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LG 벨벳2 프로를 사내에 한정해 판매키로 했지만, 사전에 준비된 물량보다 훨씬 더 많은 임직원이 구매를 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임직원도 제대로 제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이미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큰 웃돈을 주고 사겠다는 사람들도 등장할 정도입니다.
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전 기준 사내 임직원몰(LG 라이프케어)을 통해 LG 벨벳2 프로 구매를 신청한 LG전자 직원들은 총 2만1000여 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LG전자가 준비한 LG 벨벳2 프로 물량은 총 3000대 수준입니다. 경쟁률만 7:1이 넘는 것이죠.
LG전자는 LG 벨벳2 프로를 일반적인 선착순 형식이 아닌 추첨제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LG전자는 지난 8일부터 제품 구매를 원하는 직원들로부터 추첨 신청을 받고 있는데요. 1주일간 신청을 받고 오는 15일 추첨을 진행한 후 25일부터 정식 배송할 계획입니다. 아직 구매 신청 기간이 남은 만큼 LG 벨벳2 프로 쟁탈전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LG전자가 LG 벨벳2 프로를 추첨제로 판매하는 건 이처럼 사내에만 판매하는데도 수요가 너무 많아섭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달 말 임직원몰을 통해 LG 벨벳2 프로를 선착순으로 판매하려 했는데, 판매가 개시된 당일 오전 약 1만5000여 명이 사이트에 몰리며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정상적으로 판매를 진행하지 못한 LG전자는 결국 판매 일정을 미뤘고, 추첨제를 도입했습니다.
LG 벨벳2 프로는 LG전자가 지난 4월 모바일 사업 종료를 발표하기 이전 확보된 부품으로 제조돼 판매 물량은 총 3000대로, 가격은 19만9000원에 책정됐습니다. LG 벨벳2 프로는 제품명만 보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한 ‘매스 프리미엄’ 폰인 ‘LG 벨벳(G시리즈)’의 후속작이지만, 본래 LG전자의 최상위 플래그십(전략) 라인업인 V시리즈를 계승하는 제품으로 개발된 만큼 시중에 정식 출시됐다면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으로 나왔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LG 벨벳2 프로는 이처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최대 강점입니다. 전작 LG 벨벳(89만9800원)과 비교하면 가격이 5분의 1 수준이지만, 스펙(사양)은 크게 높아졌습니다. LG전자에 따르면 LG 벨벳2 프로는 퀄컴의 최신형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88'이 탑재됐습니다. 저장 용량은 128GB, 램(RAM)은 8GB인데요, 화면은 6.8인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가 장착됐습니다.
카메라 스펙도 준수합니다. LG 벨벳2 프로 후면에는 6400만 화소 메인·1200만 화소 초광각·800만 화소 망원 등 3개 카메라가 장착됐는데요, 전면 카메라는 1000만 화소입니다. 배터리 용량은 4500mAh이고, 후면 카메라 디자인은 LG 벨벳의 '물방울 카메라'와 유사하게 세로로 1자 배열됐습니다. 다만 LG 벨벳2 프로는 프리미엄 폰임에도 방수·방진 기능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도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LG 벨벳2 프로는 LG전자 외 타 계열사는 구매할 수 없고, 구매한 임직원도 양도는 직계가족에게만 가능합니다. AS(사후서비스) 부분은 사내에 한정해 판매하는 제품인 만큼 일반 시중 제품과는 다릅니다. 제품 출하일로부터 무상 AS가 6개월, 유상 2년간 보장됩니다. 유상 수리 시에는 불량 원인, 증상과 관계없이 동일한 수리 비용(15만4100원)이 청구되는데요. 분실 및 파손 보험 가입 역시 불가능합니다.
LG전자는 LG 벨벳2 프로를 임직원에 판매하면서, 구매자로 하여금 재판매는 원칙적으로 금지했습니다. 다만 국내엔 워낙 기존 LG전자 스마트폰 팬들이 많았던 만큼 LG 벨벳2 프로에 대한 관심은 온라인상에서도 뜨겁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 등에 해당 제품을 검색해보면 수십 건의 게시글이 검색되는데요, 구매 희망가는 19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30만원대부터 판매가의 무려 10배에 달하는 200만원에 달합니다.
한편 LG전자는 사내 임직원들에게 LG 벨벳2 프로를 정식 판매하기에 앞서 일부 임원들에게 해당 기종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LG전자가 최초로 선보이려 했던 롤러블폰 ‘LG 롤러블’은 LG 벨벳2 프로와 달리 사내에도 판매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이 확정됐습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