 제공자 서비스 향상 및 치매 데이터 확보를 위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국립노화연구소(NIA)에서 치매 연구를 통합적으로 추진·관리하고 있으며, 2021년 4조32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국립보건원(NIH)은 공공-민간 조직 간 치매연구 협업을 위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가속화 파트너십(AMP-AD)’을 구축해 2020년까지 2050억 원을 투자했고, 2021년부터 830억 원을 추가 투입함으로써 치매 극복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영국도 2009년 인식 개선, 조기진단 및 중재, 치료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 국가 치매관리 계획인 ‘Living well with Dementia: National Dementia Strategy’를 발표했으며, 그 이후에 ‘Dementia 2012: A National Challenge’, ‘Prime Minister’s Challenge on Dementia 2020’을 공표했다.
2016년에는 기존 정책을 강화한 ‘The Well Pathway for Dementia’를 추진 중에 있으며, 모든 치매 환자에게 동등한 진단 절차 제공, 치료의 조정과 연속성 보장, 진단 후 관리 및 지원 등을 핵심 목표로 두고 있다.
일본은 1990년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보건·복지 정책인 ‘골드플랜’을 시작으로, 기존 정책들을 강화한 2015년 ‘신(新)오렌지 플랜’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 적시·적절한 의료·개호 등의 제공, 조기치매의 종합적 대책 강화, 치매 예방법, 진단법, 치료, 재활모델 등의 연구개발과 성과 보급 추진 등이 포함돼 있다.
국내는 2011년 ‘치매관리법’을 제정하고, 2017년에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도입해 치매안심센터를 통한 치매통합서비스 제공, 장기요양서비스 확대, 의료지원 강화,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 등 종합적 치매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또 그간 시행된 정책적 결과를 토대로 제4차 국가치매관리종합계획(2021~2025년)에서는 선제적 치매 예방·관리 등 전문화된 치매 관리와 돌봄을 제공하고, 치매 관련 인프라의 연계체계를 마련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치매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므로 조기진단,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장기간의 추적 조사와 신경병리 기반의 연구 활성화를 위한 뇌조직 자원 확보가 필수 과제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치매뇌은행 및 다양한 치매 코호트 운영을 통해 치매 임상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치매 질병지표 발굴 및 검증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국내 R&D 기반을 다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장기적인 목표 아래 국가 차원에서 치매의 예방, 진단, 치료, 돌봄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나, 부처별로 연구를 개별 지원하고 있어 연구 연계성, 성과 활용성, 예산지원의 연속성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국립노화연구소(미국), 국립장수의료센터(일본)와 같은 치매 전문 연구기관을 설립해 종합적인 연구 지원과 정책 개발을 통해 치매 분야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향후 국가 차원의 치매 연구기관을 설립해 통합적·체계적으로 연구를 지원하고 기능을 확대해 다가오는 치매의 사회·경제적 부담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저자 소개>
권순호
경희대 유전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신경약리학을 전공하여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을 거쳐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뇌질환연구과에서 보건연구사로 재직 중이며, 치매 및 파킨슨병을 비롯한 뇌질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
신경반과 신경섬유다발 같은 특징적인 병변과 임상증상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알츠하이머 치매에 대한 완전한 치료제 개발은 계속된 실패로 난항을 겪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조절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치료에 대한 접근 방법을 달리하는 노력을 해왔다.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은 간이정신상태검사(MMSE)를 통한 선별검사, 신경심리검사를 통한 진단검사, 뇌영상촬영, 혈액검사, 뇌부검 등의 감별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지난 연구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의 비정상적인 축적이 질환으로 발병하기 최소 10년 전부터 이뤄지고, 질환이 진행됨에 따라 축적의 속도가 늦어지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알츠하이머 발병 초기 단계부터 치료를 시작하기 위한 조기진단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면서 조기진단을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진단검사 현황
과거에는 부검을 통해 치매 환자의 뇌 조직 병변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는 진단기술이 발달해 환자의 뇌척수액으로부터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을 측정해 질환 감별이 가능하며, 자기공명영상법(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환자의 뇌 구조와 형태 이상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검사 방법은 신경병리학적 변화는 있지만 증상이 경미한 전구 단계나 비정형 임상증상을 보이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진단하기 어렵고, 시간 경과에 따른 병리 또는 신경의 퇴행 정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도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뇌영상기법의 발달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 침착과 포도당 대사 변화, 도파민·세로토닌·콜린계 등 신경전달물질계 변화 같은 기능적 변화를 관찰해 알츠하이머병을 단계적으로 구분·진단할 수 있게 됐다.
아밀로이드 베타의 침착과 포도당 대사 변화를 분자 영상 바이오마커로 응용한 ‘아밀로이드-PET’과 ‘18F-플루오로데옥시글루코스(18F-FDG) PET’은 초기단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진단하고 감별하는 데 사용되는 검사 방법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포도당 대사 변화는 임상증상보다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츠하이머병 진단에서 18F-FDG PET을 평가하는 연구의 메타분석 결과, 높은 수준의 민감도, 특이도 및 진단 정확성을 보여준다.
특히 18F-FDG PET을 통해 경도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뇌의 특정 영역(측두엽, 하두 정, 내 측두엽 및 후 대상 피질) 내 포도당 대사율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뇌척수액이나 MRI와 비교해 조기에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적인 신경 퇴화 패턴을 보여주기 때문에 조기진단에 유용하다.
지난 10년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위한 18F-FDG PET의 역할이 확립됐으나,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후발성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진단 정확성이 낮은 제한점도 있다.
아밀로이드-PET은 보다 구체적인 알츠하이머병 바이오마커인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에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방사성 추적자들인 ‘11C-Pittsburgh compound-B(11C-PiB)’, ‘18F-FlorBetaPir(18F-FBP)’, ‘18F-FlorBetaBen(18F-FBB)’, ‘18F-FluteMeTamol(18F-FMT)’ 등을 이용한다.
생체 내 아밀로이드 베타 검출, 병변의 위치와 범위 결정, 초기 아밀로이드의 축적 및 시간에 따른 변화 감지 등을 할 수 있으며,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높은 음성예측도를 보여 조기진단에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타우 단백질 수준을 측정하는 타우-PET의 방사성 추적자(18F-flortaucipir)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며 뇌의 퇴행에 따른 위축 정도를 조기에 예측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 및 감별 진단을 위한 다양한 기술과 신규 바이오마커가 개발돼도 진단 정확성, 실용성, 비용 효율성 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각 바이오마커의 특징에 대한 의학적 근거와 실용적인 부분을 고려해 임상 조건에 따라 최적의 바이오마커를 선택하고, 인지기능과 신경심리 검사 등의 선별 검사를 조합해 환자별 특성에 맞는 진단 전략을 적용해 문제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혈액 바이오마커 진단
앞서 설명했듯이 뇌척수액 또는 PET을 이용한 바이오마커 분석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감별·진단하는 데 사용하고 있으나 뇌척수액 수집은 침습적이고 PET 검사는 비용 부담이 있어 수많은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범용적 적용이 어렵다는 제한점이 있다.
따라서 기존 검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혈액 내 바이오마커 기반의 알츠하이머병 진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다만 뇌혈관장벽(BBB)이 중추신경계와 혈액 간 분자의 이동을 방지하기 때문에 혈액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농도의 바이오마커가 존재한다. 따라서 뇌질환에 대한 혈액 진단은 매우 민감하고 정확한 분석과 신중한 검증이 요구된다.
현재 잠재적 가치를 보이는 혈액 내 바이오마커로는 Aβ42:Aβ40 비율, 타우 단백질(P-tau181, P-tau-127), 미세신경섬유 경쇄(NfL)가 있으며, 기존 뇌척수액, PET 검사와의 비교분석을 통해 검사의 유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다기관 코호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정 유형의 타우 단백질인 P-tau217을 이용한 새로운 혈액 검사는 알츠하이머병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데 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P-tau217은 기존 혈장 및 MRI 기반의 바이오마커보다 높은 진단 정확도로 다 른 신경 퇴행성 질환과 알츠하이머병을 감별했으며, 주요 뇌척수액 또는 PET 기반의 검사와 유사한 수준의 결과를 보였다.
단일후보 바이오마커 외에도 다중 바이오마커 기반의 패널을 이용한 다양한 혈액 진단 검사가 개발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구별할 수 있는 다중 혈장 단백질 바이오마커 패널이나 인지기능 저하, 뇌 위축, 아밀로이드 베타 침착과 관련된 질병 표현형 패널, 알츠하이머병과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대사산물 변화를 분석해 접근하는 대사체학 기반 검사, 그리고 생체 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안전성을 가진 miRNA 분석이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진단 정확도, 민감도, 특이도 등 진단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가별 알츠하이머병 예방 정책
고령화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치매 환자 역시 노화와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는 만큼 국가별로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09년 13위였던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의 순위는 2019년 7위까지 뛰어올랐다. 이에 과거 ‘치료’에 집중됐던 치매 관리는 ‘조기진단과 예방’으로 옮아가는 추세다.
WHO는 2019년 ‘치매 예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예방적 관점에서의 치매관리를 강조했고, 주요 선진국들도 자국의 상황에 맞춰 치매 관리 정책을 조기진단과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변경·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2011년 ‘국가 알츠하이머 프로젝트법(NAPA·National Alzheimer’s Project Act)’을 승인하고 2014년에는 ‘알츠하이머 책임법(AAA·Alzheimerʼs Accountability Act)’을 제정해 치매 예방과 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예산 확보 기반을 마련했다.
또 2018년에는 치매대응체계(BOLD·Building Our Largest Dementia)를 수립해 미국 전역에 공공보건 인프라 구축, 치매 교육, 치매 노인과 돌봄 제공자 서비스 향상 및 치매 데이터 확보를 위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국립노화연구소(NIA)에서 치매 연구를 통합적으로 추진·관리하고 있으며, 2021년 4조32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국립보건원(NIH)은 공공-민간 조직 간 치매연구 협업을 위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가속화 파트너십(AMP-AD)’을 구축해 2020년까지 2050억 원을 투자했고, 2021년부터 830억 원을 추가 투입함으로써 치매 극복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영국도 2009년 인식 개선, 조기진단 및 중재, 치료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 국가 치매관리 계획인 ‘Living well with Dementia: National Dementia Strategy’를 발표했으며, 그 이후에 ‘Dementia 2012: A National Challenge’, ‘Prime Minister’s Challenge on Dementia 2020’을 공표했다.
2016년에는 기존 정책을 강화한 ‘The Well Pathway for Dementia’를 추진 중에 있으며, 모든 치매 환자에게 동등한 진단 절차 제공, 치료의 조정과 연속성 보장, 진단 후 관리 및 지원 등을 핵심 목표로 두고 있다.
일본은 1990년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보건·복지 정책인 ‘골드플랜’을 시작으로, 기존 정책들을 강화한 2015년 ‘신(新)오렌지 플랜’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 적시·적절한 의료·개호 등의 제공, 조기치매의 종합적 대책 강화, 치매 예방법, 진단법, 치료, 재활모델 등의 연구개발과 성과 보급 추진 등이 포함돼 있다.
국내는 2011년 ‘치매관리법’을 제정하고, 2017년에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도입해 치매안심센터를 통한 치매통합서비스 제공, 장기요양서비스 확대, 의료지원 강화,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 등 종합적 치매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또 그간 시행된 정책적 결과를 토대로 제4차 국가치매관리종합계획(2021~2025년)에서는 선제적 치매 예방·관리 등 전문화된 치매 관리와 돌봄을 제공하고, 치매 관련 인프라의 연계체계를 마련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치매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므로 조기진단,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장기간의 추적 조사와 신경병리 기반의 연구 활성화를 위한 뇌조직 자원 확보가 필수 과제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치매뇌은행 및 다양한 치매 코호트 운영을 통해 치매 임상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치매 질병지표 발굴 및 검증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국내 R&D 기반을 다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장기적인 목표 아래 국가 차원에서 치매의 예방, 진단, 치료, 돌봄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나, 부처별로 연구를 개별 지원하고 있어 연구 연계성, 성과 활용성, 예산지원의 연속성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국립노화연구소(미국), 국립장수의료센터(일본)와 같은 치매 전문 연구기관을 설립해 종합적인 연구 지원과 정책 개발을 통해 치매 분야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향후 국가 차원의 치매 연구기관을 설립해 통합적·체계적으로 연구를 지원하고 기능을 확대해 다가오는 치매의 사회·경제적 부담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저자 소개>
권순호
경희대 유전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신경약리학을 전공하여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을 거쳐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뇌질환연구과에서 보건연구사로 재직 중이며, 치매 및 파킨슨병을 비롯한 뇌질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